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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끝판왕 부활 이끌 오승환의 '신무기'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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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0 (목) 13:22

                           


 
[엠스플뉴스]
 
최근 한국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선 오승환(35, 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다시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토론토의 기존 마무리였던 로베르토 오수나가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25인 로스터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토론토 지역지 <더 스타>는 9일(한국시간) "오수나의 고소 사건 여파는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토론토 구단은 오수나가 이탈한 마무리 자리에 누구를 기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CBS 스포츠'는 "최근까지 마무리를 맡았던 경험이 있는 오승환을 마무리로 기용하는 것이 '논리적인 베팅'이다"고 전했다.
 
확실히 임시 마무리가 필요한 토론토에게 오승환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오승환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에서 총 277세이브를, 2014년부터 2년간 일본에서 40세이브를, 빅리그에 데뷔한 2016년부터 2년간 40세이브를 기록한 베테랑 마무리 투수다.
 
 
 
오승환은 지난해 1승 6패 20세이브 59.1이닝 평균자책 4.10으로 부진했지만, 토론토로 이적한 올해는 1승 0패 1세이브 16.1이닝 평균자책 1.65으로 순항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점은 날이 갈수록 오승환의 구위가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4월 23일까지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피안타를 허용했던 오승환은, 오늘(10일) 경기를 포함해 7경기에서 단 1피안타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6일 탬파베이와의 경기에서는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약 1년 만에 멀티 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이런 오승환의 부활 비결은 단연 되살아난 슬라이더에서 찾을 수 있다. 
 
2018시즌 슬라이더에서 커터로 바뀐 28개의 공
 


 
빅리그 진출 이후에도 오승환의 '돌직구'는 언제나 위력적이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2016시즌(피안타율 .208)은 물론이거니와 부진했던 지난해조차도 오승환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248에 불과했다. 올해도 마찬가지. 오승환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179다. 
 
빅리그 진출 이후 오승환의 한 시즌 성적을 결정하는 구종은 늘 슬라이더였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2016년까지만 해도 패스트볼의 뒤를 잇는 확실한 결정구(피안타율 .164)였다. 하지만 2017년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417까지 치솟으면서 오승환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 4월 23일까지 오승환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400(15타수 6안타)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허용한 피안타 13개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따라서 올해 초반 오승환이 표면적인 성적에 비해 세부 성적이 좋지 못했던 이유 역시 슬라이더에서 찾을 수 있다.
 
한편, 오승환이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은 4월 23일 이후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9타수 무안타 피안타율 .000 탈삼진 4개를 기록 중이다(통계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 기준). '그런데 때마침 그 시점부터 오승환의 슬라이더에서 이상한 점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산하 MLBAM에서 운영하는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는 올해 4월까지 오승환의 구종을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5월부터는 여기에 한 구종이 더 추가됐다. 바로 컷 패스트볼(이하 커터)이다.
 
이에 따라 4월까지 슬라이더로 분류되던 28개의 공이 커터로 다시 분류됐다. 커터는 패스트볼처럼 날아가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날카롭게 횡 방향으로 움직임을 보이는 구종이다. 날아가는 속도와 움직임 면에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 정도다.
 
<베이스볼서번트>가 구종을 분류하는 기준은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와 무브먼트다. 따라서 오승환의 슬라이더 가운데 일부가 커터로 분류됐다는 것은, 오승환이 던지는 슬라이더가 속도와 무브먼트 측면에서 변화를 보였다는 뜻이다.
 
실제로 커터로 재분류된 공은 기존에 슬라이더로 분류되던 공에 비해 구속이 1.3마일(2.1km/h)가량 빠른 대신 분당 회전수가 100회 정도 줄었고, 좌우 움직임이 3cm, 상하 움직임이 5cm 정도 적다. 새로이 커터로 분류된 오승환의 공은 올 시즌 피안타율 .143을 기록 중이다.
 
새로운 슬라이더 또는 커터가 만들어낸 '터닝 포인트'
 


 
올해 초 필자는 '오승환의 슬라이더, 문제점과 해법은?'이란 칼럼을 통해 지난 시즌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망가진 이유로 1. 패스트볼보다 지나치게 낮은 릴리스포인트와 2. 패스트볼 궤적과 분리되는 지점이 지나치게 앞쪽에서 형성되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올 시즌 커터로 분류되고 있는 오승환의 공은 사뭇 다르다. 첫째, 릴리스포인트가 슬라이더와 패스트볼 중간 지점에 놓여있어 던지는 순간 다른 구종임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아졌다. 둘째, 타자 바로 앞에 다다르기 전까지 패스트볼 궤적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타자들은 릴리스포인트와 궤적 등으로 슬라이더임을 알고 치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오승환의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구별하기 어려워졌다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오승환이 최근 들어 호투를 펼치고 있는 이유다.
 
물론 그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베이스볼서번트>의 분류 기준은 오로지 '숫자'다. 오승환은 예전 방식대로 그저 슬라이더를 던졌을 뿐인데, 그냥 커터로 분류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공을 커터로 부를지, 슬라이더로 부를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점은 기존에 슬라이더로 분류되던 공이 커터로 새롭게 분류될 만큼 변화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오승환이 호투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추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안에 오승환이 다시 '파이널 보스'의 자리를 되찾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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