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상에도 자리 지킨 권순찬 감독, 승리로 보답한 선수들
KB손해보험, 풀세트 접전 끝에 대한항공 꺾고 '봄배구' 불씨 살려
(의정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경기 전에 만난 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권순찬 감독은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다.
권 감독은 25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대한항공과 5라운드 첫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으로 두 라운드 남았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총력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의에 찬 각오와는 달리 그 말은 예전처럼 덤덤한 톤이었다.
가볍게 농담도 섞었고, 인터뷰 뒤에는 "하위권 감독에게 질문이 너무 많다"며 취재진에게 웃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권 감독이 이끄는 KB손보는 이날 대한항공과 풀세트 접전을 치러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6위 KB손보는 3연패에서 벗어나며 '봄 배구'의 희망을 되살렸다.
2위 대한항공이라는 '대어'를 낚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 환호성을 지르며 부둥켜안았다.
2세트 듀스 접전에서 31-29로 승리하고, 마지막 5세트에서도 13-13까지 피 말리는 혈전을 펼친 끝에 따낸 값진 승리였다.
누구보다 승리가 기뻤을 권 감독은 그러나 경기 후에는 볼 수 없었다. 이영수 KB손보 사무국장이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했다.
권 감독은 전날 장인상을 당하고도 5세트까지 진행된 이날 경기를 끝까지 지켰다.
하지만 내일이 발인이라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승장 인터뷰를 거르고 부산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한걸음에 달려간 것이다.
자칫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흔들릴까 봐 권 감독은 경기 전이나 경기 중이나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구단을 통해 부고를 띄우지도 않았다.
감독에게 힘을 불어넣고 싶어서였을까. KB손보 선수들은 전에 없이 힘을 냈다.
4라운드까지 고비에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던 KB손보 선수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5라운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수황은 "경기 전에 감독님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선수들끼리 뭉쳐서 잘해보자고, 감독님도 힘드신데 우리가 더욱 힘을 내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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