아듀 정근우 "2루수로 마지막 인사드려 행복합니다"
"16년간 기대 이상으로 이루고 많은 사랑 받아…은퇴에 미련 없어"
"최고 2루수 맞습니다…故 조성옥·김성근 전 감독 진심으로 감사"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역대 최고 2루수로 꼽히는 정근우(38)가 "2루수 정근우로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어 감사드린다"며 행복하게 웃었다.
정근우는 11일 은퇴 기자회견을 하러 얼마 전까지 몸담은 팀 LG 트윈스의 홈인 서울 잠실구장에 현역 인생 마지막으로 출근했다.
그는 "(고려대에서) 연습 경기를 뛰다가 프로의 지명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펑펑 운 기억이 너무나 생생한데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는 게 아쉽다"면서도 "16년간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고, 많은 것을 이뤄 은퇴에 미련 없다"고 은퇴의 변을 남겼다.
이어 "1∼2년 전에 포지션 변경에 방황하면서 여러 고민도 했는데 (LG로 옮겨) 다시 한번 2루수로 뛸 기회를 얻어 더욱 감사드리고, 이 자리에서 2루수 정근우로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2루수로 은퇴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보였다.
정근우는 "최고 2루수 맞습니다"라며 호탕하게 웃고 팬과 언론의 평가에도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2005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7순위로 SK 와이번스에 지명돼 프로 이력을 시작한 정근우는 SK(2005∼2013년), 한화 이글스(2014∼2019년), LG 트윈스(2020년) 세 팀에서 뛰고 통산 1천747경기에서 타율 0.302, 홈런 121개, 타점 722개, 도루 371개를 남겼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작은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펀치력을 겸비해 역대 최고 2루수로 평가받는다.
2009년 타율 0.350을 치고 도루 53개를 기록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SK의 톱타자로 맹활약해 2007년, 2008년, 2010년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었다.
또 골든글러브(2006년·2009년·2013년)를 세 번 받고 두 번의 득점왕(2009년·2016년)도 차지하는 등 SK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3년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4년간 총액 70억원에 사인하고 잭폿을 터뜨렸다.
정근우는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한화에서 뛰던 마지막 무렵에는 2루수에서 중견수로 보직을 바꾸기도 했고, 2차 드래프트로 LG로 이적한 뒤에는 주로 백업 2루수로 뛰다가 은퇴를 결정했다.
정근우는 국가대표로도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우승의 현장에는 늘 정근우가 있었다.
눈물 대신 웃음으로 은퇴 회견을 갈무리한 정근우와의 일문일답.
-- 은퇴 계획을 세운 시점은.
▲ 올해 부상으로 엔트리 빠진 다음부터 조금씩 생각했다. 그간 2루수로 했던 플레이를 (팬들이) 기대하고 나 역시 기대했는데 지금은 그때의 정근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은퇴를 결정했다.
-- 2루수로서 가장 좋았다고 기억하고 싶을 때는.
▲ 2006년 골든글러브 수상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탄탄대로를 걷지 않았나 생각한다. 2루수로서 한국시리즈 우승도 하고 국가대표로도 너무 많은 걸 이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할 당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나간 마지막 대회였는데, 주장으로 행복했고 (다시 대표로 뛸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남았다.
-- 가장 마음에 드는 애칭은.
▲ '악마의 2루수' 너무 좋다. 아시다시피 김성근 전 감독님한테 펑고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 애칭처럼 되고자 많이 노력했고, 위로는 몰라도 양옆으로는 타구를 빠뜨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다.
-- 김성근 전 감독님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 시즌 후 은퇴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왜 벌써 그만두느냐고 감독님이 그러셨지만, 지금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 덕분에 너무 잘 컸고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 후배에게 조언한다면.
▲ 한화 때도 그렇고 LG에도 그렇고 좋은 후배들이 많았다. 좀 더 열정을 갖고 경기에 임하라고 말해줬다.
LG 후배들에겐 열정도 좋지만 좀 더 후배를 사랑하고, 선배를 존경할 수 있는 문화가 팀에 자리잡히길 바란다고 했다.
-- 친구 김태균(전 한화)은 은퇴 회견에서 울먹였는데.
▲ 저도 눈물이 날까, 감정이 어떨까 싶었는데 태균이는 많이 울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많이 봐왔고, 원 클럽 맨으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역시 올 시즌 후 은퇴한 박용택과 포옹 했는데.
▲ 용택이형에게도 마지막 경기였고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매 이닝 지나갈 때마다 아쉽고 불안했다.
포옹하면서 "그동안 수고했습니다. 고생많았어요"라고 용택이형에게 얘기했다.
-- 박용택은 은퇴 축하도 받고 그랬는데. 기자 회견만으로 끝내 아쉽지 않나.
▲ 사람이라면 아쉽죠.(웃음) 하지만 이 또한 영광이다.
솔직히 시즌 중간에 은퇴를 발표하고 싶었는데 한발 물러서서 보니 용택이형이 은퇴 투어를 잘하고 있어서 형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후에도 은퇴 발표를 생각했는데 그땐 팀 순위가 결정되지 않았다.
-- 2루수에 상당한 애착을 보였는데.
▲ 프로에 왔을 때 선배들이 내야수 한 자리를 10년 이상 하기 쉽지 않다고들 했다. 하지만 '난 할 거야'란 각오로 2루를 안 내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2018∼2019년 포지션을 옮겨 다니면서도 2루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른 포지션을 연구도 했다. 지금은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다.
-- 애착이 있는 기록이 있다면.
▲ 2루수로서 최다 경기 출전, 도루 등이다. 2루수로서 수비 능력과 1번 타자로서의 득점 등이 종합된 기록이다.
-- 앞으로 계획은.
▲ 막 관둔 터라 이제부터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으로서 뒷바라지해 준 가족에게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결정하겠다.
은퇴한다고 했을 때 아이들은 내게 고생했다며 큰절을 했고, 아내는 매 경기가 감동이었다고 말해줬다.
-- 기억에 남는 은사가 있다면.
▲ 고(故) 조성옥 전 부산고 감독님, 김성근 전 감독님이다. 그분들의 노력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은퇴하려니까 그분들이 진심으로 날 키워주셨다는 고마움을 느낀다.
-- 선수로서 어려운 순간이 있었다면.
▲ 김성근 전 감독님과 함께 새벽부터 저녁까지 훈련도 하고, 혼자 개인 훈련도 많이 했다.
고교 때 입스(송구를 제대로 못 하는 것)가 왔었고, 대학과 프로를 포함해 총 3차례 입스가 왔다.
특히 팔꿈치를 3번 수술했는데, 고교 때 의사가 '이 팔로는 야구 못한다'라고 하길래 '왼팔로라도 야구를 하겠다'란 각오로 훈련했다. 그때 포기했더라면 세 번의 입스를 이겨낸 지금의 정근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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