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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오승환, 콜로라도 불펜을 구원하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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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4 (화)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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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8.14 (화) 22:14

                           
[이현우의 MLB+] 오승환, 콜로라도 불펜을 구원하다


 


[엠스플뉴스]


 


콜로라도 로키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63승 55패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2위이자, NL 와일드카드 4위에 올라있다. NL 서부지구 1위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승차는 고작 1경기, 와일드카드 2위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승차는 2.5경기다. 정규시즌이 아직 44경기나 남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언제 뒤집어도 이상하지 않은 격차다.


 


이는 콜로라도의 객관적인 전력을 생각했을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8시즌 콜로라도는 551득점 568실점으로 득점보다 실점이 17점이나 많다. 이에 따라 콜로라도의 피타고리안 승률(Pythagorean winning percentage)은 57승 61패 승률 48.3%에 그치고 있다. 즉, 현재 콜로라도는 득실점을 기반으로 한 기대 승률보다 6승을 더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한 팀의 실제 승률은 득실점을 기반으로 한 피타고리안 승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 팀의 실제 승률이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높은 경우 대부분은 '운'이 따른 결과다. 물론 예외도 있다. 불펜이 좋은 팀은 접전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으므로, 같은 득실차라고 하더라도 불펜이 약한 팀에 비해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그러나 올해 전반기 콜로라도를 조금이라도 지켜본 이라면 '불펜이 강해서' 콜로라도가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실제 승률이 높다는 것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현우의 MLB+] 오승환, 콜로라도 불펜을 구원하다


 


콜로라도의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는 2승 6패 32세이브 평균자책 5.40에 그치고 있다. 한편, 이는 좌완 제이크 맥기(ERA 6.53)과 우완 브라이언 쇼(ERA 6.31) 역시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콜로라도는 올 시즌을 앞두고 불펜진 보강을 위해 이 3명의 불펜 투수와 계약을 맺는 데만 1억 600만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로라도가 전반기까지 선두 다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불펜에서 아담 오타비노(4승 2패 5세이브 ERA 1.73)과 스캇 오버그(7승 무패 ERA 3.12)가 버텨준 덕분이다. 한편, 후반기 들어 콜로라도에는 두 선수가 지탱하던 불펜진을 구원해줄 선수가 합류했다. 바로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로부터 영입한 오승환이다.


 


실제로 오승환은 9경기 8.2이닝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 2.08이란 성적으로는 표현되지 않을 만큼 후반기 콜로라도의 상승세에 기여한 바가 크다.


 


중제-


 








 


 


 


일반적으로 불펜 투수의 실력을 측정하는 데 쓰이는 누적 스탯은 세이브(Save)와 홀드(Hold)가 있다. 하지만 두 누적 스탯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첫째, 마무리 투수를 제외한 불펜 대부분은 세이브를 거둘 기회 자체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둘째, 세이브는 9회말 3점차 리드를 안고 등판해서 2실점을 하더라도 주어지는 스탯이다. 


 


홀드는 한술 더 떠 세이브가 기록될 수 있는 상황에서 동점만 허용하지 않고 마운드를 넘기면 된다. 따라서 두 지표는 투수의 실력을 측정하는 데 있어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대 세이버메트릭스에는 세이브와 홀드의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스탯이 있다. 바로 셧다운(Shutdown)과 멜트다운(Meltdown)이란 스탯이다. 


 


셧다운과 멜트다운은 세이브와 블론 세이브, 홀드를 대신해 '한 불펜 투수가 팀의 승리 확률(Win Expectancy, WE)을 높이는 데 기여를 했는지, 아니면 손해를 끼쳤는지'를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셧다운은 한 투수가 등판해서 마운드에 있는 동안 팀의 승리 확률을 6% 이상 높였을 때 주어진다. 반대로 멜트다운은 승리 확률을 6% 이상 낮췄을 때 주어진다.


 


이런 측정 방식으로 인해 셧다운과 멜트다운은 한 투수가 얼마나 자주 중요한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냈는지, 또는 경기를 망쳤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이현우의 MLB+] 오승환, 콜로라도 불펜을 구원하다


 


콜로라도 이적 후 오승환은 6차례의 셧다운을 기록했다. 이는 해당 기간 콜로라도 불펜 가운데 가장 많은 기록이다. 반면, 오승환의 멜트다운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이를 통해 오승환이 콜로라도에 기여한 WPA(Wins Probability Added, 승리 확률 합산)은 56%. 이는 같은 기간 콜로라도의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자, 야수를 합쳐도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한마디로 말해 오승환은 중요한 상황에 등판해서 상대 타선을 틀어막음으로써 이적 후 콜로라도가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높은 승률을 거두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제-


 


[이현우의 MLB+] 오승환, 콜로라도 불펜을 구원하다


 


물론 우려되는 점도 없지는 않다. 셧다운은 누적 지표다. 따라서 셧다운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순간에 등판해 활약하는 빈도가 높았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오승환은 이적 후 콜로라도가 치른 첫 13경기 가운데 8경기에 출전했다. 등판 간격은 더 가혹해서 2연투가 세 차례 있었는데, 8월 6일부터 10일까진 2연투 후 하루 휴식한 다음 또 2연투를 했다.


 


결국 오승환은 10일 열린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코디 벨린저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벨린저에게 홈런을 맞은 공은 한가운데 몰린 실투였는데, 이는 누가 보더라도 계속되는 연투로 인해 체력이 저하되면서 생긴 문제다. 하루 휴식 후 나선 12일 경기에선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이닝을 끝마쳤지만, 오승환의 구위는 이적 초반보다 확연히 나빠졌다.


 


그 증거로 투구 정보 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를 기준으로 8월 6일까지 평균 10.0인치(25.4cm)에 달했던 오승환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 상하 움직임은, 이후 네 경기에서 8.5인치(21.6cm)로 줄어들었다. 같은 투수가 던지는 '포심 패스트볼'의 상하 움직임이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공을 채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일반적으로 구위 하락을 야기한다. 


 


[이현우의 MLB+] 오승환, 콜로라도 불펜을 구원하다


 


그러나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콜로라도로서는 이적 후 팀 내 불펜 투수 가운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승환을 아끼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이적이 확정된 이후 "콜로라도는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하고 있다. 팀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오승환 역시 빅리그 진출 후 첫 가을야구 진출을 열망하고 있다. 


 


따라서 가을야구가 확정되기 전까지 오승환의 앞엔 피치 못할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을 전망이다. 과연 오승환은 그의 바람대로 팀의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 수 있을까? 입추를 지나서  날이 선선해지는 것과는 반대로 빅리그의 순위 경쟁은 나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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