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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고개 숙여 인사한 정성훈 “과분한 사랑 받았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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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1 (토) 09:22

                           



[엠스플뉴스]
 
3월 30일 잠실구장에선 ‘전통의 라이벌’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가 맞붙었다. 뜨거운 응원전 속에서 양 팀 팬들이 한마음으로 뭉친 순간이 있었다. 바로 등 번호 ‘56번’이 등장했을 때였다.
 
‘56번’은 KIA 내야수 정성훈의 등 번호다. 지난해 KIA 이적 뒤 처음으로 잠실구장을 방문한 정성훈은 이날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LG 시절인 2015년 4월 24일 마산 NC 다이노스전 이후 무려 1,071일 만의 3루수 선발 출전이었다.
 
KIA 김기태 감독은 29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시즌 처음 선발 출전해 3안타 1홈런으로 맹활약한 정성훈을 LG전에도 선발 투입했다. 물론 전 소속팀이었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김 감독은 “주전 3루수인 이범호가 개막 뒤 5경기 연속으로 선발 출전했다. 어제 광주에서 서울로 이동했기에 체력 안배 차원에서 정성훈을 3루수로 기용한다. 정성훈은 어깨가 좋아져서 3루수 수비 소화에도 문제가 없다. 다만, (전 소속팀과 붙는 상황이라) 감독으로서 더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3년 만에 선발 3루수로 출전하는 정성훈도 경기 전 “어디에서든 잘해야 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과 정성훈의 솔직한 대화도 오갔다. 김 감독은 3루수 수비 펑고 훈련을 마치고 들어오는 정성훈에게 “몸은 괜찮나”라고 물어봤다. 이에 정성훈은 “알이 배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그러면 내일 쉬게 해줄게”라고 웃으며 답했다.
 
정성훈 이렇게라도 LG 팬들에게 인사 드려서 다행이다.
 
 
9년 간 활약했던 LG를 올 시즌 처음 상대하기에 정성훈에겐 더 뜻깊은 날이었다. 정성훈은 이날 경기장에 도착한 뒤 훈련 중인 LG 코치진 및 선수에게 반갑게 달려가 인사를 나눴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글러브를 놔두는 걸 깜빡하고 스트레칭을 하러 갈 뻔 한 정도였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LG 팬들에게 인사하는 순간이었다. 정성훈은 이날 2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이미 등 번호 ‘56번’이 보이는 순간 양 팀 팬들은 저절로 기립했다. 저벅저벅 타석으로 걸어간 정성훈은 구심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뒤 3루 측 KIA 팬들에게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한 뒤 1루 측 LG 팬들에게도 다시 고개 숙여 인사했다.
 
KIA 팬들에겐 고향에 돌아왔단 반가움의 인사를, LG 팬들에겐 미처 제대로 된 인사를 못 하고 떠났던 아쉬움의 인사를 전한 정성훈이었다. 정성훈의 인사에 양 팀 팬들은 함께 “정성훈”을 환호하면서 경기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너무 힘이 들어간 탓이었을까. 정성훈은 이날 3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이날 승리는 KIA의 몫이었다. KIA는 선발 헥터 노에시의 6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와 마무리 김세현의 시즌 첫 세이브에 힘입어 4-3 한 점 차 리드를 지켰다.
 
팀이 승리했기에 경기가 끝난 뒤 정성훈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 정성훈은 “나도 모르게 ‘오버’한 것 같다. 무얼 보여주고픈 마음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9년 동안 내 실력에 비해 너무 과분한 사랑을 LG 팬들에게 받았다. LG 팬들에게 제대로 된 인사도 못 드리고 갔는데 이렇게라도 인사드려서 다행이다.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했다. 양 팀 팬들이 다함께 환호해주셔서 너무 좋았다”라며 뭉클한 심정을 내비쳤다.
 
실제로 1루 쪽에선 정성훈의 LG 시절 ‘16번’ 유니폼을 입은 LG 팬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갑작스러운 이별 뒤 달라진 정성훈의 유니폼이 낯설게 느껴지는 듯 보였다. 과분한 사랑이 아닌 당연히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한 선수였단 걸 보여준 하루였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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