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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PO] 테리 로지어, 카이리 어빙의 향수를 지워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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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2 (수) 07:00

                           



[점프볼=양준민 기자] 동부 컨퍼런스 세미파이널, 보스턴 셀틱스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 117-101로 승리,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보스턴은 2017-2018시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고든 헤이워드(28, 203cm)와 카이리 어빙(26, 191cm), 차포를 모두 잃었다. 헤이워드야 시즌 개막과 동시에 전력에서 이탈, 이미 그때의 충격은 치유가 됐지만, 어빙의 경우는 올 시즌 내내 보스턴을 이끈 실질적인 리더이자 에이스로 정규리그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선수였기에 얘기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美 현지의 다수 언론사들은 보스턴의 PO 전망을 비관적으로 바라봤고, 블리처 리포트는 “보스턴에게 남아있던 희망이 죽어버렸다”는 메시지와 함께 장례식 장면을 담아, 보스턴의 현 상황에 애도를 표하는 동영상을 올렸을 정도로 보스턴의 PO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기대감이 아닌 동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보스턴은 무너지지 않았다.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은 적시적소에 필요한 선수들을 배치하는 등 뛰어난 용병술을 보여줬고,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의식을 불어넣으며 또 한 번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알 호포드(31, 208cm)도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끄는 정신적 지주이자 팀의 중심으로 활약 중이다. 스티븐스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 다양한 선수들을 대거 로테이션에 합류시켜 PO에서의 필승카드를 위한 준비를 이어왔다. 1라운드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상대로 깜짝 활약을 보여준 세미 오젤레예(23, 201cm)도 실상은 스티븐스 감독의 준비된 작품이었다. 이번 PO에서 사람들이 제이슨 테이텀(20, 203cm), 제일런 브라운(21, 201cm) 등 보스턴의 젊은 선수들을 향해 “이들은 마치 5~6년차의 베테랑 선수들같이 플레이한다”는 찬사를 건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테이텀은 최근 5경기에서 3경기 연속으로 +20득점을 기록하는 등 무려 4차례나 +20득점을 기록,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과 득점력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테이텀의 비교모델로 거론되고 있는 폴 피어스는 데뷔 시즌 2라운드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테이텀은 달랐다. 테이텀은 2라운드 1차전에서 28득점(FG 50%)을 기록했다. 이날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마켈 펄츠(19, 193cm)는 테이텀의 활약과 팀의 패배를 지켜보며 좀처럼 얼굴을 피지 못했다. 지난해 여름, 자신이 아닌 테이텀을 선택한 보스턴의 결정에 실망감을 드러내던 펄츠는 2라운드를 앞두고 보스턴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지만 일단 이날은 패배하며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그러나 펄츠는 최근 경쟁에서 밀려 명단에도 들지 못하고 있기에 그가 직접 보스턴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수 있지는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2라운드 첫 경기를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브라운도 NBA 역사상 PO에서 최연소 +30득점을 기록한 선수에 이름을 올리는 등 보스턴 젊은 선수들은 거칠 것이 없이 PO 무대를 즐기고 있다. 7차전 당시, 브라운의 복귀에 대해 “당장의 승리를 위해 선수의 미래를 망칠 수 없다”는 스티븐스 감독의 코멘트로 미루어보아 보스턴은 브라운의 복귀를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은 2017-2018시즌 PO 7경기에서 평균 17.9득점(FG 46.7%)을 기록, 수비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정규리그와는 달리 PO에선 공격적인 재능까지 만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보스턴의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브라운은 1라운드 4차전 34득점(FG 542.%) 8리바운드 3스틸을 기록했다)

그중 어빙을 대신해 보스턴의 백코트를 이끌고 있는 테리 로지어(24, 188cm)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올 시즌 PO의 라이징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정규리그에선 주로 벤치멤버로 경기에 나섰던 로지어는 시즌 막판, 어빙과 마커스 스마트(24, 193cm)가 연이은 부상으로 이탈하며 주전 입성의 기회를 잡게 됐다. 2015 NBA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5순위로 보스턴에 입단한 이후 철저한 조연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로지어는 주전 라인업 입성과 동시에 그간에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어빙에 대한 보스턴 팬들의 향수를 지워나갔다. 보스턴도 어빙의 부상아웃 이후 경기력이 흔들릴 법도 했지만 로지어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정규리그 막판까지 동부 컨퍼런스 1번 시드, 토론토 랩터스를 맹추격하는 등 오히려 기세가 꺾이기는커녕 점점 더 좋아졌다.

그리고 보스턴의 기세는 PO에서도 계속 됐다. 홈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던 보스턴은 홈에서 열린 4경기를 모두 잡으며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로지어는 1라운드 7경기에서 평균 17.6득점(FG 41.5%) 4.3리바운드 6.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개막 후 첫 2경기에서 평균 23득점(FG 46.9%)를 기록, 매치업 상대인 에릭 블렛소(28, 185cm)를 상대로 기선제압을 확실히 했다. 로지어와 블렛소는 시리즈 내내 경기장 안팎에서 날카로운 신경전과 함께 불꽃 튀는 맞대결을 펼치며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블렛소는 1라운드를 앞두고 “로지어가 누군지 모른다”는 트래쉬 토크로 신경전의 포문을 열었다. 이에 질세라 로지어도 1차전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블렛소가 누군가. 내가 아는 블렛소는 드류 블렛소밖에 없다”고 맞불을 놓았고, 급기야 이번 2라운드 1차전을 앞두고는 드류 블렛소의 유니폼을 입고 나온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밀워키의 블렛소는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7차전, 23득점(FG 75%)을 올린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부진한 경기력을 이어가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더욱이 야니스 아데토쿤보(23, 211cm)와 크리스 미들턴(26, 203cm)이 시리즈 내내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며 팀을 이끌었기에 밀워키 입장에선 블렛소의 계속된 부진을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비단 블렛소뿐만 아니라 1라운드 밀워키 가드진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포워드진과는 달리 보스턴 백코트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데 실패, 아데토쿤보와 미들턴의 분전에 지원사격을 해주지 못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나마 쏜 메이커(21, 216cm)가 림 프로텍터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등 성장세를 보여준 건 밀워키에겐 수확이었다.(*블렛소는 1라운드 7경기에서 평균 32.1분 출장 13.6득점(FG 44%) 3.6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반대로 어빙만큼이나 볼 핸들링이 좋기로 소문난 로지어는 화려한 볼 핸들링과 운동능력을 앞세운 과감한 돌파로 밀워키의 인사이드를 농락했다. 7차전에서 로지어가 보여준 더블 클러치 레이업이 로지어의 운동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로지어가 대학시절부터 포지션 대비 보드장악력이 좋은 것도 바로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췄기 때문. 로지어는 속공상황에서 찬스가 나면 지체할 것 없이 덩크를 작렬, 팀의 사기를 드높였다. 적극적으로 리바운드 싸움에 가담한 결과, 평균 4.7개의 리바운드로 보스턴의 가드들 중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美 현지에선 로지어를 두고 “가드 포지션 중 가장 뛰어난 운동능력과 리바운드 장악력을 갖춘 선수다. 공이 떨어지는 자리를 잘 알고 있고, 점프력까지 좋아 웬만한 빅맨들과의 리바운드 경합도 가능하다” 평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로지어의 외곽포도 불을 뿜고 있다. 로지어는 2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PO 8경기에서 평균 3.5개(3P 43.8%)의 3점슛 성공을 기록 중이다. 특히, 로지어의 중장거리 포는 4쿼터를 비롯한 클러치타임 등 결정적인 순간, 터지며 팀을 여러 차례 승리로 이끌었다. 가까운 예로 2라운드 1차전, 로지어는 이날 본인이 올린 29득점(FG 61.1%) 중 무려 13득점(FG 83.3%)을 4쿼터에 몰아치며 필라델피아의 추격세를 잠재우는 등 이번 PO, 4쿼터에만 3점슛 11개(3P 61.1%)를 포함, 총 54분을 출전해 48득점(평균 6.9득점)을 올리며 해결사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미 정규리그에서도 후반기 4쿼터에만 평균 8.4분 출장 5.3득점(FG 47.1%)을 기록하는 등 로지어는 클러치타임과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2017-2018시즌 플레이오프, 테리 로지어 3점슛 성공률 분포도(*1일 기준)

특히, 로지어는 지난 1라운드 5차전, 스마트가 코트에 복귀한 이후 수비적인 부담을 덜고 공격에만 더욱 집중, 지난 4경기 4쿼터에만 33분을 출장해 31득점(FG 62.5%)을 올리는 등 최근 4경기에서 평균 21.8득점(FG 49.2%), 3점슛 성공 4.5개(3P 51.4%)를 기록하며 두 개의 부문 모두 팀 내에서 1위를 기록했다. 경기출장수를 감안해야겠지만 1일 저녁을 기준, 로지어는 총 28개의 3점슛(평균 3.5개)으로 이번 PO 3점슛 성공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보스턴은 최근 4경기에서 테리 로지어-알 호포드-제이슨 테이텀, 삼각편대의 득점력이 불을 뿜으며 공격을 이끌고 있다. 세 선수는 최근 4경기에서 평균 62.3득점을 합작, 그 뒤를 브라운과 함께 벤치멤버로 출전 중인 마커스 모리스(28, 206cm)가 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스티븐스 감독은 이전의 다른 감독들과 달리, 모리스에게 파워포워드가 아니라 스몰포워드 포지션을 맡기며 모리스의 득점력을 극대화, 또 한 번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포지션 대비 볼 핸들링 능력이 좋은 모리스는 적극적인 1대1 공격으로 벤치득점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맞춰 스티븐스 감독도 모리스가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선수들을 아웃사이드로 빼, 모리스가 아이솔레이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등 전술적인 배려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필라델피아가 고향인 모리스는 2라운드를 앞두고 “필라델피아가 나의 고향이고, 내가 세븐티식서스의 팬인 것도 맞지만, 지금 내가 승리로 이끌어할 팀은 필라델피아가 아니라 보스턴이다”는 말로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모리스는 2017-2018시즌 PO에서 8경기 평균 27.6분 출장 13득점(FG 39.2%) 4.9리바운드 0.9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평소, 센터 포지션을 선호하지 않았던 호포드도 올 시즌 아론 베인즈(31, 208cm)와 짝을 맞추며, 파워포워드로 뛰는 시간이 길어졌다. 최근에는 스마트와 오젤레예가 로테이션에 합류,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자 공격에서 펄펄 날며 보스턴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호포드는 이번 PO 8경기에서 평균 34.7분 출장 19.1득점(FG 62%) 8.5리바운드 3.4어시스트를 기록, 팀 내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PO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봤을 때도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규시즌 강력한 올해의 수비수상 후보에도 거론됐던 호포드는 마찬가지 수비에서도 중심을 잘 잡아주는 등 젊은 선수들이 많은 보스턴에 경험과 노련미를 더해주고 있다. 호포드는 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팀이 그날 경기에서 잘된 점과 좋지 않았던 점들을 언급함과 동시에 동료선수들에 대한 칭찬과 보완할 점들에 대한 말도 잊지 않으면서 팀의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보스턴은 스마트의 복귀 이후 안정적인 수비력을 뽐냈고, 그 결과, 최근 4경기에서의 실점이 평균 95.3점(득·실점 마진 +6.5)으로 뚝 떨어졌다. 스마트의 득점력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반대로 수비에선 리바운드와 상대 에이스 수비전담 등 궂은일을 도맡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스턴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2라운드 1차전, 스마트는 오젤레예, 베인즈와 번갈아가며 벤 시몬스(21, 208cm)를 수비했다. 스마트와 오젤레예는 아웃사이드에서, 베인즈는 인사이드에서 시몬스를 수비했다. 보스턴은 시몬스가 쉽게 돌파와 패스를 못하게 하는 수비와 함께 컷인이나 백도어 컷 등 볼 없는 상황에서의 득점생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이날 스마트와 시몬스는 4쿼터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이는 등 스마트의 입장에서 시몬스는 보스턴의 승리를 위해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무엇보다 스마트로선 올 시즌 종료 후 보스턴과 연장계약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때문에 이번 PO를 계기로 본인의 줄어든 입지를 만회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시몬스의 수비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1차전 종료 직후 로지어는 야후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일 많은 일들을 한다. 팀 훈련은 물론, 다른 팀들의 비디오를 보고 또 보고 분석한다. 우리는 매일을 함께 하고 있고, 공통의 목표가 있다. 그러다보니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있고, 누군가 한 명이 부상 등으로 경기에 빠진다면, 그 미안함을 덜어주기 위해 더 열심히 뛰고 있다. 나는 오늘 경기를 앞두고 진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우리 팀이 잘한 것도 맞지만 오늘 필라델피아가 보여준 경기력은 공수에서 모두 이전과 같지 못했다. 우리에게 있어서는 천만다행이었다. 언제든지 예전의 경기력으로 돌아올 수 있는 팀이기에 우리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계속 해야 할 것이다”는 말로 2차전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등 로지어뿐만 아니라 보스턴 선수들의 머릿속엔 이미 1차전 승리의 기쁨은 잊고, 2차전 승리를 향한 열망으로 가득했다.

#사진-NBA 미디어센트럴, NBA.com(*슛 차트)



  2018-05-01   양준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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