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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당찬 이영하 “1차 지명 흑역사? 내가 끊겠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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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금) 12:00

                           
두산 베어스에게 1차 지명 투수들은 아픈 손가락들이다. 2016년 1차 지명 신인 투수인 이영하도 그랬다. 입단과 동시에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영하는 지난해 데뷔 시즌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그리고 올 시즌을 필승조로 출발할 정도로 이영하의 존재감이 커졌다. 두산의 1차 지명 흑역사를 자신의 손으로 끊겠단 게 이영하의 굳센 각오다.
 


 
[엠스플뉴스]
 
“이젠 걔 없으면 안 되지.”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그 이름이 나오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 이름은 바로 투수 이영하였다.
 
선린인터넷고 출신인 이영하는 2016년 1차 지명 신인으로 큰 기대를 받으면서 두산에 입단했다. 하지만, 그해 이영하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장면을 볼 순 없었다. 시즌 시작 전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이영하에게 ‘시즌 아웃’ 판정이 내려진 까닭이었다.
 
고졸 신인에겐 너무 가혹한 긴 재활 시간이 주어졌다. 그 사이 이영하와 같은 1차 지명 신인이자 고등학교 동기인 LG 트윈스 투수 김대현이 먼저 1군에 데뷔해 활약을 펼쳤다. 이천 재활 조에서 친구의 활약을 지켜본 이영하는 마음을 더 단단히 먹었다.
 
지난해 5월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이영하는 길고 길었던 재활의 고리를 끊고 1군 마운드에 처음 올랐다. 세 차례 선발 등판 기회도 있었던 이영하는 지난해 20경기(35.2이닝)에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 5.55 26탈삼진이라는 데뷔 시즌 기록을 남겼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구위가 좋아진 이영하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합류해 한 차례 플레이오프 등판(1.1이닝 3탈삼진 무실점)도 소화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영하의 위치는 더 격상됐다. 박치국·곽빈과 함께 젊은 필승조의 든든한 한 축을 맡기 때문이다. 캠프 내내 이영하가 부담을 느낄까 봐 언급을 자제한 김 감독은 캠프 막판에서야 “이영하는 어떻게든 1군에 박고 키워야 할 투수”라며 내심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두산의 1차 지명 흑역사를 이영하가 끊을지도 큰 관심사다. 성영훈(2009년 1차 지명)·한주성(2014년 1차 지명)·남경호(2015년 1차 지명)·최동현(2017년 1차 지명) 등 두산의 1차 지명 투수 대다수는 수술과 부상으로 1군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다. 입단 뒤 곧바로 수술을 받은 이영하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감을 되찾은 이영하는 “이제 내가 1차 지명 흑역사를 끊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먼 훗날 마무리 투수로서 꼭 성공하겠단 이영하의 당찬 각오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이영하를 더욱 성장케 한 값진 가을야구 경험
 


 
이제 김태형 감독이 말하는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웃음).
 
(고갤 갸우뚱거리며) 그 정돈 아닌데(웃음). 그래도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믿어주시는 만큼 보답하고픈 마음뿐이다.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1군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지난해엔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은 답답함이 있었다. 내 공을 제대로 못 던졌다. 올 시즌엔 그런 답답함도 없는 데다 나를 믿어주시니까 더 편안한 느낌이다.
 
지난해 5월 19일 광주에서의 프로 데뷔전이 기억나나.
 
당연하다. 데뷔전에서 첫 타자(로저 버나디나)에게 홈런을 맞았는데(웃음).
 
프로의 벽을 느꼈겠다.
 
정말 내 실력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막연히 ‘잘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홈런을 맞으니 ‘아 프로 무대가 쉽지 않구나’라고 느꼈다. 더 노력해야 했다.
 
1군에서 등판 기회는 계속 얻었다. 특이한 점은 구원으로 등판해 데뷔 승을 포함한 3승을 기록했고, 세 차례 선발 등판에선 모두 패전 투수가 됐단 것이다.
 
선발 등판 같은 경우엔 내가 그 기회를 못 놓친 거다. 그래도 미련은 안 남았다. 1군 등판 자체가 계속 어려웠다. 마음속으론 자신 있게 던지려고 다짐했는데 보이는 결과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1군에서 계속 생존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까지 합류해 플레이오프 마운드에도 올랐다.
 
(고갤 끄덕이며) 나에겐 정말 큰 경험이었다. 포스트시즌을 직접 겪으면서 무엇이 부족한지 느꼈기에 올 시즌 준비가 더 수월했다. 그만큼 성장한 게 아닐까. 그런 큰 무대를 경험했기에 정규시즌 때 긴장감도 덜 한 것 같다.
 
준우승이라는 결과는 분명히 아쉬웠겠다.
 
(짧은 한숨 뒤) 솔직히 준우승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끝나니 정말 아쉬웠다. 당시 형들에게서 많은 걸 배웠지만, 내가 어떤 보탬이라도 못 돼서 더 힘들었다. 올 시즌엔 내가 꼭 팀에 보탬이 되는 활약을 펼쳐서 다른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친구’ 김대현과 함께 승리를 합작하는 날을 꿈꾼다
 


 
이제 다른 얘길 해보자. 지난해보다 더 과거로 돌아가려고 한다. 입단 뒤 곧바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는데 재활 기간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궁금하다.
 
(곧바로) ‘예전처럼 강력한 속구를 던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다. 수술을 한 뒤 안 좋아진 사례도 많지 않나. 지금까진 안 아프고 잘 던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두산 팬들은 ‘1차 지명 흑역사’를 잘 알기에 걱정이 많았다. 선수 자신도 그런 걱정을 많이 느꼈나.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오랫동안 재활을 했다. 처음에 재활 조가 모였는데 다 1차 지명 투수들이었다. ‘나는 몇 년도 1차 지명’이라고 서로 자기소개를 했다(웃음). 솔직히 그런 얘길 많이 들이니 걱정도 많았다. 재활 조에서 빨리 벗어나서 1군으로 올라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 흑역사를 끊어야 할 주인공이 됐다.
 
다행히 처음 온 기회를 잘 잡은 것 같다. 최대한 안정적으로 1군에서 자리 잡고 싶다. 이제 내가 그 흑역사를 끊고 싶다.
 
입단 동기이자 고등학교 시절 ‘원투 펀치’였던 친구 김대현이 먼저 1군에 데뷔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마음이 급해질 법도 했는데.
 
솔직히 (김)대현이가 던지는 걸 보니 나도 1군에 빨리 올라가고 싶었다. 그렇다고 대현이가 잘하니까 그걸 뛰어넘기 위해 따라가고 싶단 마음은 아니었다. 뒤처지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너보다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서로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잘하길 응원할 뿐이다.
 
언젠간 친구 간의 선발 맞대결이 이뤄질 날이 오지 않을까.
 
(빙긋 웃으며) 그것도 괜찮은데 사실 다른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어떤 상상인가.
 
고등학교 시절처럼 (김)대현이가 앞에서 던지고 내가 뒤에서 막는 그림이다. 대현이는 선발을 하고 있고, 나는 마무리라는 목표가 있으니까 그런 상상을 한다.
 
그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친구와 같은 팀이 돼야 한다(웃음).
 
국가 대표팀에 같이 뽑히면 되지 않을까(웃음).
 
그렇다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경기대회에 같이 출전하면 되겠다.
 
(손사래를 치며) 그건 전혀 생각 안 하고 있다. 나에겐 과분한 얘기다. 지금은 당장 1군에서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김)대현이와 함께 던지는 건 먼 미래의 얘기가 되지 않을까(웃음).
 
이영하가 손꼽아 기다리는 박용택과의 승부
 


 
앞선 얘길 들어보면 선발보단 마무리에 뜻이 더 있는 것 같다.
 
선발을 안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내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갔을 때 선발과 마무리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마무리를 하고 싶다.
 
마무리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건가.
 
학창 시절에 마무리 자리에서 던질 때 좋은 기억만 남았다. 또 어릴 때부터 마무리 자리가 멋있어 보였다. 고등학교 때 오승환 선배님과 이용찬 선배님이 나의 마무리 롤 모델이었다.
 
사실 마무리 투수로서 성공하기 위해선 ‘담대한 성격’도 필요하다. 자신이 마무리 체질이라고 생각하나.
 
(잠시 고민 뒤) 예전부터 낙천적이라는 얘길 많이 들었다. ‘생각이 없어 보인다’라는 말도 그렇고(웃음). 좋은 일이 생기면 항상 머릿속에 놔두고 일주일 뒤에도 떠올리는 스타일이다. 안 좋은 일은 다른 생각을 하면 바로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마무리 투수로서 도움이 되는 성격 같다.
 
당장은 필승조 불펜으로 시즌을 출발한다. 따로 세운 목표가 있을까.
 
20홀드 이상을 달성하는 게 올 시즌 첫 번째 목표다. 반드시 하고 싶단 욕심보단 1군에 자리 잡고 잘 던지다 보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
 
말만 들어도 믿음직함이 느껴진다.
 
최대한 어떤 사람이 봐도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돼야 한다. 그래야 팬들도 좋아해 주실 거다. 또 두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투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아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
 
무엇인가.
 
3년 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말했는데 LG 박용택 선배님과 꼭 한번 대결해보고 싶다. 아직 박용택 선배님과 만나질 못했다. 지난해 이대호 선배님(5타수 2안타 1삼진)과 이승엽 선배님(1타수 무안타 1삼진)을 상대로는 대결을 펼쳤다. 리그를 대표하는 대선배님들과 한 번이라도 꼭 만나서 내 공이 통할지 확인해보고 싶다. 만약 만난다면 멋진 승부를 꼭 보여드리겠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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