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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의 작전타임] ‘아듀 캡틴’ 김도수, “오리온, 내게 특별한 팀”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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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화) 15:03

                           



[점프볼=이원희 기자] 고양 오리온의 주장 김도수는 지난 10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은퇴식을 하고 정든 코트를 떠나기로 했다. 2004년 전자랜드에서 프로 데뷔, 부산 KT를 거쳐 2013년 트레이드를 통해 오리온에 합류했다.

김도수는 통산 359경기를 뛰고 평균 4.82점 1.6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였다. 오리온에서 주장을 맡아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에도 기여했다.

오리온은 13일 고양에서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올시즌 마지막 정규리그 일정을 소화한다. 김도수의 마지막 프로 경기이기도 하다. 김도수는 “은퇴식을 통해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가 되고 홀가분해졌다. 선수 생활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까지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눈물의 은퇴식

Q. 은퇴를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계약 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을 생각해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님이 선수층이 얇아졌으니 1년 더 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동안 부상 때문에 힘든 것이 많았다. 하지만 감독님이 끝까지 잡아주셨고, 저도 선수 생활을 1년 더 연장했다. 추일승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 

Q. 지난 10일 은퇴식을 치렀다. 당시 마음이 어땠나.

은퇴식으로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가 되고 홀가분해졌다. 시즌 초반에는 한 라운드에 2~3승 밖에 못했지만, 시즌 막판 한호빈 등 좋은 선수들이 들어와 팀이 안정됐다. 저도 선수들에게 8위라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뛰자고 부탁했다. 올시즌 플레이오프에 탈락했지만, 다음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거 같아 기분이 좋다. 제 은퇴식에서도 선수들이 잘해줘 승리했다.

Q. 은퇴식에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안다.

조금은 예상했지만, 은퇴식에 가족이 나와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가족에게 항상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또 구단이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 은퇴식을 성심성의껏 마련해줘 감동을 받았다.

Q. 가족들에게 미안한 감정이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저는 팀이 먼저라는 의식 속에 살았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아내가 많이 이해해줬다. 직업 특성상 집에 잘 들어가지 못하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지 못해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아내와 큰 딸은 내가 선수생활을 더 하길 원했다. 하지만 제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Q. 가족들이 은퇴식에서 영상 편지도 보냈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한 감정이 교차했다. 다시 말하지만, 가족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은퇴식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웃음). 이제 농구선수의 남편이 아니지만, 저의 새로운 인생을 응원해준 아내에게 감동을 받았다. 가장과 남편, 아빠로서 노력할 것이다.

▶ 저는 이런, 선수였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기에 어떤 선수였다고 생각하나.

항상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도움을 주려고 한 성격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웃음). 코트에서는 이기려고 최선을 다했고, 뛰지 않을 때는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선수들을 이끌었다.

Q. 주장도 맡았는데, 어떤 리더십을 보여줬는지.

감독님 중에서 호통을 치는 분이 있고, 부드러우신 분도 있다. 하지만 저는 선수이기 때문에 질책보다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했다. 팀 특성상 올시즌 어린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지만,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혼을 내는 것보다 잘했다고 얘기해줬고, 선수들도 잘 받아들였던 거 같다.

Q. 프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나.

제가 프로에 처음 왔을 때 문경은 SK 감독님과 함께 지냈다. 그때 제가 일명 방졸(방의 막내)이었다. 문경은 감독님과 포지션도 비슷해 많이 보고 배웠다. 덕분에 선수 생활을 좋게 시작했다. 또 외국선수로는 제스퍼 존슨이 기억에 남는다. 서로 호흡이 좋아 농구를 재밌게 했다. 적이었지만, 양동근(현대모비스)과 조성민(LG)도 생각난다. 같이 코트에 뛰면서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제가 조성민에게 뭔가 알려주기도 했다. 오리온에서는 이승현과 허일영을 만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영광이었다.

Q. 은퇴하면 무엇을 할 생각인가.

그간 시즌을 마치면, 여행 계획을 잡거나, 지방에 있는 부모님을 만난다거나, 가족들과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것도 잡은 것이 없다. 저의 새로운 인생을 위해 고민할 생각이다. 은퇴를 했다고 해서 마냥 쉴 수는 없다. 제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공부를 하고, 기회가 된다면 누구를 가르쳐보고 싶다. 어린 선수든, 프로 선수든 상관없다. 후배들에게 제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싶다. 아내가 이런 점을 이해해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 나의 마지막팀, 오리온

Q. 선수생활 마지막 팀이 오리온이다.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부산 KTF(현 KT) 시절 추일승 감독님과 함께 했는데, 그 인연이 오리온까지 온 거 같다. 추일승 감독님이 그때 저를 좋게 봐주신 거 같다. 어쩌면 선수 생활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 때 오리온으로 오게 됐다. 아쉬운 것도 있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우선 목표를 세우고 은퇴하게 됐다. 우승을 했다는 점에서 제게 특별한 구단이다.

Q. 추일승 감독님은 어떤 분이신가.

KTF에서 봤을 때는 젊으셔서 그런지, 패기와 힘이 좋고 선수들에게 무섭게 대하셨다. 하지만 오리온에 와서 감독님을 다시 뵀는데, 많이 부드러워지셨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보고 배울 점이 많으신 분이다. 항상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극이 됐다. 제가 존경하는 지도자다.

Q. 은퇴 선물로 오리온 선수·직원에 일일이 손편지를 썼다고 하던데.

은퇴했다고 그냥 나가기는 싫었다. 후배들과 코치진, 사무국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같이 밥을 먹을까 했는데, 아내가 선물을 해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조언하더라. 그래서 편지를 생각했다. 편지를 쓰면서 사무국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 책상에 오래 앉으며 고민하고, 편지를 쓰느라 몸이 힘들었지만, 다 끝내고 나니 뿌듯했다. 후배들이 제 편지를 읽고 항상 성실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

Q. 편지를 받은 오리온 선수들의 반응이 어땠나.

선물을 받고 전화나 문자가 왔다. 대부분 감사하다거나,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응원들이 제게도 힘이 됐다.

Q. 앞으로 어떤 선수가 팀을 이끌기 바라나.

주축 선수들이 팀을 이끌지 않겠나. 한호빈 허일영 최진수 등이 잘해줄 것이다. 다음 시즌에는 이승현과 장재석이 돌아온다. 둘 다 군대를 다녀와서 성숙해져 있을 것이다.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기에, 2015-2016시즌만큼 팀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Q. 이제 마지막 1경기가 남았다.

은퇴식을 통해 마음의 정리가 됐고 덤덤해졌다. 하지만 프로 마지막 경기까지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기자)



  2018-03-13   이원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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