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의 약속' 유도훈 감독 "올해도 최선 다하는 전자랜드"
전자랜드 유니폼 입는 마지막 시즌 "발전 가능성 확실히 만든다"
"각오 남다른 것 없어…늘 그래왔듯 모자람 메우려 최선"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무언(無言)이죠, 무언. 그냥 우리는 전자랜드 스타일대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인천 전자랜드의 유도훈(53) 감독은 프로농구의 대표적인 명장 가운데 한 명이다.
2009년 전자랜드 감독대행을 맡아 2010년 정식 감독으로 승격된 그는 이후 10년간 전자랜드 지휘봉을 잡고 이 팀을 프로농구 최고의 '언더 독' 팀으로 조련했다.
이렇다 할 '특급 스타'는 없지만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상대 팀들이 만나기를 꺼리는 대표적인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해마다 시즌 개막 전에는 하위권으로 지목될 때가 많았어도 유 감독 재임 기간 전자랜드가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한 적은 10년간 2015-2016시즌 딱 한 번뿐이다.
우승은 없었으나 정규리그 2위 두 번에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한 번 등을 달성하며 팬들로부터 '감동랜드'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런 전자랜드와 유도훈 감독에게 열흘 앞으로 다가온 2020-2021시즌은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전자랜드가 이번 시즌까지만 팀을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감독의 눈빛이 살아있으니 선수들도 정신 상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이 팀을 10년간 이끌어온 유도훈 감독을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만났다.
이날 서울 삼성과 연습 경기를 마친 유 감독은 여느 시즌과 다름없는 준비 과정을 먼저 설명했다.
그는 "정효근, 강상재가 입대하고 김지완이 자유계약선수(FA)로 팀을 떠나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며 "김지완의 자리는 정영삼이 힘을 실어줘야 하고, 강상재 쪽은 이대헌이 공격력을 더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헨리 심스와 에릭 탐슨으로 구성한 외국인 선수 라인업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주로 포워드 선수를 뽑았는데 올해는 빅맨으로 채웠다"며 "작년보다 큰 선수들을 데려왔으니 투맨 게임이나 골 밑에서 파생되는 수비 전술 등에도 변화를 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은 간절함을 갖고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감독의 입에서 '간절함'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그 부분을 파고들려 했으나 '명장' 유 감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간절함이라고 하셨는데…"라며 기자가 인터뷰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의도가 엿보이자마자 그는 "제가 표현하는 간절함이라는 것은 다른 걸 떠나서 프로 선수들이면 코트 안에서 팬 여러분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올해도 주위 평가가 (주전 선수들 공백이 있는) 우리 팀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기존 선수가 빠져도 새로운 스타가 부각될 수 있는 간절함이 필요할 때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감동랜드'라는 별칭이 있는 팀이지만 '강골 사령탑'답게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류의 감성에 호소하는 '감성랜드'로는 가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유 감독은 "그동안 전자랜드가 팀을 운영해주셔서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며 "이번 시즌까지 우리는 전자랜드 맨이고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려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분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남다른 각오가 있다'고 해봐야 오히려 선수들이 흔들릴 수 있다"며 "그런 것보다는 올해도 평상시처럼 하겠다는 마음이고, 특히 앞으로 전자랜드가 몇 년 후에 어떤 팀이 될 수 있다는 성장과 발전 가능성을 확실히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약속이 있는지 묻자 유 감독은 "무언이죠, 무언"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항상 해왔던 대로 전자랜드 색깔대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분명히 모자란 부분은 있지만 그걸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한 번 더 마지막으로 '감동 포인트'를 끌어내기 위해 추석에 빌고 싶은 소원을 물었다.
유 감독은 "오늘 연습 경기에서 (김)낙현이가 발목을 다쳐서 걱정"이라며 "이런 상황에 부상자가 나오면 안 되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 부상 없이 건강하게 이번 시즌을 치르면 좋겠다"고 답했다.
또 "올해는 김낙현, 이대헌이 성장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를 '감성 분위기'로 진행하려는 계획은 실패했지만 올해도 '약체'로 평가되는 전자랜드가 특유의 끈끈하고 강인한 팀 분위기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에 또 한 번의 '감동랜드' 시즌 마지막 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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