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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기획] 위기 맞은 ‘9년 동반자’ 히어로즈-넥센타이어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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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1 (토) 11:22

                           
| '넥센 히어로즈'의 역사는 2010년 넥센타이어가 히어로즈 구단의 메인스폰서가 되면서 시작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히어로즈는 넥센타이어와 만난 뒤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넥센타이어와 히어로즈의 9년에 걸친 '동반자 관계'를 돌아봤다.
 


 
[엠스플뉴스]
 
넥센 히어로즈는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모(母) 기업이 없는 팀이다. ‘KIA 타이거즈’란 팀명은 KIA 그룹이 타이거즈의 주인임을, ‘롯데 자이언츠’ 역시 롯데가 운영하는 구단임을 나타내지만, ‘넥센 히어로즈’에서 넥센은 구단주가 아닌 구단 메인스폰서다.
 
히어로즈 구단이 ‘넥센’ 이름을 쓰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다. 2010년 2월 9일 넥센타이어가 서울 히어로즈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면서 ‘넥센 히어로즈’가 탄생했다. 
 
히어로즈 탄생 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는 대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이사가 모기업 없이 스폰서를 유치하고, 구단명을 빌려주는 '네이밍 마케팅'으로 구단을 운영한 건 대단한 모험이자 신선한 충격이었다.
 
히어로즈와 넥센타이어의 만남, 좋았던 시작
 


 
창단 첫해인 2008년, 히어로즈는 우리담배를 메인스폰서로 끌어들여 ‘우리 히어로즈’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KBO 가입금 미납 논란으로 구단을 향한 비난이 쇄도하자, 우리담배는 이를 빌미로 5월부터 지원급 지급을 늦췄다. 그리고 8월엔 아예 후원을 중단했다. 결국 히어로즈는 2009년을 메인스폰서 없이 ‘서울 히어로즈’란 팀명으로 한 시즌을 치러야 했다.
 
2010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 구단의 구세주로 등장한 게 ‘넥센타이어’였다. 히어로즈는 넥센타이어를 메인스폰서로 받아들이고서 2010년부터 유니폼과 모자, 헬멧 등에 넥센타이어의 기업명과 로고가 부착했다. 방송, 신문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에서도 ‘넥센 히어로즈’를 공식 팀명으로 사용했다.
 
당시 타이어 업계 후발 주자였던 넥센타이어는 브랜드 런칭 10주년과 매출 1조 원 돌파를 계기로 세계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넥센타이어는 메인스폰서 계약 후 “TV 등 다양한 매체에 ‘NEXEN’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프로야구 파행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히어로즈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넥센타이어와 히어로즈의 동행은 초창기만 해도 '윈-윈'이었다. 창단 이후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히어로즈는 메인스폰서 계약 이후 빠르게 경영 안정을 이뤘다. 넥센타이어는 2012년 메인스폰서 계약을 2년 더 연장했다. 
 
계약 마지막 해인 2013년 넥센은 리그 4위를 차지하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이뤘다. 박병호, 서건창, 강정호 등 새로운 스타들을 대거 배출한 덕분에 팬들의 관심도도 커졌다. 넥센타이어와 히어로즈는 2014년 다시 2년 계약을 맺었고, 넥센은 재계약 첫해인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란 큰 성과를 거뒀다. 
 
히어로즈는 넥센타이어 외에도 70개 이상 기업과 다양한 형태의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당연한 이유로 구단 수입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창단 첫해 115억 원이던 히어로즈 구단 매출은 스폰서 계약 4년 차인 2013년엔 238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프로야구의 인기 급상승에 힘입어, 넥센타이어의 가치가 오른 건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2015년 이후 위기 맞은 공생 관계, 파국으로 가나
 


 
넥센타이어와 히어로즈의 공생은 2015시즌이 끝난 뒤 잠시 위기를 맞았다. 당시 히어로즈 구단은 일본계 대부업체 JT 금융그룹과 메인스폰서 계약 추진을 추진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여론으로 계획을 접었고, 결국 다시 넥센타이어와 2016년 3년 계약을 체결했다. 스폰서 금액도 연 100억 원대로 올랐다.
 
히어로즈는 새 스폰서 계약 체결에 박병호 포스팅 금액(140억 원), 고척스카이돔 이전 효과 등이 맞물리며 2016년 창단 이후 처음 장부상 흑자를 기록했다.
 
2015년 166억 원 대였던 광고 수입은 2016년 230억 원으로 증가했고, 입장 수입도 2015년 53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올랐다. 중계권료와 KBO에서 받은 기타 수입도 19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상승했다. 2015년 411억 원이던 넥센 매출액은 2016년 626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히어로즈 구단의 이익 증가에 반해 넥센타이어가 누리는 스폰서 효과는 해가 갈수록 둔화했다. 넥센타이어는 스폰서 계약 전인 2009년 매출액 9,662억 원으로 1조 원에 조금 모자랐다. 그러다 스폰서 계약 4년째인 2013년엔 매출액 1조 3,800억 원울 기록했다. 4년 만에 매출액이 4천억 원 이상 증가한 셈이었다.
 
2016년 전자공시 기준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넥센타이어의 매출액은 1조 4,906억 원이다. 2013년에 비해 3년간 약 1,100억 원이 증가했다. 물론 매출액 증감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넥센타이어가 스폰서 계약 초기만큼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넥센타이어는 이미 건실한 기업 경영으로 브랜드가 홍보될 만큼 된 상태다. 
 
그럼에도 넥센타이어는 히어로즈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구단 운영, 경영에 일체 간섭하는 일 없이 히어로즈 지원에 집중했다. 넥센타이어 측은 "프로야구는 전국민의 최고 여가생활"이라며 "그 여가생활이 발전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기여'란 판단 아래 지금껏 손익을 계산하지 않고, 히어로즈를 후원해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히어로즈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법원을 드나드는 신세가 되면서, 넥센 구단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재계에선 “야구단뿐만 아니라 넥센타이어 이미지마저 손상됐다”며 “전폭적인 지원 외엔 한 게 없는 넥센타이어가 소비자로부터 부정적 브랜드로 낙인찍힐까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  2월 2일 이장석 전 대표가 법정 구속된 뒤 넥센타이어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넥센타이어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서울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경영진은 한국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운동에만 전념해온 선수들, 그리고 많은 후원사의 믿음을 저버린 채,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당사는 현재의 서울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경영 및 구단 운영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앞으로 좀 더 투명하고 건전하며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으로 거듭나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안과 일정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선수단과 팬의 혼란을 우려해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넥센타이어의 공식 입장문을 접한 야구계 인사들은 “넥센타이어가 ‘히어로즈 구단의 경영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스폰서 계약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히어로즈 구단이 지금처럼 구단 정상화에 미온적이라면 넥센타이어가 메인스폰서에서 물러나도 할 말이 없다”는 말로 히어로즈 구단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재계의 예상 "넥센타이어가 메인스폰서 계약을 중단할 경우, 넥센 자금 흐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
 


 
모기업 없이 구단을 운영하는 히어로즈에 메인스폰서 존재는 절대적이다. 히어로즈는 대기업 구단처럼 계열사 지원이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손금을 보전해줄 그룹 계열사도 없다. 스스로 자금을 충당해야 하는 처지다.
 
넥센은 그간 ‘자산유동화’ 기법으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해 왔다. 티켓판매 대행채권, 중계권 채권은 물론 메인스폰서 후원금 등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자산을 금융회사에 신탁하고,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했다. 
 
야구계에선 히어로즈가 2016년부터 넥센타이어와 3년 계약을 맺은 뒤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상당한 자금을 확보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재계에선 넥센타이어가 메인스폰서 계약을 중단할 경우, 넥센 자금 흐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야구계가 상상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히어로즈 구단 스스로가 '구단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야구계의 시선은 비관적이다. 한 야구해설위원은 "히어로즈 구단이 겉으론 '탈(脫) 이장석'을 외치지만, '친(親) 이장석의 사람들'로 채워준 경영진만 봐도 여전히 '이장석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장석 전 대표가 '지분 40%를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에게 양도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계속 대주주로 남아 있는 한 '히어로즈 정상화'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29일 엠스플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히어로즈 박준상 대표는 "넥센타이어가 스폰서비를 계속 지급 중이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현재까지는 그렇고요"라며 "(넥센타이어와)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대표의 답변이 거짓으로 밝혀지는 덴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히어로즈는 엠스플뉴스의 '넥센타이어, 히어로즈 스폰서비 지급 유보' 제하의 기사가 나간 뒤 한 시간도 안 돼 "넥센타이어에서 3월분 스폰서비 12억 원을 아직 주지 않은 게 맞다"고 밝혔다.
 
대표가 바뀌었어도 히어로즈 경영진은 여전히 거짓말로 야구계에 '빈볼'을 던지고 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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