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감독 사퇴' 자책한 이정후 "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
김하성 "손 감독님이 사퇴해서 마음이 아프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자진 사퇴의 형식으로 물러난 날, 키움은 경기에서 승리했다.
손 감독은 리그 3위 팀을 이끌고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시즌 도중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렸다면 손 감독을 이렇게 떠나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키움 선수들은 승리에도 착잡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키움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최종전(16차전)에서 10-7로 승리했다.
최근 적시타가 나오지 않아 고민이었던 키움은 이날 2회말에만 안타 9개를 집중 시켜 대거 9점을 뽑아내는 놀라운 응집력을 발휘했다.
선발 타자 전원이 안타를 기록한 가운데 4번 타자 우익수로 나선 이정후는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경기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 나선 이정후는 "우리는 프로 선수고, 경기는 해야 하므로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서로 얘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하는 동안에도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좋게 경기하려고 분위기를 만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 감독은 시즌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선수들에게 미안해했고, 이정후는 좀 더 잘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
이정후는 "감독님이 연습하기 전에 선수단과 만나서 '끝까지 같이 못 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남은 경기 잘해서 좋은 성적 거두라'는 당부도 하셨다"고 소개했다.
그는 "팀이 시즌 막판에 조금씩 흔들렸던 건 사실이다. 팀이 흔들렸던 시기에 나도 함께 부진이 시작된 것 같다"며 "감독님이 사퇴한 데에는 내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좋지 않다"고 자책했다.
이정후는 "우리가 좀 더 잘했더라면, 조금 더 많이 이겼더라면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며 "나 역시도 (시즌 도중 감독 사퇴는) 프로 생활하면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손 감독과의 작별이 아쉽다고 해서 마냥 손을 놓을 수는 없다. 경기는 계속되고,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려면 각성하고 분투해야 한다.
이정후는 "앞으로 11경기 남았는데 오늘 2회에 나왔던 분위기와 에너지가 남은 경기에서도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깨가 좋지 않아서 주말에 주사 치료를 받았고, 이틀간 쉰 뒤 화요일 경기부터 나오고 있다"면서도 "시즌 막바지에 정상적인 몸컨디션인 선수는 없다. 프로 선수라면 가진 힘과 할 수 있는 컨디션에서 100%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현 감독대행이 전력분석원이었던 시절,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이정후는 "감독대행님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 말씀하셨다"며 "내 나름대로 내 할 일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후와 함께 키움 타선을 이끄는 김하성도 떠난 손 감독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하성은 "손 감독님이 사퇴해서 마음이 아프지만 중요한 시기"라며 "오늘도 경기가 있기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매 순간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대행은 "감독대행으로 첫 경기라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파트별 코치들이 도와줘서 좋은 결과 만들 수 있었다"며 "내일 경기도 준비 잘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