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데뷔전 앞둔 이대성 "MVP 된 다음날 새벽 운동가던 마음"
20일 KBL컵대회 통해 오리온 데뷔전 "올해는 건강에 초점"
"동료 살려주는 플레이로 이기적이라는 평가 없애겠다"
(고양=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제가 지금까지 인생을 돌이켜보며 참 잘했다고 생각한 게 하나 있거든요."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가드 이대성(30·190㎝)이 말했다.
그는 "현대모비스 시절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다음 날에도 운동을 나간 것"이라며 "제가 MVP를 목표로 뛴 것이 아니고,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었다"고 회상했다.
이대성은 "제가 참 간절했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선수로서 가장 영예로웠을 때가 팀이 우승하고 MVP까지 된 순간이었지만 만족하지 않고 다음 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운동하러 간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이었다"고 소개했다.
그에게 "우승한 바로 다음 날 새벽 4시 반이냐"고 되묻자 "솔직히 '다다음날'부터였다"고 털어놓기는 했지만 그만큼 최고의 선수가 되려는 그의 강렬한 의지는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17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이대성은 2019-2020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그의 행보가 비시즌 기간 '농구계 핫 이슈'였다.
2019-2020시즌 도중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전주 KCC로 '깜짝 트레이드'됐던 그는 FA 시장에서도 오리온과 부산 kt행을 놓고 여러 설들이 오간 끝에 결국 오리온 유니폼을 택했다.
20일 전북 군산에서 개막하는 MG새마을금고 KBL컵대회를 통해 오리온 데뷔전을 치르는 그는 "사실 지난 시즌에는 발목 부상으로 1년 내내 아팠다"며 "올해는 그래서 건강에 포커스를 맞췄고, 감독님이나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몸을 만들어 지금은 거의 다 나은 상태"라고 최근 몸 상태를 설명했다.
오리온 데뷔전을 앞둔 그에게 2020-2021시즌 목표를 묻자 그는 "어제 (허)일영이 형이 '올해는 너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들을 없애는 시즌으로 만들어보자'고 하시더라"며 "사실 그동안 저에 대해서 욕심이 많다거나, 이기적이라는 말들이 나왔는데 시즌이 끝나면 '아, 대성이가 그런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평이 나오게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대성은 "제가 그런 주위 평가를 의식하며 농구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팀 동료 선수들을 살려주고, 팀이 원하는 농구를 하면서 팀 전체와 화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이번 시즌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대성에게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은 그가 실제로 이기적이라서 그렇다기보다는 미디어데이나 인터뷰 등에서 보여준 톡톡 튀는 발언 때문인 면이 크다.
그는 현대모비스 시절이던 2018-2019시즌 개막 전에 "54전 전승이 목표"라고 말하거나, 그해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는 기자들에게 "이런 데서는 좀 자극적으로 얘기하는 게 좋으시죠? 팟츠가 저에게 약하더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번 컵대회에서 이대성은 FA 협상 때 테이블에서 마주 앉았던 kt와 같은 조가 됐고, 10월 정규리그에서는 개막전을 kt와 치르고, 두 번째 경기는 전 소속팀 KCC와 맞붙는 일정이다.
이대성은 "안 그래도 '이대성 더비'라는 기사가 나오더라"고 웃으며 "이번에도 주위에서는 '후회하게 만들겠어' 같은 말들을 바라시겠지만 그런 감정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냥 이런 경기에 제 이름이 화제가 되는 자체가 저로서는 과분하고 영광"이라며 "팬들의 관심을 더 끌 수 있는 요인이 되면 감사할 뿐이고, 제 개인감정이 들어가고 할 부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대성은 "사실 그런 개인감정이 아니더라도 농구에 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할 이유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부터 3년간 창원 LG 사령탑을 맡아 '(혼자 잘 되려는)영웅은 필요 없다'는 명언을 남겼던 강을준 감독이 올해부터 오리온 지휘봉을 잡았고, '영웅이 되려는 마음이 크다'는 평을 들었던 이대성이 오리온에 합류하면서 이번 시즌 오리온을 지켜보는 팬들의 기대치가 커진 면도 있다.
이대성은 "강을준 감독님은 선수들 배려를 워낙 많이 해주시고, '이 정도면 한 번 다그치시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박수를 쳐주시며 믿음을 보여 주신다"며 "감사한 마음인데 한편으로는 모든 것에 의연하셔서 도인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껄껄 웃었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이대성도 "개인 기록은 제가 가진 목표를 이루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며 "지난 시즌 제가 30점, 15어시스트도 해봤지만 제가 욕심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선수들과 믿음으로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으면 시너지 효과를 통해 세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유의 미소 띤 얼굴로 "코트 안에서나 밖에서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계속 어려운 것에 도전하고 왔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도 강을준 감독 못지않게 '도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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