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금메달리스트·국적 바꾼 선수…세계육상선수권의 화두
곳곳에서 들린 '펠릭스 덕분'…엄마 육상 선수 4명 금메달 6개 수확
난민 출신 하산 2관왕, 귀화 선수 나세르, 이민자 2세 어셔-스미스 주목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열흘 동안 열린 2019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자주 들린 이름은 앨리슨 펠릭스(34·미국)였다.
펠릭스는 '출산 후 선수들의 후원금을 삭감하거나 중단'하는 스포츠 브랜드에 정면으로 맞섰고, 육상계에서 '여성과 어머니의 권리와 책임'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많은 선수와 팬이 펠릭스를 지지했고, 엄마 스프린터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펠릭스의 목소리에는 더 힘이 실렸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은퇴 후 처음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팬과 미디어의 시선은 다양한 곳으로 향했다.
7일(한국시간) 폐막한 2019 도하 세계육상선수권의 가장 큰 화두는 '어머니의 힘'이었다. 여러 이유로 국적을 바꾼 선수들도 주목받았다.
◇ 4명의 어머니가 손에 쥔 6개의 금메달 = 이번 대회에서는 '최근 2년 안에 출산한 선수' 중 4명이 금메달 6개를 수확했다.
엄마 육상 선수들은 "여성 선수들은 출산 후 급격하게 기량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실력으로 극복했다.
셸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33·자메이카)는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71의 개인 두 번째로 좋은 기록(개인 최고 기록은 10초70)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고, 4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레이저-프라이스는 세계선수권에서 개인 통산 9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펠릭스는 혼성 1,600m 계주에서 윌버트 런던(남자), 코트니 오콜로(여자), 마이클 체리(남자)와 짝을 이뤄 3분09초34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여자 1,600m 계주 예선에서도 출전해, 우승 멤버로 금메달을 추가했다.
펠릭스는 볼트의 세계선수권 최다 금메달 기록을 넘어섰다. 펠릭스는 이번 대회에서 12, 13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볼트는 11개의 금메달을 따고서 은퇴했다. 펠릭스는 남녀 합해 세계선수권 최다 메달리스트(18개)이기도 하다.
마침표를 찍은 선수는 니아 알리(31·미국)였다. 알리는 대회 마지막 날인 7일 여자 100m 허들에서 12초34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알리는 4살짜리 아들과 돌이 지난 딸과 함께 트랙을 돌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이를 얻는 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왜 '출산은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라고 오해할까"라며 "어머니가 된 후에는 성공할 수 없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출산 전보다 좋은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알리는 "프레이저-프라이스, 펠릭스는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 난민 출신 2관왕·정상에 선 귀화 선수 = 난민, 이주민 등 사회적인 문제도 도하 세계육상선수권의 주요 화두였다.
'난민 출신 육상 선수' 시판 하산(26·네덜란드)은 여자 1,500m와 10,0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1993년 1월 에티오피아 아다마에서 태어난 하산은 2008년 고향을 떠났고,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정착했다. 하산은 "살기 위해서 에티오피아를 떠나야 했다"고 떠올렸다.
하산은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 선수'로 여자 중장거리 최강자로 올라섰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나이지리아를 떠나 카타르에 정착한 살와 나세르(21·바레인)는 여자 400m에서 '제왕' 쇼네 밀러-위보(25·바하마)의 무패 행진에 제동을 걸고 우승했다.
나세르는 1998년 나이지리아 아남브라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나이지리아인이고 아버지는 바레인 사람이다.
11살 때 나이지리아에서 육상을 시작한 그는 16살이던 2014년 바레인으로 귀화했다. 나세르는 귀화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이지리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전혀 없다. 나는 바레인을 사랑하고, 바레인 대표로 뛰는 걸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한다.
바레인은 나세르에게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했고, 나세르는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화답했다.
여자 200m에서 우승한 디나 어셔-스미스(24·영국)는 자메이카 이주민 2세다.
부모는 자메이카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영국 최초로 여자 200m 우승을 차지한 그에게 영국 팬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영국 언론도 어셔-스미스의 이름 앞에 '이민자 2세'가 아닌 '런더너'라는 수식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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