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의 깊은 고민…추가된 골 세리머니 '금지 지침' 어떻게?
강화된 거리두기 지침으로 악수·하이 파이브·껴안기도 금지
"스포츠 선수들이 모범 보여야" vs "본능 억누르는 건 불가능"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골 넣고 껴안는 것을 대체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축구 경기 중 '거리두기'를 하라는 지침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14일 영국 BBC 등 보도에 따르면 EPL에서는 이주부터 강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시행 중이다.
새 지침에는 악수와 하이 파이브, 껴안기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더해졌다.
골 세리머니 중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는 내용도 새 지침에 따라 만들어진 방역수칙 포스터에 들어갔다.
선수들은 소속 구단을 통해 이런 지침을 지켜야 한다는 교육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주중 진행된 18라운드 경기에서 이런 지침을 정확히 따른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열린 경기에서도 맨체스터 시티의 필 포든이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을 상대로 결승골을 넣은 뒤 대여섯 명의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토트넘의 해리 케인 역시 이날 풀럼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모두가 지키려고 노력하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왜 축구 선수들만 어기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BBC는 "대부분이 직장 폐쇄로 어려움을 겪는 데다 친척과 포옹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격렬하게 펼쳐지는 경기 중 골이 터졌을 때 선수들이 감정을 억누르는 게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경기 뒤 "방역 지침을 존중해야 하며, 지켜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득점한 뒤 터져 나오는 본능을 누르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매우 힘든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축구는 감정적인 스포츠"라면서 "선수들이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것을 우리는 이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에도 새 지침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스포츠 현장에서도 방역 지침이 엄격하게 준수돼야 한다는 영국 정부의 입장에 따라 EPL에 새 방역 지침이 내려졌다.
나이절 허들스턴 체육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영국 내 모든 사람은 교류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했다"면서 "축구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K리그에서는 이미 지난 시즌에 한 차례 논란이 됐던 문제다.
2020시즌 개막과 함께 한국프로축구연맹은 EPL과 비슷한 지침을 내렸다.
초반에는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자제했지만, 이내 예전으로 돌아갔다.
프로축구연맹은 매 라운드 위반 사례를 모아 해당 구단에 경고하는 데서 그쳤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규정에 따르면 징계가 가능했지만, '세리머니 금지'가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려운 지침이라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빨리 '현실'을 인정한 K리그는 대신, 프로연맹과 선수들, 구단 관계자들이 모두 다른 방역 지침을 시즌 내내 철저하게 준수해 2020시즌을 큰 차질 없이 마쳤다.
K리그1은 확진자 없이 정상적으로 모든 라운드를 진행했고, K리그2(2부 리그)에서는 막판에 일부 팀에서 확진자가 나와 경기 일정이 미뤄지는 데서 그쳤다.
반면에 EPL에서는 확진자가 끊이지를 않는다. 매주 진행되는 코로나19 검사에서 늘 수명에서 20여 명 수준의 확진자가 확인되고 있다.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풀럼과 애스턴 빌라가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등 일정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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