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첫 KBL리거 나카무라 "허훈·김선형과 대결 기대돼요!"
"올스타·신인상 목표…하지만 '차근차근'이 더 중요"
연봉 '반 토막' 감수하고 한국행…"'이상범 농구' 배우고 싶어"
(원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한국 최고 선수들과 맞대결할 생각에 벌써 설렙니다. 허훈, 김선형 선수와 대결이 특히 기대되네요."
나카무라 다이치(23)는 일본 농구 국가대표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유망주다.
지난 시즌 일본 프로농구 1부 리그 교토 한나리즈에서 프로로 데뷔해 성인 무대에 잘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갑자기 교토와 계약을 해지하고 이달 KBL 원주 DB 유니폼을 입었다. 신설된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한국 프로농구에 입문한 첫 일본 선수가 됐다.
나카무라는 지난 시즌 일본 리그 신인 연봉 제한액 460만엔(약 5천200만원)을 꽉 채워 받았고, 올해는 연봉 1천200만엔(약 1억3천5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절반도 안 되는 연봉 5천만원에 한국행을 결심했다.
나카무라는 27일 원주 DB 연습체육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고교 시절 자신을 지도한 이상범 DB 감독에게서 '한국 농구'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한국 땅을 밟았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다이치가 다가오는 시즌에 한국 농구에 잘 적응한다면, 2021-202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팀의 주력으로 활용하겠다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나카무라는 빨리 한국 최고 선수들과 대결하고 싶어한다.
그는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허훈과 맞대결이 가장 기대된다. SK 김선형, 최준용 등 톱 클래스 선수들과도 어서 맞붙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막 마치고 이날 DB 선수들과 첫 팀 훈련을 앞둔 나카무라는 들뜬 표정과 신중한 말투로 인터뷰에 임했다.
다음은 나카무라와의 일문일답.
-- 2주간의 자가격리 생활은 어땠나.
▲ 최악이었다. 밖에 못 나간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고통스러웠다. 할 게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구단에서 잘 도와줘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 연봉도 그렇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왔다.
▲ 원래 일본 리그는 승강제가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다가오는 시즌에는 1부리그에 2부 리그로 강등이 이뤄지지 않는다. 우승권 팀 외에는 동기부여가 부족한 상황이다. 내가 속했던 교토 역시 중위권 팀이어서 고민을 했다. 1년을 헛되게 보낼 것 같아 한국에서의 도전을 선택했다.
-- 이상범 감독의 어디가 그렇게 좋나.
▲ 농구라는 게 얼마나 깊이 있는 스포츠인지 이 감독님을 통해 배웠다. 나에게는 위대한 존재다. 나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선수다. 이 감독님으로부터 하나하나씩 모든 걸 배우고 싶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스승님이다.
-- DB는 강팀이다. 출전 시간을 확보하는 게 어려울 수 있는데도 한국에 온 이유는.
▲ 일본에는 해외에 나가서 뛰는 선수들이 많다. 아직 일본인이 아무도 진출하지 않은 한국에서 내가 처음으로 농구를 한다는 것 자체에 큰 매력을 느꼈다. 내가 바로 '한국서 뛰는 일본인 농구 선수 제1호' 아닌가. 조금이라도 젊을 때 빨리 세계로 나가는 게 일본 농구 발전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농구 교류의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는 점이 영광스럽다.
-- 영상으로 DB 경기를 봤을 텐데 첫인상은.
▲ 수비가 터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모두가 '하드워커'다. 특히 다른 팀에 비해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낮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인 선수가 주축이 돼 플레이하는 모습이 많았다. 또 벤치 자원의 능력도 출중해 다양한 스타일의 농구가 가능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 키가 190㎝로 가드치고는 크다.
▲ 내 키에 포인트가드를 하는 선수가 일본에는 별로 없다. 한국에서도 장신 가드의 장점을 잘 살려보고 싶다. 특히 수비에서 허슬 플레이를 하며 팀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 올 시즌 목표는
▲ 올스타로 뽑히고 싶다. 신인상도 받고 싶다. 하지만 플레이타임을 먼저 얻어내야 코트에서 내 장점을 표출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또 동료들의 장단점을 빨리 파악하고, 내 장단점을 동료들이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시즌 전 훈련에서 다치지 않겠다. 4월 뒤로 팀 훈련을 해본 적이 없다. 컨디션이 아직 불안한 만큼, 조급하지 않게, 잘 준비하겠다.
-- 개인 기록 목표는 뭔가.
▲ 지난 시즌에 일본에서 평균 6.3득점, 2.7어시스트, 2.1리바운드, 3점 성공률 37%를 기록했다. 이 모든 부문에서 작년보다 높은 기록을 내는 게 목표다.
-- 대표팀에서 뛰면서 한국 선수 경기도 봤을 텐데, 어떤 선수와 대결이 가장 기대되나.
▲ 지난 시즌 MVP로 선정된 허훈과 맞대결이 가장 기대된다. SK의 김선형, 최준용 등 톱 클래스 선수들과도 어서 맞붙고 싶다.
-- 슬램덩크에서 가장 닮고 싶은 선수는.
▲ 루카와 카에데(이하 서태웅)다. 그처럼 무심해 보이지만 속은 야심에 차 있고,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 하는 승부욕을 가진 선수가 되고 싶다. 일본에서 우승한 뒤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서태웅의 야심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런 선수가 되겠다.
-- 말하는 게 참 모범적이고 진취적인 데다 얼굴까지 잘생겼다. 여자친구는 있나.
▲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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