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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한 베이스 더’ 달라진 한화, 두려움 없는 야구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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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0 (목)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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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5.10 (목) 11:10

                           
| 한화 이글스가 달라졌다. 달라진 한화의 모습은 뛰는 야구에서도 드러난다. 두려움 없이 한 베이스 더 가는 공격적 주루를 시도하는 한화의 변화를 엠스플뉴스가 들여다 봤다.


 




 


[엠스플뉴스]


 


‘단독 3위’ 한화 이글스의 시즌 초반 행보가 경이롭다. 타격 성적을 봐도, 마운드 성적을 봐도 다른 팀보다 특별히 뛰어난 부분이 없는데 계속 이긴다. 지고 있던 경기 9회 상대 마무리를 두들겨 이기고, 팽팽한 접전 상황에서 날카로운 집중력을 발휘해 이긴다. 


 


한화 하주석은 “요새는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지고 있어도 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까지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가는 것 같다. 감독님 코치님이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기 보다는 자신감을 많이 주신다.” 9일 넥센전에서 이긴 뒤 하주석이 한 말이다. 


 


달라진 한화 야구는 선수들의 주루플레이에서 잘 드러난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뛰는 야구와 거리가 멀었던 팀이다. 뛸 만한 선수 자원도 많지 않았고,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 적극적 주루를 통한 뛰는 야구보다는, 주로 희생번트를 통해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는 야구를 했다. 


 


한화의 뛰는 야구, 지표로 드러난다


 




 


하지만 지난해 이상군 감독대행 부임 이후부터 조금씩 주루플레이에서 적극적인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용덕 감독과 새 코칭스태프가 합류한 올 시즌엔 더욱 눈에 띄게 뛰는 야구를 시도하고 있다.


 


작년 한화는 팀 희생번트 85개로 리그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는 10일 현재 희생번트 5개로 리그에서 가장 번트를 적게 댄 팀이다. 불과 1년만에 희생번트 최다 팀에서 최소 팀으로 변신한 한화다.


 


이제 한화는 1점을 얻기 위해 아웃카운트를 소모해 가며 추가 진루를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뛰는 야구로 추가 베이스를 노린다. 올해 한화의 팀 도루는 23개로 리그 5위다. 지난해 9위였던 팀이 올해는 부쩍 도루 시도가 늘었다. 전체 기회 대비 도루시도율도 7.8%로 리그 3위에 올랐다.


 




 


주루 지표에서도 달라진 면모가 드러난다. 올해 한화는 땅볼아웃 때 1루주자를 2루로 보낸 확률 29.2%로 전체 2위다. 땅볼아웃 때 2루주자가 3루로 진루한 확률도 59.4%로 리그 4위다. 주자 1루때 굳이 희생번트를 대지 않고서도, 주자를 다음 베이스로 보내며 ‘생산적 아웃’을 만들고 있다. 


 


전형도 작전주루코치는 “주루를 통해 희생번트와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희생번트는 한 명을 죽이면서 한 베이스를 보낸다. 하지만 선수가 조금만 공격적으로 하고, 태만하지 않으면 다음 베이스로 갈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전 코치의 말이다.


 


안타 때도 한화 선수들은 공격적으로 추가 베이스를 노린다. 한화는 단타 때 1루주자가 3루까지 간 비율 40%로 리그 전체 1위다. 소극적으로 2루에 멈추지 않고, 과감하게 3루까지 내달린다. 발빠른 제러드 호잉이나 이용규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단이 이런 플레이를 공유하고 있다.


 


공격적 주루를 펼친 결과, 한화는 총 추가진루 확률 43.2%로 KIA와 NC에 이어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죽어도 괜찮아” 뛰는 야구 독려하는 한화 코칭스태프


 




 


달라진 한화의 ‘뛰는 야구’는 누구보다 한용덕 감독이 바랐던 결과다. 한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수들에게 과감한 주루플레이를 강조했다. 한 감독은 “우리 팀이 달라지려면 더 공격적인 주루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과감함”이라고 했다.


 


한 감독은 전형도 코치와 고동진 코치에게도 “주루사를 신경쓰지 말고 공격적 주루를 펼쳐 달라”고 주문했다. 전 코치는 “실수가 나오면 선수가 아닌 코치가 책임지면 된다. 선수들에게 ‘욕은 내가 먹는다. 죽는다고 두려움을 갖지 말고 공격적으로 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있다”고 했다.


 


한 감독과 전 코치는 지난해까지 두산 베어스에서 코칭스태프 생활을 했다. 두산은 뛰는 야구에 적합한 발 빠른 선수, 주루 센스가 좋은 선수가 많은 팀이다. 반면 한화 선수들은 아직까지 뛰는 야구에 익숙하지 않다. 손발을 맞추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시행착오가 따른다. 한화는 도루 23개를 성공할 동안 실패 16개로 성공률 59%에 그쳤다. 주루사도 15차례로 LG(17회) 다음으로 많다. 하지만 한화 코칭스태프는 주루사를 해도 선수들을 질책하기보단 오히려 독려한다. 8일 경기 1루주자 김태균이 3루까지 뛰다 아웃됐을 때도 전 코치는 “박수를 쳐줬다”고 했다.


 


도루와 주루플레이는 순간의 반사적 판단이 결과를 좌우한다. 0.1초라도 머뭇대면 그 순간 바로 아웃된다. 감독이나 코치 눈치를 보느라, 결과가 두려워서 순간으로 망설이면 뛰는 야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 한 감독과 코치진이 선수들에게 ‘결과를 두려워 말라’고 주문하는 이유다.


 


전 코치는 “지금은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라 했다. “선수들에게 지금은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얘기한다. 실수하더라도 나중에 바로잡으면 된다. 실수해도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아직 한 템포 반 템포씩 늦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전 코치의 말이다.


 


한 감독도 “실수가 나와도 감독이 참으면 된다. 선수들이 다시 소극적이 되면 안 된다. 그래서 주루사를 당해도 뭐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이제 공격 루트가 좀 더 과감해지고 다양해진 것 같다”고 선수들의 변화하는 모습에 만족감을 보였다. 


 


지난 몇 년간 한화를 지배한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지면 안 된다는 두려움, 실수하면 2군에 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못하면 다음날 특타를 해야 한다는 공포가 소극적인 플레이를 낳았고, 선수들을 자꾸만 작아지게 했다. 


 


그랬던 한화가 올 시즌 달라지고 있다. 결과는 자신이 책임진다는 코칭스태프의 든든한 지원 아래, 선수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떨쳐내고 있다. 이제는 플레이에 두려움 대신 자신감이 가득하다. 한화의 시즌 초반 선전이 결코 우연이 아닌 이유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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