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의 움직임 교정한 클롭, 쿠티뉴 잃고도 리버풀 공격력에 화력 더했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작년 여름 리버풀이 영입한 모하메드 살라(25)는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 입성한 선수 중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적생이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만 27경기에 출전한 살라의 현재 기록은 23골. 이는 그와 마찬가지로 27경기에 출전한 해리 케인(24골)에 이어 리그 전체를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이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 득점 상위권을 형성한 5명(케인, 살라, 세르히오 아구에로, 라힘 스털링, 호베르투 피르미누) 중 이적생은 살라가 유일하다. 물론 살라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능력을 인정받기 전인 2014년 1월부터 9월까지 짧게나마 프리미어 리그를 한 차례 경험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그는 단 13경기 출전 후 2골 1도움만 기록한 채 8개월 만에 피오렌티나로 임대됐다.
그러나 이로부터 3년 후 잉글랜드에 재입성한 살라는 리버풀 구단 역사상 한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최단 기간인 25경기 만에 20골 고지를 돌파하는 기록까지 세웠다. 종전 기록 보유자는 2007-08과 2013-14 시즌 나란히 27경기 만에 20번째 프리미어 리그 골을 넣은 페르난도 토레스와 다니엘 스터리지. 그러나 살라는 당시 '득점'에 특화된 토레스, 스터리지와는 달리 전형적인 골잡이가 아니다. 그는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AS로마에서 활약한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지만, 쉬운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며 '골 결정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받았다.
실제로 살라의 시즌별 득점 기록을 살펴봐도 그가 올 시즌만큼 높은 득점력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 살라 시즌별 리그 득점 기록
(시즌 - 득점 - 경기당 득점 - 팀)
10/11 - 4골 - 0.19골 - 알 모칼룬
11/12 - 7골 - 0.46골 - 알 모칼룬
12/13 - 5골 - 0.17골 - 바젤
13/14 - 4골 - 0.22골 - 바젤
14/15 - 6골 - 0.37골 - 피오렌티나
15/16 - 14골 - 0.41골 - 로마
16/17 - 15골 - 0.48골 - 로마
17/18 - 23골 - 0.85골 - 리버풀
살라는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10경기를 남겨두고 일찌감치 개인 통산 최초로 한 시즌 20골 고지를 돌파했다. 이러한 득점력이라면 30골도 도전해볼 만한 목표다. 살라는 과거와 비교할 때 올 시즌 훨씬 더 많은 슈팅을 시도 중이다. 이는 곧 예전에는 드리블 돌파를 앞세운 측면 공격으로 '마무리'보다는 팀 공격을 이끄는 데 집중해온 그가 득점에 더 치중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살라 시즌별 슛 기록
(시즌 - 경기당 슛 - 유효 슛 - 팀)
14/15 - 1.8 - 0.7 - 피오렌티나
15/16 - 2.1 - 0.9 - 로마
16/17 - 2.6 - 1.1 - 로마
17/18 - 4.0 - 1.9 - 리버풀
그러나 살라가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지시에 따라 스타일 변화를 추구한 점을 고려해도, 이집트와 스위스 리그 시절보다 훨씬 더 탁월한 득점 능력을 선보이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 살라 시즌별 슛 정확도
(시즌 - 유효 슈팅 비율 - 득점)
14/15 - 37.9% - 6골(피오렌티나)
15/16 - 43.0% - 14골(로마)
16/17 - 42.5% - 15골(로마)
17/18 - 48.1% - 23골(리버풀)
세부 기록만 살펴봐도 살라가 단순히 슈팅수만 늘린 게 아니라 어느 때보다 더 정확한 슈팅을 기록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세리에A 시절 전체 슈팅 대비 유효 슈팅 비율을 뜻하는 '슛 정확도(shot accuracy)'가 불과 30% 후반에서 40% 초반을 맴돌았지만, 리버풀로 이적한 올 시즌에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슈팅이 상대 골문으로 향했다.
# 올 시즌 EPL 득점 상위권 선수 슛 정확도
(슈팅 대비 유효 슈팅 비율 - 득점 - 선수 - 팀)
48.1% - 23골 - 살라 - 리버풀
47.8% - 13골 - 바디 - 레스터
47.3% - 13골 - 루카쿠 - 맨유
45.0% - 13골 - 피르미누 - 리버풀
44.3% - 21골 - 아구에로 - 맨시티
42.8% - 15골 - 스털링 - 맨시티
41.0% - 24골 - 케인 - 토트넘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 득점 순위 최상위 일곱 명 중 슛 정확도가 가장 높은 선수 또한 살라다. 이는 즉 살라가 리버풀로 이적한 후 역할에만 변화를 준 게 아니라 자신의 활약 성향 자체를 더 많은 득점을 할 수 있게끔 개선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살라는 지난달 중순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에 입장하는 관중에게 배포되는 공식 매치데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성공적인 변신을 이룬 비결을 간단하게 밝혔다. 그는 "클롭 감독은 내게 상대 골대와 더 가깝게 붙어서 움직이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리버풀에서는 내가 예전에 몸담은 어느 팀에서보다 상대 문전과 더 가까운 위치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껏 내게 이렇게 전방에 머물러서 뛰라는 지시를 한 지도자도 클롭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는 없었다. 그는 팀훈련을 진행할 때도 항상 내게 골대와 가까운 위치에 서 있어야 한다고 지시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살라는 슛 정확도, 즉 골 결정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수용한 후 이를 개선하기 위해 클롭 감독과 특별 훈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회를 열 번 잡아서 열 번 모두 득점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나 역시 내가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나는 발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득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클롭 감독이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나는 팀 훈련이 끝난 후에도 혼자 남아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곤 한다"고 밝혔다.
이 덕분에 살라는 과거 피오렌티나, 로마에서 활약한 시절과 달리 리버풀에서는 득점 상황에 관여하기가 어려운 수비 진영에서 공을 잡는 빈도를 줄였다. 반대로 그는 공격 진영, 특히 바로 골을 넣을 수 있는 상대 페널티 지역 안에서 공을 잡는 빈도를 어느 때보다 높이며 득점력을 폭발시켰다.
# 살라 시즌별 터치 횟수 기록
(시즌 - 경기당 터치 - 상대 박스 터치 - 수비 진영 터치)
14/15 - 41.1회 - 4.8회 - 6.3회 - 피오렌티나
15/16 - 46.0회 - 5.8회 - 7.8회 - 로마
16/17 - 46.2회 - 6.7회 - 8.3회 - 로마
17/18 - 45.4회 - 8.6회 - 6.3회 - 리버풀
피오렌티나와 로마는 주로 살라를 골잡이가 아닌 팀 공격을 전진시켜줄 드리블러, 혹은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했다. 이 때문에 살라는 세리에A에서 활약한 매 시즌 상대 페널티 지역보다는 자기 팀 수비 진영에서 공을 받을 때가 더 많았다. 후방이나 중원 지역에서 공격을 풀어주는 게 그의 주된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위 그림(출처: 스쿼카) 왼쪽은 살라가 로마에서 활약한 2016-17 시즌 나폴리를 상대로 마지막으로 풀타임 활약한 경기의 활동 구역을 보여주는 히트맵이다. 반대로 오른쪽은 그가 나폴리와 비슷한 공격 축구, 전방 압박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지난 1월 출전한 경기 히트맵이다. 이 두 경기에서 살라가 활약한 로마와 리버풀은 각각 3-1, 4-3으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며 승리했다.
그러나 두 경기에서 살라가 선보인 움직임은 히트맵이 보여주듯이 크게 달랐다. 로마 시절 살라는 오른쪽 측면에 붙어 팀 공격에 넓이를 더해주는 역할을 맡았다면, 리버풀의 그는 하프스페이스(중앙과 측면 사이 공간)를 점유하며 페널티 지역을 파고드는 데 집중했다. 올 시즌 살라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기록한 23골 중 무려 87%에 해당하는 20골을 자신의 주발인 왼발로 터뜨렸다. 위 그림의 오른쪽이 보여주는 살라의 활동 구역은 그가 왼발로 슛을 시도해 득점을 노리기 딱 좋은 위치이기도 하다. 클롭 감독과의 '특별 훈련' 효과가 그의 움직임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는 셈이다.
# 살라 시즌별 패스 횟수 기록
(시즌 - 경기당 패스 - 팀)
14/15 - 27.8회 - 피오렌티나
15/16 - 33.1회 - 로마
16/17 - 31.2회 - 로마
17/18 - 27.1회 - 리버풀
살라는 피오렌티나, 로마 시절 팀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크랙' 역할을 주문받았으나 리버풀에는 그 외에도 이러한 역할을 맡을 사디오 마네가 있으며 지난 1월 바르셀로나로 이적하기 전까지의 필리페 쿠티뉴 또한 건재했었다. 이에 따라 클롭 감독은 살라에게 무리한 드리블을 지시하거나 그를 후진 배치하지 않고, 공격 진영에서 최대한 효과적인 돌파와 반대발 윙어로서 왼발을 살려 득점을 노릴 만한 장면을 연출하는 데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올 시즌 살라의 경기당 평균 패스 27.1회는 그가 피오렌티나에서 활약한 2014-15 시즌 이후 처음으로 패스 횟수가 30회 이하로 떨어진 기록이다. 특히 살라가 피오렌티나에서 활약한 2014-15 시즌 선발 출전이 단 10경기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그의 올 시즌 패스 27.1회가 시사하는 의미는 작지 않다. 이는 그만큼 살라가 '플레이메이커'에서 '스코어러'로 변신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살라 시즌별 키패스 기록
(시즌 - 경기당 키패스 - 팀)
14/15 - 1.9회 - 피오렌티나
15/16 - 1.9회 - 로마
16/17 - 2.3회 - 로마
17/18 - 1.7회 - 리버풀
그러다 보니 살라의 키패스(동료의 슈팅으로 이어지는 패스) 횟수도 지난 시즌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줄었다.
올 시즌 전반기까지 쿠티뉴, 그리고 여전히 마네라는 '크랙'을 보유한 클롭 감독은 굳이 살라에게도 비슷한 역할을 주문하기보다는, 루이스 수아레스가 팀을 떠난 데 이어 스터리지마저 잇따른 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으며 리버풀이 수년간 간판 골잡이 부재에 시달리자 신선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클롭 감독은 강력한 전방 압박과 왕성한 활동량, 공격 시 협력 플레이에 능한 피르미누와 빼어난 드리블 돌파 능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허무는 마네로 이어지는 리버풀의 공격진에 자신이 직접 개조한 살라의 득점력을 보태 방점을 찍었다.
# 리버풀 주요 공격자원 수비 가담 기록
(경기당 태클 시도 - 가로채기 - 범한 파울 - 선수)
3.0회 - 0.5회 - 1.5회 - 피르미누
1.6회 - 0.2회 - 0.9회 - 마네
0.7회 - 0.2회 - 0.5회 - 살라
클롭 감독은 살라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자신이 추구하는 '게겐프레싱'의 조건에도 일정 부분 변화를 줬다. 피르미누, 마네와 달리 살라는 올 시즌 리버풀 공격진이 쉴 새 없이 상대 수비진에 가하는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이다. 리버풀의 전방 압박을 이끄는 피르미누는 공격수로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경기당 평균 태클 시도 횟수 3회, 가로채기 1.5회, 파울 1.5회를 기록 중이다. 피르미누가 상대 중앙 수비수를 압박해 공을 공간이 비좁은 측면으로 몰아가면, 이에 2차적인 압박을 가하는 마네 또한 경기당 평균 태클 시도 횟수 1.6회로 활발한 수비 가담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살라는 이러한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는 리버풀보다 세리에A 시절 훨씬 더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 살라 시즌별 수비 가담 기록
(시즌 - 경기당 태클 시도 횟수 - 가로채기 - 파울 횟수 - 팀)
14/15 - 1.1회 - 0.6회 - 0.7회 - 피오렌티나
15/16 - 1.3회 - 0.4회 - 0.6회 - 로마
16/17 - 1.4회 - 0.4회 - 0.9회 - 로마
17/18 - 0.7회 - 0.2회 - 0.5회 - 리버풀
이처럼 살라는 득점 상황에 관여하기 어려운 위치에서 공을 잡는 횟수를 줄이고, 수비 가담마저 철저히 제한하며 득점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살라의 득점력이 크게 올랐다고 해서 그가 그동안 펼쳐 보인 이외 능력을 완전히 배제한 것 또한 아니다. 활동 반경과 수비 가담을 줄인 살라는 경기 내내 체력을 비축하며 공격 진영에서 예전보다 훨씬 더 정밀해진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사실상 살라는 리버풀이 '스코어러' 스터리지에게 기대할 수 없었던 개인 돌파력, '크랙' 쿠티뉴가 유일하게 보여주지 못한 폭발적인 득점력까지 두루 발휘하며 클롭 감독이 설정한 기대치를 100% 이상 충족시키고 있다.
# 살라 시즌별 드리블 기록
(시즌 - 경기당 돌파 시도 횟수 - 성공률)
14/15 - 4.8회 - 51.3% - 피오렌티나
15/16 - 3.3회 - 49.5% - 로마
16/17 - 2.1회 - 54.5% - 로마
17/18 - 3.5회 - 68.0% - 리버풀
예전까지 약 50% 안팎을 웃돈 살라의 드리블 성공률은 리버풀 이적 후 무려 68%로 치솟았다. 리그 경기 기준 드리블 성공률 68%는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바르셀로나에서 맹활약 중인 발롱도르 5회 수상자 리오넬 메시의 스페인 라 리가 평균 기록(69.3%)과 견줄 만한 수치다.
# 리버풀의 '주포'로 자리 잡은 살라, 남은 불안 요소는?
여전히 살라는 프리미어 리그 팀이 그동안 자주 접하지 못한 특이한 유형의 공격수다. 아직 대다수 프리미어 리그 수비수는 그를 상대하는 방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했다. 첼시에서 성공하지 못한 살라가 3년 만의 프리미어 리그 재입성 후 첫 시즌부터 펼친 활약은 인상적이지만, 여기에는 잉글랜드 축구가 대인 방어를 하는 방식이 이탈리아 축구와 다르다는 점도 작용한 게 사실이다.
살라가 피오렌티나, 로마에서 활약한 시절 세리에A는 리그 전체 드리블 성공률이 2014-15 시즌 55%, 2015-16 시즌 57.3%, 2016-17 시즌 61.4%를 기록했고, 리그 전체 태클 성공률은 같은 세 시즌간 차례로 66.8%, 65.5%, 65.1%였다. 그러나 올 시즌 프리미어 리그는 전체 드리블 성공률 63.3%, 태클 성공률 62.7%로 대인 방어 효율성이 이탈리아보다 느슨했다. 만약 프리미어 리그 수비진이 시간이 흐르면서 살라를 상대하는 데 익숙해지며 색다른 수비적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그는 갑작스러운 부침을 겪을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살라에게 남아 있는 불안 요소는 '마네 효과'다. 살라는 올 시즌 출전한 27경기 중 18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그가 득점에 실패한 9경기 중 4경기에 마네가 부상, 혹은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다. 또한, 살라가 득점하지 못한 나머지 5경기 중 1경기였던 시즌 초반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마네가 전반전에 퇴장을 당했다.
마네는 올 시즌 살라에게 총 4도움을 기록한, 리버풀에서 그의 득점을 가장 많이 도운 선수다. 무엇보다 출중한 개인 기량을 자랑하는 마네가 왼쪽 측면에 상대 수비진을 묶어둬야 살라가 더 원활히 자신의 주특기인 오른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제 몫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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