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선수에게 너무 무서웠던 팀닥터와 선배…금전 의혹도(종합)
감독 이상의 권한 지닌 팀닥터는 출처 불확실한 금액 요구
팀 선배 개인 계좌로 '팀 경비' 명목으로 입금 요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는 두려운 사람이 너무 많았다.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 특히 아마추어 종목에서는 감독의 권한이 막강하다.
그러나 고인은 경주시청 소속일 때 감독만큼이나 무서운 팀닥터와 선배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팀닥터를 향해서는 '출처가 불확실한 금전 문제'도 제기됐다.
연합뉴스가 2일 입수한 녹취록과 징계신청서, 변호인 의견서를 종합하면 최숙현 선수는 생전에 "감독, 팀닥터, 선배 2명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경주시청에 공식적으로 입단하지도 않았던 2016년 2월 뉴질랜드 전지훈련부터 가해자들의 폭행과 폭언이 있었다.
경주시청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한 행위,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사례,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 동안 굶게 한 행동, 슬리퍼로 뺨을 때린 행위 등이 공개된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감독과 팀닥터가 고인을 폭행하며 술을 마시는 장면도 녹취록에 담겼다.
녹취를 통해 충격적인 폭행 장면을 접한 많은 팬은 '팀닥터'의 존재에 의아해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이 임시 고용한 물리치료사다. 하지만 해당 팀닥터는 군인올림픽에 출전하는 트라이애슬론팀의 팀닥터를 맡는 등 경상도 일대 팀에는 영향력을 가진 인사로 알려졌다.
한 트라이애슬론 선수는 "녹취를 들으시면 알 수 있듯이 감독이 팀닥터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감독보다 나이도 많고, 영향력도 있다"고 전했다.
최숙현 선수는 팀닥터를 향해 '금전적인 문제'도 제기했다.
고인은 생전에 "팀닥터는 2015, 2016년 뉴질랜드 합숙 훈련을 갈 당시, 정확한 용도를 밝히지 않고 돈을 요구했다. 2019년 약 2개월간의 뉴질랜드 전지훈련 기간에는 심리치료비 등 명목으로 고소인에게 130만원을 요구하여 받아 간 사실도 있다"며 "(영향력이 있는) 팀닥터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정확한 용도가 무엇인지를 더는 물을 수 없었다. 팀닥터가 요청하는 금액만큼의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고인과 고인 가족 명의 통장에서 팀닥터에게 이체한 총액은 1천500여만원이다.
한국 트라이애슬론 간판급 선수인 선배도 최숙현 선수에게는 무척 두려운 존재였다.
고인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고소장과 대한체육회 징계신청서에 선배의 폭력에 관해 썼다.
해당 선배는 팀의 주축이었고, 감독은 후배의 인권보다 해당 선배의 권위를 지키는 것을 더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고인은 "감독이 '살고 싶으면 선배에게 가서 빌어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며 "결국 나는 살기 위해 선배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고 전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배는 구체적이지 않은 '경비'를 이유로 내세우며 자신의 계좌에 입금하라는 요구도 했다. 고참 선수의 개인 통장을 '팀의 경비를 사용하는 통장'으로 썼다는 게, 선배 선수의 주장이다.
그러나 사용처에 대해서는 고인과 가족에게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고인과 고인 가족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천500만원이 넘는 돈을 선배 개인 계좌에 보냈다.
인권은 무시한 채, 권위만 앞세웠던 삐뚤어진 문화가 젊은 선수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안겼다. 이를 방조한 한국 체육계와 트라이애슬론도 귀한 선수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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