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했던 양의지가 달라졌다…벌건 얼굴로 눈물 '펑펑'
두산→NC 이적 후 주장으로 다시 KS MVP "힘들었던 생각에 감정 폭발"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4년 전 '무심 타법'으로 NC 다이노스를 울렸던 그 양의지가 아니었다.
승부를 가르는 홈런을 치고도 '무심한 듯 시크'한 표정을 짓던 양의지를 보고 사람들은 '곰의 탈을 쓴 여우'라 부르기도 했다.
겉으로는 늘 침착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도 속으로는 비상한 머리 회전과 감각으로 경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6차전에서 NC가 두산 베어스를 4-2로 꺾고 우승을 확정한 순간, 사람들은 양의지의 폭발적인 감정 표현을 볼 수 있었다.
양의지는 마무리투수 원종현이 두산 마지막 타자 최주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자마자 포수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마운드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원종현과 격한 포옹을 나누고 선수들에게 둘러싸였다. 양의지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어느새 양의지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누워 울부짖듯이 포효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일어난 양의지는 박석민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눈물 맺힌 얼굴로 '집행검'을 뽑아 마운드 위에서 들어 올리는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양의지는 다시 한번 포효했다.
포수로서, 4번 타자로서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양의지는 "우승했으니 당연히 기분 좋다. 너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눈물을 쏟은 이유에는 "지난 시간이 많이 생각난다. 전부터 힘들었던 게 많이 생각나서 감정이 폭발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종현과 껴안았는데 그 뒤로 기억이 안 난다. 눈을 떠 보니 누워있더라"라며 "감정이 복받쳐서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양의지가 처음 겪는 일은 아니다. 양의지는 두산 시절인 2015년과 2016년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 소속으로 NC를 4전 전승으로 꺾는 데 앞장서고 MVP를 받았다.
그러나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던 양의지의 표정과 4년 후 NC 소속으로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양의지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4년 전 MVP 시상식 사진을 찾아보면 양의지는 덤덤한 표정으로 엷은 미소를 띠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을 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양의지는 2016년 11월 2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NC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고 거의 무표정으로 베이스를 돌았다. 손을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하기는 했는데 표정은 무심했다.
올해 NC 소속으로 홈런을 쳤을 때는 달랐다.
양의지는 지난 23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0으로 앞선 6회말 달아나는 2점 홈런을 치고 손을 번쩍 들면서 감정 표현을 했다.
홈에 들어와서는 함께 득점한 나성범과 하이 파이브를 하며 활짝 웃었다.
양의지는 두산에서 '현역 최고 포수' 입지를 다진 뒤, 도전하는 마음으로 NC로 이적했다. NC는 2018년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양의지에게 4년 최대 125억원을 안기며 특급 대우를 해줬다.
양의지는 올해 NC 주장도 맡았다. 주장이라는 책임감은 양의지가 처음 느끼는 것이었다.
양의지는 "2018년에 이적하면서 새롭게 도전하는 생각으로 영입해주셨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서 영광이다. 앞으로 NC가 명문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한국시리즈는 마지막까지 한 경기 한 경기가 피 말렸다. 가장 힘든 순간을 꼽을 수가 없다. 모든 경기가 다 힘들었다"며 "오늘은 기억 안 날 정도로 한 잔 마시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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