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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의 하드아웃] 예의 바른 동생 첫승 지킨 ‘빡빡이 형’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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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8 (수) 13:44

                           
SK 와이번스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는 박정배를 '빡빡이 형'으로 부른다. 박정배는 그런 산체스를 '예의 바른 동생'이라고 한다. '빡빡이 형'이 '예의 바른 동생'의 KBO리그 데뷔 첫 승을 지켜준 순간을 엠스플뉴스가 함께했다.
 


 
[엠스플뉴스]
 
“빡빡이 형!”
 
3월 27일 kt 위즈전을 끝낸 SK 와이번스 더그아웃. 갑자기 이곳에서 어설픈 한국말이 흘러나왔다. 순간, SK 클로저 박정배가 고갤 돌리는 게 보였다. 박정배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을 '빡빡이 형'으로 부른 이와 우정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박정배를 ‘빡빡이 형’으로 부른 이는 바로 SK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였다. 이날 산체스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t를 상대로 대망의 KBO 첫승을 거뒀다.
 
산체스가 처음 배운 한국어, ‘빡빡이 형’!
 


 
경기가 끝나고 산체스는 기자에게 “SK에 합류하고서 가장 먼저 배운 한국말이 ‘빡빡이 형'이었다”고 귀띔했다. 
 
사연은 이랬다. 2월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 열린 SK 1차 스프링캠프에서 모든 게 낯선 산체스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준 동료가 있었다. 같은 투수조인 박정배였다. 박정배는 산체스에게 “앞으로 날 '빡빡이 형으로 부르라”고 했고, 산체스는 이후 박정배를 '빡빡이 형'으로 부르며 친형처럼 따랐다. 
 
“많은 팀 동료가 절 친절하게 대해줬어요. 그 중 ‘빡빡이 형’은 제게 가장 많은 조언을 들려준 동료입니다. 캠프에서 정말 고마웠어요(웃음)." 산체스의 말이다.
 
박정배는 산체스가 자신을 ‘빡빡이 형’이라고 부르는 걸 내심 좋아하는 눈치다. “‘형’이란 말이 마음에 들어요. 산체스가 외국인 투수인데도 절 '형'으로 부를 때마다 뭐랄까. 절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져 한편으론 고맙기도 합니다." 박정배의 말이다. 
 


 
 
사실 이날 산체스의 데뷔전이 열리기 전, 박정배는 '어떻게든 산체스의 승리를 지켜주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 터였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겠어요? 제겐 모든 우리팀 선발투수가 다 소중합니다. 그럼에도 산체스의 데뷔전만큼은 꼭 지켜주고 싶어요. 좋은 결과를 내야 자신감을 얻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 잘 던질 수 있으니까요.”
 
'빡빡이 형'의 바람이 산체스에게 전달된 것일까. 산체스는 위력적인 투구로 kt 타자들의 혼을 ‘쏙’ 빼놨다. 
 
산체스 첫 승의 수호천사, 빡빡이 형
 


 
산체스는 KBO리그 데뷔전에서 kt 타선을 상대로 6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쾌투를 펼쳤다. 6이닝을 책임지는 데 필요했던 투구수는 90개. 최고 구속은 154km/h였다. 
 
쾌투를 펼쳤지만, 쾌투가 곧장 산체스의 첫승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kt가 7회 ‘슈퍼루키’ 강백호의 3점 홈런과 8회 황재균의 솔로 홈런으로 SK를 5대 8까지 추격했기 때문이다.
 
9회 초 kt의 마지막 공격. SK 마운드에 오른 이는 ‘빡빡이 형’ 박정배였다. “산체스에게 첫 승을 선물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오른 박정배는 혼신의 힘을 다해 투구했다.
 


 
박정배는 김동욱과 강백호를 연이어 삼진으로 잡고서 이해창마저 2루수 땅볼 아웃으로 처리했다. 게임 끝. 산체스의 KBO리그 데뷔 첫 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산체스는 “KBO리그 첫 승을 거둬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도 이 느낌을 계속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승리 소감을 밝혔다. 산체스는 자신의 승리를 지켜준 박정배를 향해서도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빡빡이 형’은 우리 투수진의 리더입니다. 저를 항상 잘 챙겨줘 고마운 마음이에요. 오늘은 제 KBO리그 첫 승리까지 지켜줬습니다. 빡빡이 형! 정말 고맙습니다(웃음).” 
 
박정배는 거듭 고마움을 나타내는 산체스에게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산체스는 정말 예의 바른 외국인 투수입니다. 좋은 투구를 한 오늘처럼 앞으로도 우리 팀 선발진의 중심으로 맹활약해줬으면 좋겠어요(웃음)." 
 
‘빡빡이 형’ 박정배와 ‘예의 바른 동생’ 산체스의 동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두 이의 동행이 시즌 끝까지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SK는 더 큰 무대를 향해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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