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유벤투스에 슈팅 22대8(유효 슈팅 6대3), 찬스 메이킹 17대7, 코너킥 6대1, 점유율 54대46으로 우세. 하지만 후반 유벤투스의 공격폭 넓히는 4-4-2 전환에 대응하지 못했고, 수비진의 방심이 이어지면서 1-2 역전패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유벤투스가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승부수와 노련미를 바탕으로 토트넘 원정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UEFA 챔피언스 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 유벤투스, 극적 역전으로 8강 오르다
유벤투스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 시즌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에서 고전 끝에 2-1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유벤투스는 1승 1무로 8강에 올라갔다.
홈에서 2-2 무승부에 그친 유벤투스는 토트넘 원정에서 승리가 절실했다. 1-1 무승부를 기록하더라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거해 16강에서 탈락하는 유벤투스였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마리오 만주키치와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 후안 콰드라도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공격진에 활용할 수 있는 카드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결국 유벤투스는 곤살로 이과인과 파울로 디발라를 투톱에 배치하는 4-3-1-2 포메이션을 가동해야 했다.
다만 원래 포지션이 중앙 수비수인 안드레아 바르잘리가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나섰기에 실질적으로는 3-5-2처럼 움직였다. 바르잘리는 메흐디 베나티아, 조르지오 키엘리니와 함께 스리백처럼 움직였고, 왼쪽 측면 수비수 알렉스 산드루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처럼 전진했으며, 이과인과 디발라를 후방에서 보조한 더글라스 코스타 역시 오른쪽 측면으로 동선을 가져갔다. 블레이즈 마투이디와 미랄렘 피야니치, 사미 케디라는 허리 라인을 구축했다(하단 그래픽 참조).
반면 원정에서 2골을 넣고 비기면서 8강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토트넘은 평소 자주 즐겨 쓰는 4-2-3-1 포메이션으로 2차전 홈경기에 나섰다. 토비 알더베이렐트를 제외하면 특별한 부상자도 없었다. 이래저래 토트넘이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전반전은 토트넘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토트넘은 1차전과 마찬가지로 2차전에도 강도 높은 압박을 바탕으로 유벤투스를 괴롭혔다. 유벤투스는 22분에 들어서야 비로소 첫 슈팅을 시도할 정도로 토트넘의 압박에 맥을 추지 못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게다가 토트넘이 자랑하는 공격 듀오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 연신 위협적인 공격을 감행하며 유벤투스의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전 슈팅 숫자는 12대3으로 토트넘이 유벤투스에 4배 더 많았다.
선제골도 토트넘의 차지였다. 전반 39분경 케빈 트리피어의 크로스를 손흥민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디딤발에 맞고 들어간 다소 행운이 따른 골이었으나 지속적으로 위협적인 침투를 시도했기에 가능했던 골이었다.
후반전 초반에도 주도권을 잡은 건 토트넘이었다. 후반 15분까지 토트넘이 4회의 슈팅을 시도하는 동안 유벤투스는 단 하나의 슈팅도 추가하지 못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고 60분까지 이렇다할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유벤투스였다.
이에 알레그리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5분, 중앙 미드필더 마투이디를 빼고 왼쪽 측면 수비수 콰도 아사모아를 투입하면서 산드루를 측면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한 데 이어 다시 1분 뒤 중앙 수비수 베나티아 대신 오른쪽 측면 수비수 슈테판 리히슈타이너를 교체 출전시킨 것. 이와 함께 실질적인 3-5-2 포메이션에서 통상적인 4-4-2로 전술을 변화한 유벤투스다.
두 차례의 교체를 감행하고 단 2분 뒤인 후반 18분경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한 유벤투스는 측면으로 빠져나온 디발라의 전진 패스를 오버래핑해 올라온 리히슈타이너가 크로스로 올렸다. 이를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올라온 케디라가 헤딩으로 떨구어 주었고, 골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이과인이 발을 쭉 뻗어 동점골을 넣었다.
기세를 탄 유벤투스는 역전골까지 성공시켰다. 후반 21분경 이과인이 이선으로 내려와 자신의 마크맨인 다빈손 산체스를 유인한 후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찔러주었다. 이를 받은 디발라가 단독 돌파에 이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강력한 왼발 킥으로 토트넘의 골문을 갈랐다.
이후 유벤투스는 수비적으로 내려앉았다. 경기 종료 6분을 남기고는 공격수 이과인을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스테파노 스투라로를 교체 투입하며 잠그기에 나섰다.
반면 다급해진 토트넘은 2실점을 허용한 후 파상공세에 나섰으나 유벤투스의 노련한 수비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심지어 경기 막판 케인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골 라인을 흘러가면서 골이 되지 않는 불운마저 있었다. 결국 승부는 2-1, 유벤투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 경험의 차이가 결과를 가르다
경험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벤투스 선수들은 먼저 선제 실점을 허용하면서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끝까지 당황하지 않고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베테랑 공격수 이과인은 여우같은 움직임과 패스로 1골 1도움을 승리의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알레그리 감독의 승부수 역시 주효했다. 아사모아와 리히슈타이너가 투입되면서 유벤투스는 공격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토트넘 수비 역시 좌우로 벌어졌고, 압박 강도가 떨어지면서 유벤투스가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이 발생했다. 교체 투입을 감행하고 2분 만에 리히슈타이너가 동점골의 기점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레그리의 의도대로 경기가 흘러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토트넘은 경기 내용에 있어선 유벤투스를 압도했음에도 경험 부족과 순간의 방심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경기 관련 지표 자체는 토트넘이 유벤투스에 우위를 점했다. 슈팅 숫자에선 22대8로 토트넘이 유벤투스에 크게 앞섰고, 유효 슈팅에서도 6대3으로 2배 더 많았다. 코너킥 역시 6대1로 토트넘이 압도했다. 그 외 점유율(54대46)과 찬스 메이킹(17대7)도 토트넘의 우위였다.
하지만 마우리치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알레그리 감독이 두 장의 교체 카드를 통해 노골적으로 측면 공격을 강화했음에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 어쩌면 동점골을 허용하기 이전까지 경기 내용에서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있었기에 방심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토트넘 수비진들도 동점골을 허용하자 급격히 흔들리는 문제를 노출하며 역전골까지 헌납했다. 1-1 동점만으로도 여전히 토트넘이 8강에 올라갈 수 있었으나 산체스는 이과인이 위험 지역에 있지 않았음에도 무리해서 막으러 나갔고, 베르통언도 오프사이드 라인 컨트롤에서 실수를 범했다. 동점골을 허용하고 추가골까지 내주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분 49초에 불과했다.
유벤투스는 적은 찬스에서도 2골을 넣으며 노련미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노부인(Old Lady)'라는 애칭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괜히 유벤투스가 명문 구단이 아니고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만 무려 9번이나 진출한 게 아니다(이 중 2번이 지난 3시즌 사이에 있었다).
반면 토트넘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진출했으나 경험 부족을 노출하며 조별 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번 시즌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탈락시켰고, 레알 마드리드를 조 2위로 밀어내면서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으나 결국 1차전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무너졌다. 조별 리그와 한 경기 한 경기가 살얼음판을 걷는 토너먼트는 또 다른 성질의 경기라는 걸 간과한 셈이다.
유프 하인케스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을 앞두고 '골닷컴'과의 독점 인터뷰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파리 생제르맹(PSG) 경기의 승자를 묻자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레알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 레알은 PSG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레알이 8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적중했다. 실제 레알은 PSG에게 2전 전승을 거두며 8강에 올랐다. 하인케스의 말을 유벤투스와 토트넘전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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