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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의 하드아웃] 거인이 된 이병규 "LG 유니폼 줄무늬, 이렇게 진했나요?"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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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0 (목) 13:22

                           
지난해 겨울 LG 트윈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이병규에겐 더 이상 ‘작은’이란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다. 이병규는 이제 ‘거인’이다.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이병규에게 잠실야구장은 ‘고향’이다. 
 
2006년 LG 트윈스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성한 이병규는 12년 동안 잠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5월 8일 롯데 이병규가 ‘생애 첫 LG 원정’을 치르며, 묘한 감정을 느낀 이유다. 
 
경기 전 LG 선수단은 하나같이 격한 반가움을 표현하며, 이병규를 환영했다. 이병규 역시 친정팀 선·후배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병규가 LG 선수들과 조우하는 장면은 상당히 낯선 풍경이었다.
 
반가움은 같지만, 목표는 달라졌다. 2018년 롯데에서 ‘선수 생활 2막’을 연 이병규는 가슴 속에 ‘롯데 우승’이란 새 꿈을 품고, 전진한다. ‘잠실 LG전 원정’에 나선 ‘거인 이병규’의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롯데의 이병규, '끈질김'으로 무장하다
 


 
롯데 자이언츠 이적 후 활약이 놀랍습니다. ‘국가대표급’이라 불리는 롯데 외야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요. 
 
2차 드래프트에서 롯데가 저를 선택한 건 ‘맡길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제 역할은 ‘빈자리 채우기’입니다. 이젠 풀타임을 소화할 정도로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으니까요(웃음). 
 
‘빈자리 채우기’라 하기엔 너무 화려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웃음). 기록만 보면, ‘주전 멤버’라 불려도 손색이 없어요.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 시즌 반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단지 운이 좋았어요. 지금은 제게 과분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주전 멤버로 활약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요. 하지만, 큰 욕심은 없습니다. 롯데 승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는 것, 그게 제가 바라는 것 전부에요.
 
지난해 LG 트윈스에선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롯데에선 일정한 리듬에 따라 출전기회가 주어지고 있는데요. 이 부분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LG와 롯데의 환경이 다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환경 변화가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하기 힘들잖아요. 아직 시즌 초반입니다. 제 성적이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지 역시 확신할 수 없는 대목이에요.  
 


 
올 시즌 풀카운트 상황에서 성적이 상당히 돋보입니다. KBO리그에서 6번째로 많은 풀카운트 상황을 유도했는데요. 
 
그런 것도 있습니까(웃음)? 전혀 몰랐습니다. 
 
유난히 타석에서 ‘끈질긴 승부’를 펼치고 있습니다. 31차례 풀카운트 접전에서 무려 17번이나 볼넷으로 출루했습니다. 풀카운트 상황에서 가장 많은 볼넷을 골라낸 KBO리그 타자가 이병규인데요.
 
전혀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뜻하지 않게 좋은 결과가 나온 듯해요. 하지만, 볼넷을 고른 게 그렇게 자랑스럽진 않습니다. 볼넷을 골라낼 때마다 사실 제 마음이 더 불안해지기 때문이에요.
 
마음이 불안하다?
 
저는 ‘공을 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타자입니다. 볼넷을 의식하다보면, 타격 포인트가 뒤로 밀려요. 그러면, 좋은 타구를 생산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볼넷으로 1루에 걸어 나가면, 마음속으로 ‘다음 타석에서도, 타격 포인트를 유지하자’고 끊임없이 제 자신을 채찍질하는 이유입니다.
 
볼넷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풀카운트 타율 역시 0.357로 리그 1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풀카운트 OPS(출루율+장타율)는 1.567로 리그 3위입니다. 기록을 보면, ‘이병규가 야구를 악착같이 하나’란 생각이 들어요(웃음).
 
생각보다 기록이 좋네요(웃음). 사실 ‘악착같이 한다’는 것보다 야구를 즐기려는 마음이 큽니다. 무엇보다 롯데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감독님 역시 선수들에게 정말 잘해주십니다. 즐거운 마음이 샘솟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롯데 우승 위해 이 한몸 불사를 것"
 


 
12년 동안 정들었던 잠실야구장을 찾았습니다. 롯데 이적 후 처음으로 LG 트윈스 원정은 처음인데요. 감회가 남다를 듯합니다. 
 
설레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12년 동안 정든 곳에 오랜만에 왔으니까요. LG 유니폼의 줄무늬가 이렇게 진한지 처음 느꼈습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줄무늬가 정말 진하더라고요(웃음).
 
상대 팀 선수로 잠실을 찾은 ‘작은 이병규’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많았습니다.    
 
롯데로 이적했음에도, 열띤 응원을 보내주는 LG 팬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롯데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해요. 여기서 최선을 다하면, LG 팬들도 “이병규가 새 소속팀에서 열심히 하는구나”라며 기뻐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LG를 떠난 다른 선수들도 똑같은 마음일 거에요. (정)성훈이 형도 그렇고, (손)주인이 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젠 ‘LG 작은 이병규’가 아닌 ‘거인 군단 이병규’가 됐습니다. 롯데 이병규는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야구를 잘하는 이병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열심히 준비하는 선수가 됐으면 합니다. 이제 야구할 날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아요. 간절함보다는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을 어필하고 싶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야구를 잘하는 이병규’로 기억되기 충분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병규를 데려오길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롯데를 후회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종적으론 롯데가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게 목표입니다. 
 


 
롯데가 ‘우승’으로 가는 길은 초반부터 상당히 큰 암초를 만났습니다. 개막 9연패로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는데요.
 
정말 힘들었습니다(웃음). 하지만, 롯데는 ‘우승’이란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연패 당시 ‘이적생’ 이병규가 느꼈던 팀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팀원 모두가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주장인 (이)대호 형은 “아직 130경기 넘게 남았다”며 팀원들을 다독였습니다. 조원우 감독님 역시 “야구는 선수가 하지만, 책임은 내가 진다”며 선수단 부담을 덜어줬어요. 덕분에 선수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롯데는 개막 9연패 늪을 빠져나온 뒤 16승 11패를 기록했습니다. 이제야 롯데의 야구가 본궤도에 오른 느낌인데요.
 
팀 성적은 ‘주식’과 비슷합니다. 흐름이 굉장히 불규칙해요. 상승세와 하락세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팀 분위기가 침체했을 땐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좋은 흐름에선 흐름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죠. 어느 팀에나 위기는 옵니다. ‘그 위기를 잘 극복해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승을 향한 무한도전', 인상 깊습니다. 그 과정에서 ‘롯데 이병규’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커지고 있는데요. 부산 팬 여러분께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긴 말 않겠습니다. 롯데가 우승할 수 있도록 이 한 몸 불살라 팀에 헌신하는 이병규가 되겠습니다.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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