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유니폼 벗은 류현진…좌절과 환희의 7년
강렬한 데뷔-어깨 수술-재기 성공…극적인 반전
다저스서 7년 생활 마감…야구 인생 3막 시작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2년 KBO리그 한화 이글스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류현진(32)의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금액 마지노선을 1천만달러로 잡았다.
한화는 1천만달러 이상을 제시하는 팀이 나오지 않을 시 해외 진출을 불허한다고 류현진과 합의했다.
빅리그 구단들의 류현진에 관한 평가는 상상 이상이었다.
메이저리그 명문 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한화의 포스팅 금액 마지노선보다 두 배 이상이 많은 2천573만737달러33센트를 적어냈다.
한국 선수 최고액이자 메이저리그 역대 포스팅시스템 4위에 해당하는 높은 금액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저스는 류현진과 계약 기간 6년, 총액 3천600만 달러의 대형 연봉 계약까지 체결했다.
다저스가 류현진을 영입하기 위해 쓴 비용은 총 6천만 달러가 넘었다.
다저스의 베팅은 한국은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큰 화제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저스가 검증되지 않은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무리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류현진이 다저스에 처음 발을 내디딘 2013년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도 그랬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훈련 첫날 단체 러닝 훈련을 하다 숨이 차 낙오해 현지 기자들에게 비웃음을 샀고, 등판일 사이 불펜투구를 하지 않는 습관으로 게으른 선수라는 오명까지 받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데뷔 시즌 첫해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의 화려한 성적을 거두며 다저스의 핵심 선발 투수로 발돋움했다.
그는 이듬해에도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위기도 있었다. 류현진은 다저스에서 선수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기도 했다. 그는 2015년 왼쪽 어깨 관절와순 파열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어깨 수술은 사망 선고와 다름없을 정도로 투수에게 치명적이다.
현지 언론은 어깨 수술을 받고 예전 기량을 회복한 건 전체 7% 수준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류현진은 2016년 잠시 복귀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단 한 경기에 나선 뒤 다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주변에선 절망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를 악물고 재활에 힘쓰며 다시 날갯짓을 시작했다.
류현진은 기적처럼 다시 일어났다. 2017년 새로운 무기 컷패스트볼과 함께 치열한 선발 경쟁을 이겨낸 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계약 기간 마지막 해인 2018년엔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의 전성기 모습을 되찾은 뒤 퀄리파잉 오퍼를 받아들여 FA 재수를 택했다.
안정보다 모험을 택한 류현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활약을 펼쳤다.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을 맡으며 실질적인 팀 에이스로 시즌을 시작했고, 이달의 투수상 수상, 올스타전 선발 등판 등 의미 있는 발자취도 많이 남겼다.
그는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을 차지했고,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올 시즌 후 '남남'이 되는 다저스를 위해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워싱턴 내셔널스와 5차전에서 불펜 등판을 자청하는 등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류현진은 다저스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냈지만, 다저스는 10일(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충격적인 3-7 연장 역전패를 기록해 시즌을 마감했다.
류현진은 이제 환희와 좌절, 희망과 아픔 등 다양한 감정을 느꼈던 다저스에서의 7년 생활을 마치고 FA시장으로 나온다.
류현진의 야구 선수 인생 3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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