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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현장] KIA 스타팅 라인업엔 광주 출신 선수가 없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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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토)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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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5.05 (토) 18:10

                           


 


 


[엠스플뉴스=광주]


 


어린이날을 맞아 만원 관중이 가득 들어찬 5월 5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이날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시즌 2차전 선발 라인업에는 총 5명의 광주 출신 선수가 포진했다. 5명 모두 광주 출신일 것 같지만, 실은 정반대다. 5명 모두 창원이 연고지인 원정팀 NC 다이노스 소속이다.


 


한번 이날 NC 스타팅 라인업을 보자. 선발투수로는 광주진흥고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각광받던 김건태가 나섰다. 타선에는 2번타자 중견수로 진흥고 출신 김성욱이, 3번타자 유격수로 동성고 출신 노진혁이 배치됐다. 4번타자 우익수는 진흥고 출신 나성범, 5번타자 1루수는 광주일고 출신의 모창민이 각각 나섰다.


 


반면 공교롭게도 이날 KIA 라인업엔 연고지인 광주 출신 선수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에이스 양현종(동성고), 임창용(진흥고), 정성훈(광주일고) 등 광주 출신 선수는 벤치에서 대기했다. 


 


이날 KIA 선발 라인업에서 연고지 출신 선수는 화순고 출신 김선빈, 전주고 출신 최형우가 전부였다. 선발투수 임기영과 3루수 이범호는 대구 출신이다. 안치홍과 김주찬은 서울 출신이다. 그리고 포수 김민식은 NC의 연고지인 마산 출신 선수다. 


 


벤치와 불펜에서 대기한 선수를 봐도 NC 쪽이 KIA보다 오히려 광주-전라 연고 선수 수가 많다. 화순고 출신 투수 이형범, 군산상고 출신 투수 원종현, 화순고 출신 포수 신진호가 뒤에서 대기했다. 부상으로 시즌아웃 되긴 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임창민도 광주동성고 출신 선수다.


 


한편 KIA쪽에는 화순고 출신 홍건희, 순천 출신의 유승철과 이민우가 벤치를 지켰다. 화순초등학교 출신 김유신은 중학교 때 청주로 전학가서 세광고를 졸업한 선수다. 모두 합하면 8명 대 7명으로 NC 쪽이 한 명 더 많다. 


 


흥미롭게도 KIA 팀내에 광주 출신은 선수보다 코칭스태프 쪽에 더 많다. 광주일고 출신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김종국, 이대진, 정회열, 김상훈 코치 등 5명이 광주 출신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NC 연고인 창원-마산 출신 선수가 NC엔 한명도 없는 반면 KIA엔 두 명(김민식, 최정민)이 있다는 점이다.


 


김경문 감독은 “고향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서 그런지, 나성범이 광주 원정을 오면 잘 한다”고 했다. 전날 경기에서도 나성범은 첫 타석 2루타, 9회초엔 3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맹타를 휘둘렀다. 김 감독은 “좌투수 팻딘이 선발이라 고민하다 (나성범을) 라인업에 그대로 넣었다. 부모님도 와서 보실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날 경기에선 나성범 외에도 김성욱이 2안타, 노진혁이 동점 3루타 포함 3안타를 터뜨리며 펄펄 날았다. 김경문 감독은 “광주의 아들들 덕분에 이겼다. 이게 광주의 힘”이라고 칭찬했다. 


 


NC와 KIA의 뒤바뀐 선수 구성은, 최근 프로야구의 옅어진 지역색을 잘 보여준다.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0년대만 해도 각 구단은 1차 지명으로 연고지 출신 선수를 싹쓸이했다. 한번에 10명 가까운 연고 선수를 지명해 지역 출신 선수로 엔트리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1차지명 규모가 해마다 줄어들고, FA(자유계약선수) 제도 시행으로 선수 이동이 활발해지며 지역 장벽이 조금씩 낮아졌다. NC가 창단한 2012년부터는 한동안 전면드래프트 제도 시행으로 지역에 관계없이 가장 좋은 선수를 먼저 지명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2014년부터 1차지명 제도가 다시 시행됐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한 팀이 특정 지역 출신 선수로 가득차는 현상은 보기 어려워졌다. 


 


모창민은 2013년 창단 특별지명을 통해 NC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나성범, 김성욱, 노진혁은 NC가 2012 창단 첫 드래프트에서 뽑은 선수들이다. 김건태는 넥센을 거쳐 지난해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이적했다. 연고지인 창원 출신은 아니지만, NC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스타 선수들이다.


 


광주 출신이 아닌 KIA 선수들도 마찬가지. 서울고 출신 안치홍은 누가 뭐래도 KIA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이명기와 김민식은 지난해 트레이드로 이적해 KIA 우승에 결정적 공을 세웠다. 경북고 출신인 임기영-김윤동은 각각 KIA 선발진과 불펜의 대들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광주 선수 없는 KIA와 광주 출신 선수로 라인업을 채운 NC의 대결은, 지역주의가 점차 힘을 잃어가는 한국 사회와 프로야구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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