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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구의 타임머신] 파디 엘 카티브 : 한국농구를 공포에 떨게 했던 남자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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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30 (금) 09:04

                           

[민준구의 타임머신]  파디 엘 카티브 : 한국농구를 공포에 떨게 했던 남자



[점프볼=민준구 기자] 2000년대 초중반, ‘아시아의 조던’이라 불리던 남자가 있었다. 198cm에 100kg이 넘는 거구, 그러나 벌처럼 빨랐던 레바논 사나이에게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매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초중반, 아시아 최고의 농구선수는 단연 중국의 야오밍이었다. 이후 챔피언 벨트를 이어받은 건 이란의 하메드 하다디. 그러나 그 중간에 레바논의 슈퍼 에이스 파디 엘 카티브가 존재했다.

1979년생인 엘 카티브는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레바논의 농구 스타다. 2001, 2005, 2007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이끌었고, 2010년 FIBA 아시아 챌린지 우승 등 레바논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아시아 정상을 노리던 남자농구 대표팀은 중국과 만나기도 전에 항상 레바논을 거쳐야 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베일에 쌓여 일격을 맞았다면, 2000년대 중반부터는 알고도 막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2007년 도쿠시마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김승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야오밍 이후에 아시아에서 이 정도로 잘하는 선수는 처음 봤다. 몸집은 파워포워드에 가까운데 플레이 스타일은 가드와 같았다. 2~3명이 막으려고 해도 소용없었다(웃음)”며 “(양)희종이나 (하)승진이가 막아보려 했지만, 파워가 워낙 좋아서 밀려났다. (이)동준이도 그때는 힘 좀 쓸 때였는데 많이 밀렸다”고 회상했다.

[민준구의 타임머신]  파디 엘 카티브 : 한국농구를 공포에 떨게 했던 남자

엘 카티브는 2001년 상하이 아시아선수권대회부터 2007년 도쿠시마, 2009년 톈진 대회까지 남자농구 대표팀을 가로막았다. 특히 전성기였던 2007, 2009년 대회에선 조 보겔, 잭슨 브로만, 맷 프레지에 등 NBA 출신 귀화선수가 존재했음에도 레바논의 에이스로 나섰다.

2009년 톈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엘 카티브를 본 주희정 고려대 코치는 “일단 2000년대 중반, 중동 팀 자체가 너무 강했다. 특히 엘 카티브는 파워가 워낙 세서 수비 선수를 모두 튕겨냈다. 3점슛이 엄청 좋은 건 아닌데 중요한 순간마다 넣으니 안 좋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직접 몸으로 부딪쳐본 이규섭 삼성 코치와 이동준은 어떤 기억을 갖고 있을까? 이규섭 코치는 “2001년 상하이 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신장은 비슷한데 몸 두께부터 파워까지 남다르더라. 그때는 신인 티가 어느 정도 났었는데 몇 년이 지나고 난 뒤, 괴물이 되어 있었다. 이후 이란의 사마드 니카 바라미가 등장했지만, 그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개인 능력으로 레바논을 아시아 강팀으로 만들었으니까”라고 기억했다.

이동준은 “처음에는 희종이가 막았는데 잘 안 됐다. 그래서 팀에서 힘이 좋다고 평가받은 내가 한 번 막아보겠다고 했다. 최부영 감독님도 한 번 해보라고 믿어주시더라. 근데 곧바로 날아갔다. (하)승진이까지 나섰지만, 탄력을 받으니 밀려나더라. 이제껏 농구를 해보면서 만난 상대 선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아시아에선 최고다”라고 극찬했다.

한국만 엘 카티브에 대한 공포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일본의 다케다 요코 농구전문기자는 “엘 카티브는 레바논의 영웅이다. 포지션은 가드, 포워드를 두루 소화할 수 있었고, 남다른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지닌 선수였다. 파워풀한 플레이는 물론 슛도 잘 던졌다. 사실 엘 카티브가 활약하던 시절에는 일본 농구가 강하지 않아 취재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타이거’라는 별명을 가진 엘 카티브를 잊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민준구의 타임머신]  파디 엘 카티브 : 한국농구를 공포에 떨게 했던 남자

엘 카티브는 최근까지도 남자농구 대표팀을 괴롭혔다. 지난 2017년 아시아컵에서 만나 16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66-72 패배를 안겼다.

남자농구 대표팀과 레바논의 상대전적은 12전 5승 7패. 여기에 엘 카티브가 뛴 경기에선 2승 6패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아시아컵 이후 은퇴를 선언했지만, 언제 또 귀신같이 돌아올지 모른다.

한편, 남자농구 대표팀은 29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레바논을 맞아 84-71로 승리했다. 엘 카티브 없는 레바논의 위력은 예상보다 덜했다. 그러나 언제 또 복귀를 선언할지 모른다. 자국에서 열리는 경기에만 참가한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레바논 원정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이청하 기자), FIBA 제공



  2018-11-30   민준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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