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리 '인종차별' 공중 현수막에 당혹…"맨시티에 사과"
"반드시 범인 찾기를"…경기는 0-5 완패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맨체스터 원정길에 오른 잉글랜드 프로축구 번리가 갑자기 등장한 인종차별적 현수막 때문에 홈 팀인 맨체스터 시티에 사과했다.
영국 방송 BBC 인터넷판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 번리의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경기에서 인종차별적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킥오프 직후 '백인 목숨도 소중해 번리(White Lives Matter Burnley)'라고 적힌 현수막을 매단 비행기가 한동안 경기장 위를 돌면서 비행했다.
이에 대해 번리 구단은 성명을 내고 "모욕적인 현수막을 매단 문제의 비행기에 책임 있는 모든 이들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인종차별 철폐 운동 지지에 힘써 온 EPL과 맨시티에 사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국에서 벌어진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으로 촉발돼 전 세계로 번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서 '흑인 목숨도 중요해(Black Lives Matter)'는 가장 대표적인 구호로 꼽힌다.
EPL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멈춰 섰던 EPL은 리그 재개 뒤 모든 선수가 유니폼에 자신의 이름 대신 '흑인 목숨도 중요해' 구호를 넣도록 한 바 있다.
선수들은 킥오프 전 무릎을 꿇으며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고 있다.
이날 경기 시작 직전에도 번리와 맨시티 선수들은 무릎을 꿇었다. 이때 인종차별 철폐 시위를 비꼬는 '백인 목숨도 중요해 번리' 현수막을 단 문제의 비행기가 경기장 위를 비행한 것이다.
번리는 "우리 홈구장인 터프무어에 와서는 안 될 사람이 누구인지 반드시 밝혀지기를 희망한다"면서 이번 사안에 대한 사법당국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은 번리 선수단 분위기를 흔들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번리 주장인 벤 미는 BBC와 인터뷰에서 "정말 부끄러웠고, 당황스러웠다"면서 "하늘에서 그런 광경이 펼쳐져 우리 선수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미는 "그런 짓을 한 팬들은 우리 번리 지지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변했다.
번리는 맨시티 필 포덴과 리야드 마레즈에게 두 골씩을 내주고 다비드 실바에게도 한 골을 실점해 0-5로 참패했다.
승점 63점을 쌓은 2위 맨시티는 전날 에버턴과 비긴 1위 리버풀과 격차를 승점 20점으로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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