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슈퍼매치' 아닌 '슬퍼매치'?…수원·서울 두 명가의 몰락
수원 8위·서울 11위…'이제 이변 아냐'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프로축구의 몰락한 명가 수원 삼성과 FC서울은 '슈퍼매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24일 8라운드까지 소화한 하나원큐 K리그1 2020 순위표를 보면 수원과 서울, 두 인기 구단의 하락세는 뚜렷하다.
수원은 2승 2무 4패(승점 8)로 8위, 서울은 2승 6패(승점 6)로 11위로 처져 있다.
◇ 수원 8위·서울 11위…'있어야 할 곳에 있다'
7라운드 성남FC전에서 타가트의 시즌 마수걸이 득점과 함께 오랜만에 승리하며 한껏 희망을 들이켰던 수원은 8라운드 대구전 1-3 대역전패로 시원하게 '꿈'에서 깼다.
막판 대구 세징야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던 수원 수비진의 황망한 표정은, 현재 수원이 처한 막막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몇 년째 수원 선수단에는 명성에 걸맞은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다. 마흔을 바라보는 베테랑 염기훈(37)이 여전히 이 팀의 '에이스'다.
이제 수원은 8위면 족한 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은 더 심각하다. 5연패 중인 서울은 순위표 끝자락까지 갈 기세로 추락하고 있다.
박주영이 전면에 선 공격은 무뎌졌고, 최근 선발 면면이 계속 바뀌는 수비진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른바 '리얼돌 사태' 등 선수단 안팎의 내홍으로 분위기까지 어수선하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서울은 '빈공'보다 더 심각한 게 수비 문제"라면서 "올 시즌을 앞두고 수비진을 제대로 보강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고 짚었다.
한 위원은 이어 "이대로 가다가는 수원과 서울 모두 하위 스플릿 가능성이 커 보이고, 강등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도 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올 시즌에는 상주 상무를 제외한 1개 팀만 강등당한다는 점을 두 팀은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슈퍼'는 민망해…이제는 '슬퍼매치'?
수원과 서울은 내달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10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K리그 최대 팬덤을 자랑하는 두 팀의 경기는 2000년대 후반부터 '슈퍼매치'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하위권으로 처진 두 팀을 대결을 '슈퍼매치'라고 부르기가 민망하다는 말이 축구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제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경쟁하는 두 팀의 대결이 더는 '슈퍼'하지 않다는 데 많은 팬이 동의한다.
이목을 끌 '스타'도 없다. 스타라고 부를만한 선수들은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에 몰려있고, 수원과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한 K리그1 구단 프런트는 "고작 이들의 대결을 두고 '슈퍼매치'라고 부르는 건 K리그 전체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일"이라면서 "한국프로축구연맹부터 '슈퍼매치'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두 팀의 대결을 '슬퍼매치'나 'ㅅㅍ매치'라고 부르자는 주장도 나온다.
'슬퍼매치'는 과거 슈퍼매치가 흥행에서 부진했거나, 지루한 경기가 펼쳐졌을 때 이를 비판하면서 썼던 수식어다.
'ㅅㅍ매치'는 과거 서울 구단이 만들었던 슈퍼매치 홍보물에서 착안한 것이다. 서울은 2016년 'ㅅㅍㅁㅊ'로 '초성 사행시'를 짓는 이벤트를 벌인 적이 있다.
'ㅅㅍ'는 인터넷 공간에서 같은 자음이 들어간 욕설을 우회적으로 이르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만큼 두 팀의 추락이 열성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는 의미다.
직장인 축구 팬 C(35)씨는 "슬퍼매치라고 부르기엔 모음도 아깝다"면서 "'ㅅㅍ매치'가 두 팀의 상황을 더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수식어"라고 말했다.
두 팀 모두 오는 주말 9라운드에서 만만치 않은 팀을 상대한다.
수원은 28일 홈으로 상주 상무를 불러들인다. 문선민, 문창진 등 '특급 일병'을 품에 안은 상주는 3위로 고공비행을 펼치고 있다.
서울의 상대는 무승에 2무 6패로 악에 받친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다. 5연패 중인 서울과 마찬가지로 인천 역시 6연패 중이어서 '혈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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