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원종현 "KS 우승 확정한 삼진, 가장 기억에 남을 것"
"철저한 전력분석의 결과…양의지가 잘 리드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한국시리즈(KS)의 마지막 순간에 삼진을 잡을 수 있을까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정말로 삼진을 잡았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마무리 투수 원종현(33)은 팀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가장 멋진 장면'으로 확정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원종현은 4-2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허경민과 정수빈을 각각 뜬공, 땅볼로 잡아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기고 두산 3번 타자 최주환과 마주했다. 평소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좌타자'다.
그러나 원종현은 초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1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포크볼로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을 잡아냈다. NC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됐다.
포수 양의지는 포효하며 마운드로 달려갔고, 원종현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내·외야의 선수들과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모두 이들을 향해 달려 나왔다.
원종현은 8일 연합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너무 좋았다. 그 기분을 '좋다'고밖에 표현 못 하겠다"며 "이왕이면 삼진으로 경기를 끝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제일 멋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NC는 올해 정규시즌에서도 우승했다. 그러나 정규시즌 우승은 지난 10월 24일 LG 트윈스와 무승부를 기록하고 다소 얼떨떨하게 확정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삼진으로 확정한 것은 NC 선수들에게 더욱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다.
양의지는 '눈을 떠 보니 마운드에 누워 있더라'라며 기쁨에 취해 잠시 정신을 잃었다고도 했다.
이에 원종현은 "제가 의지를 너무 세게 안았나 보다"라며 "그만큼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의지도 그랬겠지만, 저도 부담이 컸다"고 돌아봤다.
원종현은 당시 9회초를 앞두고 마운드를 향해 걸어가면서 '이 상황만 끝나면 우승이다'라는 것을 의식했지만, 이내 '우승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서 지우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마음을 내려놓고 평소 루틴대로 공을 던졌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사실 원종현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두산을 상대로 6경기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6.00으로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또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320에 달했기 때문에 두산의 강한 좌타자들을 제대로 막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좌타자를 잘 막아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전력분석에 더욱 집중했었다. 몸쪽 공을 잘 이용해 확실히 잡고 들어가고자 했다. 의지가 몸쪽 포크볼을 잘 리드해서 최주환을 삼진으로 잡았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원종현은 한국시리즈 1·3·5·6차전에 등판해 2세이브를 수확했다. 4경기 평균자책점은 '0'이다.
원종현은 에이스 선발투수인 드루 루친스키가 4차전에서 구원 등판해 9회까지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세이브 상황이어서 제가 나가야 했지만, 루친스키가 너무 잘 던져줬다. 이동욱 감독님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존중했다. 루친스키가 잘 던진 덕분에 제가 하루 쉬어서 5·6차전 연투를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다.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원종현은 2006년 LG 트윈스에 입단했지만 1군 경기에 한 번도 서지 못하고 방출된 아픈 기억이 있다. 팔꿈치 수술까지 받고 방황하던 원종현은 2011년 창단한 NC를 찾아갔고, 입단 테스트를 거쳐 다시 투수로 뛸 기회를 받았다.
이제 당당히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마무리투수로 거듭난 원종현은 "NC에서 처음 훈련할 때는 너무 간절했다. 1군에 올라가는 게 가장 큰 목표였기 때문에 이런 순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이렇게 우승해서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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