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기대주 (17) 김연경
15년째 대표로 뛰는 세계적 공격수…런던·리우 이어 마지막 올림픽 도전
복근 부상에도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이끈 '악바리'…"도쿄에 초점 맞춘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서 대체 불가능한 간판스타이자 '배구 여제'로 불리는 김연경(32·터키 엑자시바시)이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한다.
만 17세이던 2005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래 무려 15년간 김연경은 국가대표의 주포로 활약했다.
복근이 찢어진 상태에서 진통제 투혼을 발휘한 김연경은 이달 초 태국에서 끝난 아시아 대륙 예선 태국과의 결승에서 22점을 퍼붓고 한국을 3회 연속 올림픽 본선으로 이끌었다.
타점 높은 스파이크로 태국 코트를 시원하게 가르던 김연경의 모습에서 이미 한국은 도쿄행을 예감했다.
김연경은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세 번째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다.
현재 나이를 고려할 때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도 김연경이 계속 대표로 뛰긴 어렵다. 올해 도쿄올림픽은 김연경의 마지막 무대가 될 공산이 크다.
김연경은 18일 터키로 출국하면서 "도쿄올림픽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부상 치료 등을 위해 6주간 충분히 쉬어야 하는 김연경은 소속팀에 미안하다면서도 올해 최고의 이벤트인 도쿄올림픽까진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동메달을 획득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래 44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김연경의 한 방이 배구 대표팀의 운명을 좌우한다.
김연경은 우리나라에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거포'로 평가받는다.
2005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 2009년 임대 형식으로 일본 JT 마블러스로 이적해 세계를 경험했다.
2011년부터 6년간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터키 프로리그 페네르바체에서 뛰었고 2017년 잠깐 중국 상하이에서 활약한 뒤 2018년 다시 터키 엑자시바시로 진출했다.
김연경이 지나간 곳엔 우승컵이 쌓였다.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세 차례 우승, JT의 첫 우승, 페네르바체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상하이의 정규리그 1위 등 한국 출신 등 번호 10번의 위력은 한국과 세계를 넘나들었다.
김연경은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은 4위에 그쳐 메달 획득 직전에서 주저앉았지만, 김연경은 8경기에서 207점, 경기당 평균 25.8점이라는 놀라운 득점력을 뽐내며 올림픽 득점상과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다.
리시브, 공격, 서브 등 어느 것 하나 모자란 구석이 없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대표팀 감독은 "김연경은 그냥 주장이 아니라, 한국의 리더이며 카리스마와 실력으로 항상 모두가 똘똘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해준다"며 "훌륭한 리더이자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라바리니 감독 선임 후 1년 동안 세계 트렌드에 맞게 색깔을 바꿨다.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털 배구로 '난적' 태국을 넘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재영(흥국생명)과 김희진(IBK기업은행)이 김연경의 부담을 덜어줄 주 공격수로 입지를 굳혔고, 높이를 갖춘 세터 이다영(현대건설)이 성장했다.
'거미손' 양효진(현대건설)의 불로킹 실력도 여전하다.
과거엔 김연경 홀로 모든 걸 도맡았다면, 지금은 김연경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조금은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한 방을 때려줘야 하는 이는 세계에서 놀아 본 김연경이다. 김연경이 이끄는 여자 배구 황금 세대가 도쿄올림픽에서 백구의 반란을 조용히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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