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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왕웨이중 열풍’, NC는 조심스럽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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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1 (토)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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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4.01 (일) 11:00

                           
| NC 다이노스에 ‘타이완 특급’이 탄생했다. 뛰어난 실력과 스타성까지 겸비한 '왕웨이중 열풍'이 KBO리그를 강타할 조짐이다. 하지만 NC는 왕웨이중 특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엠스플뉴스]


 


‘타이완 특급’의 탄생이다.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왕웨이중이 2경기에서 2승을 거뒀다. 3월 24일 개막전에서 LG 상대 7이닝 1실점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뒤, 30일 사직 원정에서도 롯데 타선을 6이닝 2실점으로 제압하며 승리했다. 역대 외국인 투수 중에도 손에 꼽을 만큼 인상적인 출발이다.


 


좌완 왕웨이중은 최고 152km/h에 달하는 빠른 볼에 140km/h대 커터와 130km/h 후반에 달하는 슬라이더를 던진다. 여기에 미국 시절 즐겨 던진 체인지업과 커브도 있다. 투구 템포가 워낙 빨라 타자들은 생각할 틈도 없이 왕웨이중의 페이스에 말려든다. 같은 구종도 구속을 다양하게 조절하며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다. 앞으로 더 좋은 투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스타 기질도 돋보인다. 카메라 렌즈가 자신을 향하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 눈을 맞춘다. 소위 말하는 ‘굴욕샷’이 거의 없다. 24일 개막전에서 만원 관중과 수많은 취재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지만, 긴장한 티를 내기보단 오히려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미 NC 연고지인 창원에서 왕웨이중은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올랐다. 경기가 끝난 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수많은 팬이 몰려들어 왕웨이중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는다. NC 관계자는 “요새 퇴근하는 데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리는 선수가 왕웨이중이다. 요즘만 봐선 나성범, 박민우에 못지않은 것 같다”고 했다.


 


타이완 현지 뜨거운 관심, 중계권 판매도 눈앞


 




 


타이완 현지에서의 관심도 뜨겁다. 데뷔전인 24일 마산야구장에는 7개 매체에서 나온 14명의 타이완 취재진이 몰렸다. 개막 전날부터 마산에 도착해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각종 인터뷰를 진행하고, 스케치 영상을 촬영했다. 메이저리그만 15년 동안 취재한 베테랑 야구 전문기자까지 마산야구장에 파견했다. 


 


이들은 왕웨이중 경기만 보고 바로 떠나지 않았다. 이튿날에도 10명의 취재진이 남아 NC 경기를 취재했다. 심지어 월요 휴식일이 지난 뒤인 27일에도 마산에 남은 취재진이 있었다. 이들은 왕웨이중이 다음 등판을 준비하며 훈련하는 모습, 재비어 스크럭스 등 다른 외국인 선수를 취재했다.


 


마치 박찬호의 미국 진출 초기가 연상되는 장면이다. 당시 한국에서는 수많은 취재진이 미국에 건너가, 박찬호의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취재했다. 당시 한국 스포츠신문이 박찬호 소식으로 도배됐던 것처럼, 24일 이후 타이완 현지 포털사이트와 각종 매체도 왕웨이중 기사로 뒤덮였다. 


 


NC 유영준 단장은 “올 시즌 타이완 취재진이 계속해서 마산야구장을 찾을 예정”이라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이 원정 경기에도 올 가능성이 있어 다른 구단에서도 타이완 취재진 대응을 생각해야 한다. 한 서울 구단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해외 미디어의 기자실, 관중석 이용은 어렵다. NC 측의 공식 요청이 오면 관련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KBO리그와 타이완 방송사의 중계권 협상도 진행 중이다. KBOP 류대환 대표이사는 “세 군데 정도와 중계권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타이완에 중계권을 판매해 높은 이익을 얻는 것보다는, 한국야구를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중계권 판매는 왕웨이중 경기만 별도 판매하는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전 경기 중계권을 판매하고, 여기서 방송사가 원하는 경기를 방송하는 형태가 된다. 왕웨이중 등판 경기를 위주로 중계방송할 가능성이 높지만, 경우에 따라선 NC의 다른 경기나 KBO리그 올스타전 등도 소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야구의 높은 인기와 흥미로운 경기 내용을 타이완에 알릴 좋은 기회다.


 


왕웨이중 열풍, 그 뒤엔 ‘양안 관계’ 난제 있다


 




 


이처럼 왕웨이중은 스타가 되기 위한 모든 조건을 한 몸에 갖춘 선수다. 좌완 강속구 투수라는 축복에 뛰어난 기량, 스타 기질, 타이완 출신이라는 희소성까지 두루 갖췄다. 자국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선수라는 점도 왕웨이중의 스타성을 높이는 요소다.


 


하지만 왕웨이중 열풍은 한편으로 NC 구단에 까다로운 숙제이기도 하다. '정치'가 문제다. 왕웨이중의 출신지인 ‘타이완’은 분명 독자적 정부와 체제를 갖춘 독립 국가지만, 공식적으로는 독립국가가 아니다. 홍콩처럼 중국의 일부면서, 중국과는 다른 체제를 가진 지역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중화민국’이란 타이완 정식 국호를 사용하거나 타이완 국기를 흔드는 행위는 중국에서 절대 금기에 속한다. 2015년 트와이스 멤버 쯔위의 ‘마리텔’ 사태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쯔위가 방송에서 타이완 국기를 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중국 네티즌부터 시작한 논쟁이 나중엔 타이완 총통, 중국 공산당 관보까지 관심을 두는 대형 사태로 번졌다. 


 


당시 중국에선 쯔위를 향해 ‘타이완 독립주의자’라고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소속사인 JYP는 “쯔위는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존중한다”며 사과문을 냈지만, JYP 소속 다른 연예인의 중국 행사가 취소되는 상황을 막진 못했다. 결국 쯔위의 ‘석고대죄’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온 뒤에야 논란이 사그라 들었다. 


 


중국 베이징에서 특파원으로 활동 중인 중국 전문 기자는 “양안 관계는 사드 문제보다 100배 이상 중국에 민감한 문제다. 한국인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타이완과 중국의 관계를 생각하면, NC에서 ‘뜨거운 감자’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타이완 사이의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가 갖는 특수성이 있다. 이 때문에 순수한 스포츠 영역에서도 언제든 논란의 불씨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가령 마산 관중석에 중화민국 국기가 등장하고, 이게 중계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노출되는 상황이다. 또는 타이완 팬이 손에 국기를 들고 왕웨이중과 사진을 찍는 상황, 인터뷰 중에 별 뜻 없이 한 말이 다르게 해석되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마산야구장엔 외국인 선수들의 출신 국가인 미국 성조기가 태극기, 구단기와 함께 걸렸다. 올해부턴 태극기와 구단기 외에 다른 기는 게양하지 않는다. JYP가 논란 소지를 없애기 위해 회사 홈페이지에서 소속 아티스트의 출신 국가 표기를 없앤 조치를 연상하게 한다. 


 


NC와 왕웨이중은 지금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내딛는 중


 




 


NC 관계자는 “선수에게 이 부분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구했다. 우리는 야구로 이야기해야 한다. 정치적인 논란이 되거나, 오해를 살 소지가 있지 않은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고 선수도 양해해 줬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왕웨이중이 타이완이 아닌 다른 국가 출신이었다면, NC에선 왕웨이중의 인기를 활용해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마케팅을 펼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 때문에 왕웨이중 특수를 100%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NC 마케팅 관계자는 “구단이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기보단,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타나길 선호하는 쪽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왕웨이중 열풍은 이미 시작됐다. KBO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한국야구의 영역을 넓힐 좋은 기회가 NC의 왕웨이중 영입을 통해 찾아왔다. KBOP 류대환 대표는 "그간 KBO가 중국 등 국외 시장 진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왕웨이중을 통해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기회엔 한편으로 외발자전거를 타며 저글링하듯 아슬아슬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케팅에서, 홍보에서, 각종 표현과 뉘앙스를 조절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건 기술이라기보단 차라리 ‘예술’에 가까운 영역이다. 


 


베이징 주재 중국 전문 기자는 “타이완 출신 선수를 영입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을 거다. 어려움 속에서도 NC가 노력하는 모습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NC와 왕웨이중은 지금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내딛는 중이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길이 생겼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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