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감독, 진짜 자진사퇴일까? 키움 단장 "내년 연봉까지 지급"
리그 3위에도 떠나는 손 감독…김치현 단장 "워낙 의사가 단호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손혁(47) 감독이 전격 사퇴한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키움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손혁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했다. 구단은 내부 논의를 거쳐 손 감독의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이날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NC 다이노전을 앞두고 손 감독의 사퇴와 관련한 설명을 하려고 취재진을 직접 찾았다.
김 단장에 따르면 손 감독은 전날 고척 NC전에서 패한 뒤 면담을 요청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단장은 지금까지 손 감독에게서 그런 낌새가 보이지 않았기에 사퇴 의사를 밝혔을 때 놀랐다면서 수차례 말렸지만, 워낙 의사가 단호했다고 전했다.
손 감독이 자진 사퇴의 이유로 밝힌 것은 성적 부진이다. 하지만 키움은 7일까지 73승 1무 58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2위인 kt wiz와의 승차는 1경기에 불과하다.
설사 정규리그 우승이나 최소 2위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키움은 잔여 경기가 적어 포스트시즌을 향해 재정비할 시간이 충분하다.
그런데 치열한 순위 싸움의 윤곽이 드러나기도 전에 손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해서 사퇴했다고 키움 구단은 공식 발표했다.
손 감독은 담당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는 "아직 역량이 부족했고 채울 것이 많아 사퇴하게 됐다"며 "더 공부하며 노력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성적 부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김 단장은 "보도자료에 나온 멘트는 감독님이 직접 써주신 것이다. 당시 면담에서도 성적 부진에 대해서 책임을 지겠다고 똑같이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객관적인 수치로는 (성적 부진이 이해가 안 가는 게) 맞는데, 감독님은 다르게 느끼신 것 같다. 기대치가 다르다. 하위권 팀이었으면 상대적으로 다르게 느끼는 것이고, 처음 시작할 때 모든 여론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기대치가 달랐다. 그 차이에서 나온 말씀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손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취임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기에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키움은 지난 시즌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장정석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손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현재 키움 구단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 이는 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아닌 허민 이사회 의장이다.
허 의장의 최측근이 바로 하송 대표이사다. 장 전 감독과의 재계약 불발과 손 감독의 선임에는 손 감독과 친분이 있는 허 의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김 단장은 "손 감독님이 저와 만난 뒤 (하송) 사장님과 2번 만났다. 손 감독님이 (허민) 의장님에게도 전화 드린다고 하셨다"고 말할 정도로 손 감독과 허 의장, 하 대표 셋은 서로 각별한 관계다.
의문을 더 키우는 요소는 키움 구단이 손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했다고 밝히면서도 남은 연봉을 보전해주기로 했다는 점이다.
김 단장은 "잔여 연봉을 지급하기로 했다. 사실 올 시즌 정말 감사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 번도 불평불만을 말씀하지 않으셨다"며 "감사 표시로라도 꼭 그렇게 해드려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사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다. 내년 연봉까지 지급한다"고 전했다.
자진해서 사퇴하는 감독에게 연봉 보존을 해준다는 것은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김 단장은 이와 관련해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라서 이유를 댈 수 없다. 감독님과 인연도 오래됐고, 야구관이 맞지 않는 것도 아니다. 결정은 이렇게 됐지만, 서로 미안하고 아쉬웠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밖에서 보자고 이야기도 했다. 변명할 내용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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