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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의 하드아웃] 신속한 응급조치에도 막지 못한 비보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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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9 (목) 11:22

                           


 
[엠스플뉴스]
 
야구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3월 28일 LG 트윈스-넥센 히어로즈 경기가 펼쳐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발생한 사고다. 경기를 관전 중이던 한 남성 관중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안타깝게도 이 관중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오후 8시께 숨을 거뒀다.
 
'신속한 응급조치'로도 막을 수 없던 비극이었다. 홈구장에서 야구팬이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넥센 구단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긴박했던 15분, 신속했던 응급조치. 그러나… 
 


 
3월 28일 오후 6시 34분 고척돔. LG 트윈스 박용택이 타석에 들어설 때였다. 고척돔 'T13 구역'에서 경기를 관전 중이던 한 남성 관중이 안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안경을 주우려 고개를 숙이던 관중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건 바로 이때였다. 함께 야구를 관전하던 일행은 쓰러진 남성의 상태를 확인하고서 신속하게 구장 보안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사고 발생 1분 만인 6시 35분. 넥센 채병권 보안팀장이 현장에 도착했다. ‘환자의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채 팀장은 즉각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 사이 구장 안에서 대기 중이던 응급구조사 안영진 씨와 이소은 씨가 '자동 심장 제세동기(AED)'를 들고서 발 빠르게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응급구조사들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뒤 매뉴얼에 따라 침착하게 AED를 작동했다. 신속한 심폐소생술과 AED 작동으로 정지됐던 환자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환자의 심장박동이 ‘돌아왔다, 멈췄다’를 반복하던 시점에 119 구급대원들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건 6시 45분이었다. 구장 내 응급차가 환자 수송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미 119 구급차도 신고를 받고 달려온 터였다.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들것'에 싣고서 구급차로 향했다.  
 
넥센은 구급차가 대기하던 VIP 주차장 쪽으로 환자를 실은 들것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모든 통로를 개방했다. 6시 50분 들것이 구급차에 도착했고, 구급차는 곧바로 고척돔 인근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으로 이동했다. 
 
당시 넥센 관계자는 “환자가 의식을 되찾은 상태로 구급차에 탑승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때만 해도 신속한 초동조치로 꺼져가는 한 생명이 기적적으로 살아난 듯 싶었다. 하지만, 2시간 후 비보가 전해졌다. '환자가 병원에서 다시 의식을 잃고서 결국 숨을 거뒀다'는 비보였다.
 
갑작스런 사고 소식에 '비통'한 넥센
고대 구로병원 도착한 고형욱 단장 “정말 안타까운 일
  
 
넥센 구단 직원들은 구급차를 따라 고대 구로병원까지 이동한 상태였다. 넥센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환자가 오후 8시께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응급조치와 환자 후송까진 잘 됐지만, 환자 상태가 위중했다"며 "많은 분의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온 힘을 다해 응급구조에 임했던 구단 직원들과 응급구조사들은 비보를 듣고, 고갤 떨궜다. 한 응급구조사는 “환자가 의식을 되찾은 상태에서 병원으로 호송돼 좋은 소식이 들리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의 바람과 달리 비보가 전해져 마음이 아프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넥센 고형욱 단장은 비보를 전달받자마자 곧바로 고대 구로병원으로 뛰어갔다. 고 단장은 숨을 거둔 야구팬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의 뜻을 전했다.
 
고 단장은 “29일 오후께 정확한 장례 일정이 나온다고 들었다"며 "장례 일정을 전달받으면 다시 병원을 찾아 유가족분들께 넥센 구단을 대표해 애도의 뜻을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통 구장 내 사고가 터지면 '초동조치 실패'와 '우왕좌왕하는 응급구조 시스템' 그리고 '미온적인 구단 대처'가 문제로 등장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구단과 응급구조사들은 발 빠르게 환자를 살리려 노력했고, 병원 후송도 신속했다. 병원에서도 환자를 살리려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소중한 한 생명을 살리지 못했다. 넥센 구단과 응급구조사들이 더 가슴 아파하는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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