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결산] ⑥ 봄농구 초대받지 못한 4팀, 무엇이 문제?
[점프볼=서호민 기자]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일정이 모두 끝났다. 오는 17일 열리는 현대모비스와 KGC인삼공사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으로 6개 팀이 올 시즌 최고의 왕좌를 가리기 위한 마지막 승부에 돌입한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들에게는 남의 집 잔치나 마찬가지다.
물론, 성적 부진에 빠지며 자신들이 시즌 초 목표로 했던 결과물을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다음 시즌 반등을 위한 소득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올 시즌 왜 봄 농구를 할 수 없었는지. 플레이오프에 떨어졌어도 건진 수확은 무엇인지.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4팀의 올 시즌 키워드를 해쉬태그와 글로 정리해봤다.
7위 삼성, 최종 성적 25승 29패(승률 46.3%)
#시원섭섭 #아쉬움 #라건아 #부상 #준일_동섭 돌아오기에..
‘시원섭섭’. 올 시즌 삼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일 것이다. 삼성은 지난 여름 FA 시장에서 베테랑 포워드 김동욱을 영입하며 임동섭과 김준일의 군 입대 공백을 메우고자 했다. 김동욱 효과는 분명했다. 내외곽을 두루 오가며 특유의 다재다능함을 뽐냈고, 볼 운반과 경기 운영도 문제없이 해내며 헐거웠던 삼성 가드진의 큰 힘이 됐다. 서브 외국 선수 마키스 커밍스 역시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스코어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이관희는 ‘커리어 하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한 활약을 펼치며 전문 식스맨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주전과 벤치 할 거 없이 막강한 전력을 갖춘 삼성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정적으로 삼성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부상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라틀리프는 시즌 도중 사타구니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결장한 바 있다. 이에 삼성은 대체선수로 급히 칼 홀을 영입하며 라틀리프의 공백을 메우려고 했으나, 홀은 13경기 동안 평균 8.7점 6.2리바운드로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팀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라틀리프가 빠진 기간 동안 삼성은 4승 10패의 성적을 거두며 주춤했다.
여기다 그간 주 득점원으로 활약했던 문태영이 노쇠화와 부상 등으로 예전만한 기량을 보이지 못한 점도 이유가 됐다. 결국, 삼성은 자연스레 플레이오프 경쟁권에서 점점 멀어졌고, 플레이오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삼성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물론 희망적인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다음 시즌 중반이 되면 김준일과 임동섭이 상무에서 제대한다. 이 둘은 지난 시즌 삼성의 플레이오프 준우승을 이끈 주역들이다. 이들이 복귀하게 된다면 삼성은 더욱 두터운 선수층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8위 오리온, 최종 성적 19승 35패(승률 35.2%)
#리빌딩 #성공적 #유종의미 #버논맥클린 #한호빈 #두목호랑이
애런 헤인즈와 김동욱의 타 팀 이적 그리고 주축 빅맨 이승현과 장재석의 군 입대로 오리온의 전력 약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추일승 감독 역시 올 시즌 시작 전부터 “리빌딩 시즌이 될 것”이라고 공표하며 리빌딩 노선을 확고히 했다. 시즌 초반 가드진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줄곧 하위권을 맴돌긴했지만, 주전 포인트가드 한호빈이 상무에서 제대한 이후에는 경기력에 안정감을 되찾으며 시즌 막판 고춧가루 부대로 떠올랐다.
여기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9순위로 뽑은 하도현의 성장도 리빌딩을 진행 중인 오리온에겐 큰 소득이었다. 하도현은 올 시즌 32경기에 출전해 평균 9분 13초를 뛰며 2.9득점 1.3리바운드를 기록, 기록만 놓고보면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시즌 막판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본인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오리온 역시 삼성과 마찬가지로 다음 시즌 중반 상무에서 돌아오는 즉시전력감이 있다. 바로 ‘두목 호랑이’ 이승현이다. 이승현이 건강하게 복귀해 입대 전만큼의 활약을 펼쳐주고, 외국 선수 농사만 잘 짓는다면 충분히 반등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9위 LG, 최종 성적 17승 37패(승률 31.5%)
#현주엽 #초보감독 #첫시즌 #부상 #김시래 #창원체육관
아마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4팀 포함 10개 팀 중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낸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여름 스타 플레이어 출신 현주엽 감독을 선임한 데 이어 조성민, 김종규, 김시래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전력을 꾸리며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은 LG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며 팬들에 실망감만 안겼다.
코치 경험이 전무한 현주엽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올랐고, 외국 선수 선발 실패, 주전 센터 김종규의 부상,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의 기량 저하, 국내 포워드 부재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LG는 시즌 막판까지 이렇다 할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9위로 시즌을 종료,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이라는 수모까지 겪게 된다.
성적이 좋지 못하다 보니 전국에서 농구열기가 가장 뜨겁기로 소문난 창원실내체육관을 찾는 팬들의 발길도 끊기고 말았다. 그 예로, 올 시즌 창원실내체육관의 평균 관중이 3,154명으로 프로농구 원년인 1997-1998시즌 이후 최저 관중수를 기록했을 정도다. 등돌린 팬심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선 결국 승리가 필요하다. 다음 시즌에는 창원실내체육관 홈 팬들 특유의 열띤 응원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10위 KT, 최종 성적 10승 44패(승률 18.5%)
#부상_또_부상 #12연패 #최하위 #허훈 #양홍석 #밝은미래
올 시즌 KT는 지난 시즌에 이어 또 다시 부상이 발목 잡으며 부상의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작부터 모든 게 꼬였다. 개막전에서 김현민이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아웃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이후 김우람이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쓰러지며 부상 불운이 계속 됐다. 여기다 리온 윌리엄스까지 손가락 부상으로 중도 하차하며 외국 선수 구성에서도 난항을 겪었다.
이러한 악조건들이 맞물렸기에 성적 역시 당연히 좋을 리가 없었다. 좀처럼 상승곡선에 올라탈 기회가 없었던 KT는 결국 지난 1월 구단 역사상 최다인 12연패라는 수모까지 겪었고, 일찌감치 최하위를 확정지었다. 이렇듯 KT는 2시즌 연속 부상에 울며 악몽과 같은 시즌을 보냈다.
그렇다고 해서 소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신인 듀오 허훈과 양홍석이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고, 김민욱과 김기윤 등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도 제 몫을 해주며 리빌딩의 초석을 다진 점은 그나마 KT가 올 시즌 건진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KT의 미래를 이끌어 갈 자원들이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될 KT의 다음 시즌은 어떨지.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지독시리 괴롭혔던 부상악령에서는 과연 벗어날 수 있을지. KT의 다음 시즌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진_점프볼DB(홍기웅, 윤민호, 유용우 기자)
2018-03-14 서호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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