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아산/이원희 기자] 우리은행 김정은이 활짝 웃었다. 올시즌에 앞서 친정팀 KEB하나은행을 떠났고, 그의 염원대로 정규리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리은행은 4일 아산에서 신한은행을 이기고 정규리그 6연패를 달성했다. 김정은에게는 첫 우승의 기쁨이다.
김정은이 KEB하나은행을 떠났던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우승을 위해서다. 지난 2006년 프로데뷔한 김정은은 KEB하나은행에서 11년 동안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팀 전력이 약한 탓에 우승 경력을 쌓지 못했고, 오랜 고민 끝에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우리은행은 자타공인 여자프로농구 최강의 팀이다. 6개 구단 중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김정은은 우리은행의 시스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팀 훈련 강도가 워낙 심해 포기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한 무릎 상태도 정상이 아니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물음표를 다는 시선도 많았다. 김정은은 무릎 부상을 이유로 2015-2016시즌 19경기, 2016-2017시즌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정은도 고민이 많았다. 자신이 오기 전까지 통합 5연패를 하던 팀이 갑자기 우승을 놓친다면, ‘김정은 때문에 우승을 못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었다. 본인의 우승 욕심보다 팀에 피해를 끼칠까 더 우려됐다.
이런 저런 사정을 알고 있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과 팀 동료들은 많은 신경을 썼다. 위 감독은 당근과 채찍을 통해 김정은에게 동기부여를 심었고, 선수들도 힘들어하는 김정은의 손을 잡아줬다. 김정은을 10년 넘게 알고 지낸 임영희는 “(김)정은이는 마음이 여린 친구다. 우리은행에 와서도 많이 울었다. 정은이를 달래주다 하루를 보낸 적이 많았다”고 웃었다.
주장 이은혜도 “(김)정은 언니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였다. 몸이 좋지 않은데도 시즌 내내 열의에 찬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선수들이 본 받을만한 자세였다. 우승 의지가 상당한 거 같다”면서 “선수들 모두 우승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올시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많은 경기(34경기)를 뛰었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무릎 부상, 고된 훈련, 주위 시선 등 여러 고비를 이겨낸 끝에 얻어낸 값진 수확물이다. 김정은의 악착같은 투지, 주변의 응원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정은은 “우리은행을 택한 것도,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것도 뛰기 위해서였다. 전 소속팀에서 뛰는 소중함을 알았다. 경기 중 (임)영희 언니, (박)혜진이가 같이 뛰자고 하면 울컥한다. 올시즌 잔부상이 많아 힘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우승을 생각하며 ‘내가 이럴 때가 아니다’며 마음을 다 잡았다”고 말했다.
#사진_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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