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한국시리즈행 이끈 '벌떼 불펜', 두산에도 통할까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가 격돌하는 대망의 한국시리즈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두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만나는 건 2013년과 2015년 준플레이오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키움은 가장 최근 맞대결인 2015년과 비교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당시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이 당시 넥센 불펜의 핵인 조상우를 겨냥해 한 말이 큰 화제가 됐다.
김 감독은 "조상우처럼 어린 선수가 저렇게 많이 던져도 되나 싶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상우는 2015년 한현희가 선발로 전환하는 바람에 불펜에서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조상우는 그해 70경기에 등판해 93⅓이닝을 소화하며 8승 5패 5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다.
정규리그에서 혹사당한 조상우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4차전, 두 번에 걸쳐 대형 방화범이 됐다.
시즌을 마친 후 야구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12'까지 치른 조상우는 결국 다음 해 3월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장정석 감독이 부임한 지 3년째인 올해 키움 마운드에는 혹사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올해 키움 불펜진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김동준으로, 70이닝에 불과하다.
김동준이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간 점을 고려하면 거의 혹사 없이 불펜진을 운영한 셈이다.
셋업맨 김상수는 67경기에서 56⅔이닝만 던지고 KBO리그 역대 처음으로 40홀드 대기록을 세웠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필승조와 추격조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투수를 고루 기용했다.
그렇게 비축한 힘과 불펜진 전원이 승리조로 활약하며 쌓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키움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3승 1패로 따돌린 데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는 SK 와이번스를 3연승으로 제치고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었다.
선발진에서는 제이크 브리검 혼자만 제 몫을 다했으나 선발 싸움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약점을 불펜 투수 10명을 상황에 맞게 고르게 활용하는 '벌떼 야구'로 뒤집었다.
키움 불펜진은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1,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20의 짠물 투구를 이어갔다.
조상우가 불펜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4년 전과 변함없지만 키움은 이제 조상우 한 명에만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폭넓은 기용으로 투수력 소모를 최소화한 키움은 게다가 플레이오프를 3경기 만에 끝내면서 나흘간의 휴식을 갖고 한국시리즈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두산과 사실상 대등한 조건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다만 키움의 '벌떼 불펜' 작전이 과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관록의 두산을 상대로도 통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장타력과 타선의 짜임새가 부족한 LG, 9월부터 시작된 극심한 타격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SK와는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산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팀 타율 3위(0.278)에 올랐다. 앞서 키움이 상대했던 LG(0.267·5위), SK(0.262·7위)보다 강력한 타선을 자랑한다.
최다안타 타이틀을 따낸 호세 페르난데스는 올해 키움을 상대로 16경기에서 타율 0.377의 맹타를 휘둘렀다.
박건우(0.333), 정수빈(0.319), 김재호(0.313) 등 키움을 상대로 타율 3할 이상을 쳐낸 타자들이 즐비하다.
키움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구사한 잦은 투수 교체는 사실 변수를 늘리는 일이다.
게다가 이음새가 조금이라도 헐거워지면 이를 놓치지 않을 '단기전 타짜'들이 넘치는 팀이 두산이기에 키움으로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두산은 좋은 점이 많은 팀이다. 빠르고, 수비도 강하고, 특급 에이스도 있다. 괜히 1등을 한 게 아니다"라며 "잘 준비해서 이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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