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선수들 사이에서 환호하고 있는 세터 이효희(가운데)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한국의 연패 탈출 기쁨 뒤에는 여전히 세터 문제가 고민으로 남았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5일 태국 나콘랏차시마에서 열린 ‘2018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대회’ 태국 전에서 3-1(25-16, 25-18, 20-25, 26-24)로 승리, 4연패를 끊고 대회 5승(5패)째를 달성했다.
지난 3주차,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세 주전 선수 없이 대회를 치른 한국은 무력한 경기로 전패한 채 태국에 왔다. 그러나 주전 3인방이 다시 합류한 한국 대표팀은 확실히 달랐다. 공격과 수비 모두 한 단계 이상 올라간 경기력을 발휘하며 난적 태국을 3-1로 잡았다.
그 중심에는 주전 세터 이효희가 있었다. 이효희는 팀 내 선수들 전체를 고루 활용하는 화려한 경기 운영으로 이름값을 증명했다.
특히 양효진-김수지 두 미들블로커가 최적의 공격력을 낼 수 있게 하는 세트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양효진(현대건설)과 김수지(IBK기업은행)는 소속팀에선 보여주지 못한 힘 실린 속공으로 팬들에게 ‘국제용’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날 양효진은 21득점(7블로킹, 2서브에이스 포함)으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고 김수지는 9득점(1블로킹 포함)으로 힘을 보탰다.
한국 나이 38세 이효희는 풍부한 실전 경험과 그에 걸맞은 실력으로 여전히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다. 경기 초반은 괜찮지만 세트가 거듭될수록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대표팀에는 이효희 외에 이나연, 이다영 두 세터가 있다. 그러나 차해원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은 급박한 상황이면 여전히 이효희를 꺼낸다. 꼭 이겨야하는 큰 경기 선발 선수 역시 이효희다. 출전시간을 비교했을 때에도 월등한 격차를 보인다. 그만큼 다른 선수들이 노장 이효희와 비교했을 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차해원 감독은 이번 대표팀을 구성할 당시 야심차게 ‘3세터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다영-이나연을 주로 활용하면서 노련한 이효희를 핀 포인트에 사용하겠다는 게 당시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는 완벽히 틀어졌다. 지난 5월 22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VNL 여자부 1주차 벨기에와 첫 경기, 야심차게 선발 출장한 이다영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 교체 투입된 이나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23일 도미니카 공화국과 경기에는 이효희가 선발로 출전했다.
그 후 3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 세터는 이효희다. 지난 5일, 태국 전에 교체 투입된 이다영, 이나연은 기본적인 세트에서 안정감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공격수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득점을 내는 데 실패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여자 배구대표팀의 가장 큰 숙제는 단연 ‘주전 세터’였다. 염혜선, 이소라, 조송화, 이고은 등 여러 세터들이 대표팀 세터 자리를 거쳐 갔지만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그 후 다시 이효희가 주전 세터로 낙점됐지만 다음 세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세터는 오래 보고 키워야 하는 자리다. 정확한 패스, 경기 전체를 보는 눈,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 등 많은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대표팀에는 이효희 뒤를 이을 유망한 세터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당장 9월 29일부터 ‘2018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가 일본에서 열린다. 많은 랭킹 포인트가 걸린 대회인 만큼 좋은 성적이 절실하다. 이 대회를 이효희 혼자서 끌고 가는 것은 무리다. 이효희 뒤를 이어 한국 여자대표팀 세터를 맡을 선수가 꼭 필요하다.
사진/ 더스파이크 DB (유용우 기자)
2018-06-05 이광준([email protected])저작권자 ⓒ 더스파이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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