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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파레디스 없이도 강한 두산의 처절한 경쟁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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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0 (목) 09:22

                           
오히려 외국인 타자가 없는 게 더 무섭다. 두산 베어스는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 없이도 순항 중이다. 파레디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국내 외야진의 처절한 경쟁이 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엠스플뉴스=광주]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됐다.”
 
외국인 선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국내 선수들 간의 무한 경쟁으로 팀 전력이 상승했다. 두산 베어스의 얘기다.
 
연패는 없었다. 두산은 5월 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13-7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시즌 26승 11패를 기록한 두산은 리그 유일한 7할대(0.703) 승률을 이어갔다. 2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 차도 2경기로 유지했다.
 
이날 두산의 테이블 세터 구성은 파격이었다. 통산 처음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조수행과 더불어 최근 1군으로 올라온 김인태가 밥상 차리기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조수행(6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은 생애 첫 3안타 경기와 안정적인 중견수 수비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김인태(4타수 1안타 2볼넷 1득점)도 자기 몫을 충분히 소화했다.
 
오히려 외국인 타자인 파레디스가 설 자리가 없어 보일 정도다. 파레디스는 올 시즌 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159 1홈런/ 1도루/ 1타점/ 5득점/ 출루율 0.196/ 장타율 0.295를 기록했다. 최악의 부진이다. 파레디스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0.36이다. KBO리그 외국인 타자 최하위의 기록이다.
 
파레디스는 이미 두 차례 1군 말소를 겪었다. 파레디스는 4월 9일 시즌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간 뒤 19일 다시 1군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복귀 뒤 2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부진했던 파레디스는 21일 재차 1군에서 말소됐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파레디스에게 재조정 시간을 넉넉하게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하루에 홈런 3개 이상은 계속 쳐야 1군으로 올라올 것 같다.” 한 현장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를 섞어 파레디스를 향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처럼 웬만한 성적으로는 1군에 올라오기 힘든 파레디스의 상황이다. 김 감독의 신뢰를 잃어버린 까닭이다. 실제로 9일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같은 날 파레디스의 퓨처스리그 홈런 소식을 들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처절한 경쟁이 만든 두산의 무한 화수분
 


 
앞서 언급했듯 젊은 야수들의 활약이 파레디스의 존재감을 지우고 있다. ‘두산엔 외국인 타자가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국내 야수진의 화수분 야구가 제대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5월 9일 경기에서 사구로 다친 박건우를 대신해 나온 조수행(시즌 타율 0.351)의 맹활약이 대표적인 그 예다. 빈자리가 잠시 생기면 누군가가 그 공백을 훌륭히 채우는 게 두산 야수진이다. 긍정적인 선순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김 감독도 파레디스 공백으로 생긴 우익수 빈자리를 상황에 따른 변칙 기용으로 무한 경쟁을 유도한다. 김 감독은 “우익수 주전은 없다. 상대 투수와의 상성이나 당일 몸 상태를 고려해 우익수를 기용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정진호에게 기회가 비교적 많이 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도 실력이다. 잠시라도 빠지면 자신의 자리가 금방 위협받는 팀이 두산이다. 조수행은 “사실 (박)건우 형 대신 나갔기에 부담감도 컸다. 하지만, 형들이 원체 잘하고 있기에 동생들도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평소 더그아웃에서 형들을 보면서 많은 걸 배운다. 앞으로도 내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라며 힘줘 말했다.
 
김인태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김인태는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내 자리가 없어진다. 특히 외야진에 원체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지난해보단 마음을 편하게 먹고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시즌 초반 2군에서 타격감이 안 좋았는데 다행히 1군에서 타구 질이 나쁘지 않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파레디스의 부진이 오히려 국내 야수들에겐 동기부여가 된 분위기다. 반대로 말하면 파레디스가 점점 애물단지가 되고 있단 점이다. 파레디스는 2군에서도 여전히 100% 자기 스윙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두산 송재박 2군 코디네이터가 직접 파레디스를 맡아 지도에 나섰단 후문이다.
 
외국인 타자 교체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이미 총액 ‘80만 달러’(약 8억 6,000만 원)라는 거액을 투자했기에 시즌 초반부터 교체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준수한 타자 자원을 찾기 힘든 시기기도 하다. 처절한 경쟁을 통해 국내 선수들로 어떻게든 버티면서 파레디스가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는 게 두산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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