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윤진만 기자= 27일 친선전에서 맞붙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는 11년 전 혈투를 벌인 적이 있다. 일명 ‘뉘른베르크 전투’이다.
2006년 6월25일.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 16강전은 ‘링 없는 UFC’를 방불케 했다. 태클은 상대 선수의 발목, 스터드는 허벅지로 향했고, 이마로 안면을 들이받았다. 90분 동안 총 16장의 옐로카드, 4장의 레드카드가 등장했다. 월드컵 한 경기에서 4명이 퇴장한 이때가 처음이다.
네덜란드의 마르코 판 바스턴 당시 감독은 “우리는 축구를 하지 않았다. (경기장 위에는)오직 혼돈만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마르크 판 보멀(네덜란드)의 경고를 시작으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 팀 선수들은 거친 반칙을 주고받았다. 마니시(포르투갈)는 아르연 로벤(네덜란드)의 가슴 부위를 걷어찼고, 코스티냐(포르투갈)는 필립 코쿠(네덜란드)의 다리를 걸었다. 칼리트 불라루즈(네덜란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허벅지에 축구화 자국을 새겼다. 툭하면 단체로 감정싸움을 벌였으니, 경기가 매끄럽게 진행될 리 없었다.
조제프 블라터 당시 FIFA 회장은 매끄럽지 못한 경기 운영을 한 심판과 페어플레이 정신을 위배한 선수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당사자인 발렌틴 이바노프 주심은 훗날 “내 경력 최고로 힘든 경기였다”고 회상했다.
혈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코스티냐, 불라루즈, 데쿠(포르투갈), 히오바니 판 브롱크호르스트(네덜란드)가 퇴장했다. 이중 블라루즈, 판 브롱크호르스트와 데쿠가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경기를 지켜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경기는 마니시가 전반 23분 터뜨린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낸 포르투갈이 1-0으로 승리하고 8강에 진출했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포르투갈 감독 휘하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 마냥 기뻐했고, 네덜란드 골키퍼 에드윈 판 데 사르 등은 그 자리에서 서럽게 울었다.
‘뉘른베르크 전투’에 참전했고, 27일 평가전에 모두 출전할 선수는 포르투갈의 에이스 호날두가 유일하다. 당시 전반 34분 부상당한 뒤 울면서 벤치로 물러났던 그는 그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맞대결을 조금 더 벼르는 쪽은 아무래도 네덜란드일 듯하다. 네덜란드는 유로2004, 독일월드컵, 유로2012 등 메이저대회에서 번번이 포르투갈에 발목 잡혔다. 1991년 승리를 마지막으로 10경기째 이기지 못했다.
24일 잉글랜드와 홈 평가전에서 0-1 패한 네덜란드는 이번 경기를 통해 ‘뉘른베르크 전투’ 패배를 설욕하고, 분위기도 반전하고자 할 것이다. 3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로날드 쿠만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기도 했다.
27일 새벽 3시30분 스위스 제네바 스타드 드 제네바
사진=피구의 헤딩. 게티이미지/BBC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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