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이번 시즌 아우크스부르크 최대 약점인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시즌 1호골. 아우크스부르크, 구자철 결승골 덕에 주포 핀보가손 부재에도 1-0 승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우크스부르크가 함부르크와의 홈경기에서 구자철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부분은 바로 구자철이 아우크스부르크의 아킬레스건인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데에 있다.
# 구자철 결승골, 후반기 첫 승 견인하다
아우크스부르크가 함부르크와의 2017/18 시즌 분데스리가 18라운드에서 구자철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후반기 개막전 첫 승을 올리며 WWK 아레나를 찾은 홈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이 경기에서 아우크스부르크는 크게 두 가지에서 변화를 모색했다. 먼저 아킬레스 부상으로 전력에어 이탈한 간판 공격수 알프레드 핀보가손의 원톱 공백은 베네수엘라 신성 세르히오 코르도바가 메웠다. 또한 전반기 내내 아우크스부르크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구자철이 선발 출전했다. 그 외엔 기존 주전 선수들로 이번 시즌 전반기 가장 많이 활용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한 아우크스부르크였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시작부터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강도 높은 압박으로 함부르크의 후방 빌드업을 괴롭히면서 빠른 역습으로 상대의 배후를 공략해 나갔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수비 진영 하프 라인 근처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미하엘 그레고리치가 상대 돌파를 가로챈 후 곧바로 전진 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받은 왼쪽 측면 미드필더 카이우비가 함부르크 수비수 키리아코스 파파도풀로스를 제치고선 왼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를 빗나갔다. 반대편 측면에 코르도바가 노마크로 위치하고 있었기에 카이우비의 선택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이어서 14분경 파파도풀로스가 다소 무리하면서 헤딩으로 걷어내다 함부르크 수비 라인이 무너진 틈을 타 아우크스부르크 수비형 미드필더 다니엘 바이어가 빠르게 논스톱으로 환상적인 전진 패스를 찔러주었고, 이를 받은 그레고리치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다소 여유를 부리면서 왼발 슈팅을 시도하다 뒤늦게 커버를 들어온 함부르크 오른쪽 측면 수비수 데니스 디크마이어의 태클에 저지됐다. 이번에도 반대편에 코르도바와 카이우비, 두 명의 아우크스부르크 공격수가 대기하고 있었기에 그레고리치의 판단이 아쉽게 느껴졌다.
두 차례의 득점 기회를 놓친 아우크스부르크는 잠시 주춤했으나 32분경 그레고리치의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작으로 다시 흐름을 잡아왔다. 38분경엔 그레고리치의 전진 패스를 받은 코르도바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으나 함부르크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지속적으로 함부르크의 골문을 두들긴 아우크스부르크는 전반 종료 직전 선제골을 넣으며 노력에 대한 결실을 보는 데 성공한다. 골의 주인공은 바로 구자철이었다. 그레고리치의 패스를 받은 카이우비가 반대편 측면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가던 구자철이 타점 높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전반전, 양팀의 점유율은 50대50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다. 하지만 슈팅 숫자에선 아우크스부르크가 10대4로 함부르크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함부르크가 후방에서 패스를 돌리면서 무의미한 점유율을 늘리는 동안 아우크스부르크는 효과적인 공격으로 유효한 찬스들을 만들어낸 셈이다.
구자철의 골과 함께 전반전을 마무리한 아우크스부르크는 후반전 들어 전체적으로 라인을 내린 상태에서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느린 템포로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반면 함부르크는 아우크스부르크의 단단한 수비에 막혀 무의미한 중거리 슈팅만 반복할 뿐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67분경 코르도바를 빼고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요나단 슈미트를 교체 투입했다. 이와 함께 그레고리치가 최전방 원톱으로 전진 배치되면서 구자철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했다. 다분히 패스 플레이를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포석이었다.
68분경 슈미트가 교체 투입되자마자 카이우비의 롭이 패스를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이어서 75분경 막스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그레고리치가 골문 앞에서 방향을 바꾸는 슬라이딩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는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이 있었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구자철의 패스를 받은 카이우비가 단독 돌파에 이은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와 충돌하면서 무게 중심이 흔들려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결국 양 팀의 후반기 첫 경기는 1-0 아우크스부르크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 구자철 변칙 측면 배치, 신의 한 수 되다
함부르크전 승리에 힘입어 아우크스부르크는 프라이부르크와의 홈경기에서 무승부에 그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제치고 호펜하임과 함께 공동 7위(호펜하임 역시 베르더 브레멘 원정에서 1-1 무승부에 그쳤다)로 올라섰다. 호펜하임과 아우크스부르크는 승점(27점)과 골득실(+5), 심지어 다득점(28골)까지 모두 동률이다. 이와 함께 유로파 리그 진출권 진입에 한 발 다가선 아우크스부르크이다.
주포 핀보가손이 결장한 만큼 고전이 예상된 경기였다. 핀보가손은 전반기에만 11골을 넣으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15골, 바이에른 뮌헨)와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13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이어 분데스리가 득점 3위를 달리고 있는 아우크스부르크의 핵심 공격수이다. 당연히 그의 공백은 클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비록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경기 내용 대비 스코어에선 아쉬움이 느껴졌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슈팅 숫자에서 15대9로 우위를 점했다. 무엇보다도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슈팅 숫자에선 아우크스부르크가 12대4로 함부르크를 압도했다.
하지만 아우크스부르크의 슈팅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에 속했다. 유효 슈팅은 4회로 함부르크(5회)보다 1회 더 적었다. 게다가 카이우비와 그레고리치가 경기 초반 완벽한 득점 찬스에서 아쉬운 판단력으로 완벽한 득점 기회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즉 구자철의 결승골 덕에 승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구자철의 골이 없었다면 아우크스부르크는 자칫 이겨야 할 경기를 프랑크푸르트나 호펜하임처럼 무승부로 마무리했을 지도 모른다. 구자철 개인에게도 이번 시즌 첫 골이자 첫 득점 포인트였기에 의미있는 골이었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부분은 바로 구자철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전반기 아우크스부르크의 최대 약점을 메워주었다는 데에 있다. 이번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은 분데스리가 도움 1위인 왼쪽 측면 수비수 필립 막스와 왼쪽 측면 미드필더 카이우비의 왼쪽 측면에 치우쳐 있다. 이로 인해 좌우 불균형 현상이 크게 드러났다.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의 주전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는 슈미트였다. 하지만 슈미트가 부진을 보이자 아우크스부르크는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2부 리가로 강등된 다름슈타트 에이스 마르첼 헬러를 영입했다. 문제는 헬러 역시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이에 마누엘 바움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은 전반기에 헬러와 슈미트에 더해 유스 출신 공격수 에릭 토미까지 총 3명의 선수들을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키면서 대책 방안에 나섰다. 하지만 끝내 해결책을 구하지 못한 채 전반기를 마무리한 아우크스부르크였다.
결국 바움 감독의 최종 선택은 구자철 측면 배치였다. 구자철은 이미 전임 감독 마르쿠스 바인치얼 하에서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자주 수행한 경험이 있다. 과거의 경험을 백분 살려 아우크스부르크의 승리를 견인한 구자철이다.
물론 구자철의 선발 출전과는 별개로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은 이번에도 주로 왼쪽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막스가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키 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와 볼 터치(83회)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아우크스부르크의 히트맵 역시 왼쪽 측면이 가장 붉게 형성되어 있다(히트맵은 붉을수록 그 지점에서 볼 터치가 많았다는 걸 의미한다). 자연스럽게 구자철의 볼 터치는 48회로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선발 출전한 필드 플레이어들 중 67분경 교체된 원톱 공격수 코르도바(26회) 다음으로 적을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구자철이 중앙으로 자주 이동해 제공권 싸움을 가져갔다는 데에 있다. 아우크스부르크가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면 구자철이 받아내는 형태였다. 실제 구자철은 이 경기에서 출전 선수들 중 2번째로 7회의 공중볼을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구자철의 헤딩 골도 터져나왔다.
비단 공중볼 경합만 한 건 아니다. 구자철은 양 팀 선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높은 83.3%의 패스 성공률을 자랑하며 원활한 패스 공급을 전개했다. 게다가 키 패스 역시 3회(출전 선수들 중 공동 2위)를 기록하며 찬스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게다가 걷어내기 또한 5회(아우크스부르크 선수들 중 중앙 수비수 마틴 힌터레거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성실하게 수비에 가담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첫 위치 자체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였지만 실질적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이는 아우크스부르크 선수들의 함부르크전 평균 위치를 봐도 확인할 수 있다(하단 사진 참조). 왼쪽 측면이 넓게 폭을 벌리면 오른쪽 측면은 중앙으로 좁히는 형태였다. 변칙 4-2-3-1을 구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듯 아우크스부르크는 구자철을 변칙적으로 오른쪽 측면에 배치한 게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후반기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 변칙 전술이 후반기 내내 통한다면 아우크스부르크는 팀의 최대 약점을 해소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후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내심 유럽 대항전 진출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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