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맞대결 끝에 거둔 첫승, 이승호 "1승 힘드네요"
8전 9기 끝에 시즌 첫승…6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96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타일러 윌슨(LG 트윈스), 구창모(NC 다이노스), 댄 스트레일리(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왼손 투수 이승호(21)가 6월 한 달간 선발 맞대결한 투수들의 명단이다.
공교롭게도 이승호는 상대 팀의 에이스들만 골라서 선발 싸움을 벌였다. 이승호가 아무리 잘 던져도 시즌 첫 승리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이승호는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5이닝 2실점 역투로 팀의 5-2 승리를 이끌고 9번째 도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지난 6일에 이어 또다시 선발 싸움을 벌인 LG 윌슨이 이번에는 5이닝 4실점으로 먼저 무너졌다.
손혁 키움 감독은 6회 이후 김태훈(2이닝)-이영준(1이닝)-조상우(1이닝)로 이어지는 정예 필승조를 가동해 이승호의 승리를 확실히 지켜줬다.
2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손 감독은 "이승호에게 미안한 게 많았다. 나 때문에 2∼3경기 (승리를) 놓치기도 했고, 이승호에게 에이스 상대 경기가 많이 걸렸다"고 미안해했다.
손 감독은 "이승호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근 몇 경기 중요한 임무를 잘 해줬다. 이럴 때 투수들이 처질 때가 있는데 어린 투수가 베테랑같이 잘 던져줬다"고 첫 승을 축하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12일 NC전에서 구창모, 지난 18일 롯데전에서 스트레일리를 상대로 이승호는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두 경기 모두 팀은 승리했다.
이승호가 승리의 발판을 잘 마련해줬다는 의미다. 이승호가 고비를 잘 넘겨준 덕분에 한때 6위로 떨어졌던 키움은 어느덧 2위로 올라섰다.
이승호는 "'1승'이 정말 힘들다는 걸 제대로 느꼈다"며 "다만 승리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승리보다는 어떻게 보면 경기 내용을 더 좋게 할까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호는 개막 후 5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7.83으로 주춤했지만 6월 들어선 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96으로 압도적인 구위를 되찾았다.
그는 "시즌 초반엔 여러 가지 방법을 해봐도 안 되더라"며 "취침 시간 등 루틴을 바꾸고 투구 자세를 다르게 해봤는데도 안 풀렸다"고 말했다.
이승호는 "이후 좀 내려놓은 것 같다. 편하게 하자고 마음먹은 게 좋게 작용했다"며 "부진했을 때는 안 좋았던 생각들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마운드에서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사라지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첫 승리 기념으로 선수단에 커피를 돌렸다는 그는 "첫 승을 했으니까 다음 등판부터 더 편안한 마음으로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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