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와 코로나19가 알려준 '팬의 소중함과 무서움'
강정호, 여론 뭇매에 KBO리그 복귀 신청 철회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33)가 KBO리그 복귀를 포기했다.
강정호는 지난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저의 큰 욕심이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 달 넘게 이어진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 공방은 끝이 났다. 강정호는 여론의 반대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강정호는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이던 2016년 12월 서울 강남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강정호가 팬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은 세 번째 음주운전 사고 이후 3년 6개월이 지난 23일 사과 기자회견에서였다.
강정호 측은 철저하게 계산된 행보를 보였다. KBO 규약에 밝은 변호사를 구해서 KBO 상벌위원회의 솜방망이 처벌을 끌어냈다.
1년 징계로 KBO리그 복귀 가능성이 열리자 강정호는 그때서야 입국해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팬들의 소중함을 알았다면, 그리고 KBO리그 복귀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다면 더 일찍 사과했어야 했다.
적어도 지난달 25일 KBO 상벌위원회에 참석해 직접 소명하는 모습으로 어떤 결과든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
한 번의 사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고, 머리를 조아리고, 선처를 호소하면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너무나 안일했다.
강정호 사태가 남긴 교훈은 어쩌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알려준 교훈과도 일맥상통한다.
바로 팬이 있어야 선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로 계속된 무관중 경기 속에서 KBO리그 선수들은 비로소 팬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끝내기 안타가 나와도 환호하는 관중이 없으면 그게 얼마나 공허한 일인지, 없던 힘도 내게 만든 원동력이 바로 관중의 에너지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부 선수들은 팬들의 소중함을 잊은 듯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마치 스타 플레이어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사인 요청을 귀찮아하고, 팬들을 불편해했다.
코로나19가 팬들의 소중함을, 그리고 강정호 사태가 팬들의 무서움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면 이로 인해 KBO리그가 챙기게 되는 부산물도 적잖을 것이다.
[email protected]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