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 시작한 심재민-어깨, 팔꿈치 통증에 입대 결심…2021년 복귀 목표-“‘수고하세요’란 말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 알았다”-2년간 최선 다해 재활 목표, “건강하게 복귀” 약속
[엠스플뉴스]KT 위즈 '좌완 영건' 심재민의 2018시즌 등판 기록은 9월 7일 한화 이글스전(1이닝 무실점)이 마지막이다. 9월 11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론 통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KT 마운드에서 유일한 좌완 승리조 투수가 사라지면서, KT는 시즌 막바지 불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석 달 가까이 지난 11월, 심재민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중이다. 11월 초부터 수원지역 산업인력공단 지사에서 복무를 시작해 벌써 3주째가 됐다. 모자를 벗고, 후드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심재민은 야구선수가 아닌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다.“퇴근해서 잠자리에 누우면 10초 만에 곯아 떨어져요.” 심재민이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생활이 이렇게 힘든줄 처음 알았어요. 아버지께서 얼마나 힘드셨을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사회생활 첫 경험, 쉽지 않지만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심재민이 갑작스레 군입대를 결심한 건 ‘부상’ 때문이다. 시즌 중반 찾아온 어깨와 팔꿈치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고, 계속 공을 던지면 수술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다. 시즌 아웃 확정.경찰야구단이 폐지되고, 상무 입대 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병역 의무를 이행하자는 결단을 내렸다. “한 시즌을 재활하면서 보내야 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남들보다 먼저 군복무를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심재민의 말이다.심재민의 예상 전역 시기는 2020년 9월이다. “그해 마무리캠프가 열리기 전엔 전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마무리캠프에 합류하고, 잘 되면 그 다음해 스프링캠프에 합류해서 2021년 복귀하는게 지금 계획이에요.” 계획대로만 되면 사회복무요원 근무가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사회생활이 처음이라 쉽지는 않아요. 종일 앉아있는 것도 힘들고, 사람 상대가 이렇게 힘든 건줄 미처 몰랐어요. 점심 먹고 자리에 앉으면 그렇게 졸릴 수가 없어요. 다행히 함께 근무하는 분들이 친절히 대해주시고, 많이 배려해주셔서 웃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수고하세요’란 말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 줄, 이제 조금 알겠더라구요.” 심재민이 웃으며 말했다.남은 2년을 재활과 개인 훈련으로 알차게 보낼 계획도 세웠다. “출퇴근 생활에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일과 후 시간을 쪼개서 개인 운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님에게 프로그램을 받아서 체계적으로 훈련할 생각이에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저 자신과의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심재민이 힘줘 말했다.심재민의 약속 “건강하게 돌아와 실력으로 내 자리 찾을 것”
심재민은 부산 개성고 재학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야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유망주였다. ‘제 2의 류현진’이란 평가가 따랐고, KT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창단 1호 우선지명 선수로 심재민을 선택했다.하지만, 고3 때부터 따라다닌 부상이 프로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KT 입단 직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복귀 이후 연습경기에서 오른 어깨가 탈구돼 두 달간 운동을 쉬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이후 140km/h 중반대 빠른 볼 구속은 어느 정도 되찾았지만, 크고 작은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고교 때만 해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투구폼으로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쉽게 쉽게 던졌던 심재민이다. 프로에선 구속 회복을 위해 몸 전체를 사용하는 투구폼으로 변화를 꾀했다. 속구 구속은 어느정도 나올지 몰라도, 체력소모가 크고 부상 위험이 있는 투구폼이었다.2015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심재민은 4년 동안 217경기에 등판했다. 24세 이하 투수가 통산 200경기 이상 등판한 건 심재민 포함 역대 20명 뿐이다(역대 16위). 특히 한창 등판이 잦았던 2016년엔 6경기 연속 등판에 4연투까지 소화하는 ‘혹사’에 시달렸다. 그 여파가 올 시즌 부상으로 이어진 셈이다.다시 마운드에 돌아올 땐 부상도 통증도 없이 건강한 몸으로 공을 던지는 게 심재민의 바람이다. ‘2년간 푹 쉬고 돌아오면 볼 스피드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하자, 심재민은 크게 웃으며 “그보다는 안 아팠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을 털어놨다.“앞으로 2년 동안은 야구선수 심재민이 아닌 공익근무요원이자 평범한 청년 심재민이란 생각으로 열심히 생활할 겁니다.” 심재민이 밝힌 각오다. “팬들께서 기다려 주시면, 건강하게 돌아오겠습니다. 저 잊지 마시고, 응원도 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그러면 더 힘이 날 것 같아요.”KT 위즈를 향한 애정 표현도 빼놓지 않았다. 심재민은 “KT는 지금보다 더 강팀이 될 잠재력이 충분한 팀”이라며 “제가 없는 동안 KT가 좀 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강팀이 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해서, 다시 돌아오면 실력으로 제 자리를 되찾을 겁니다”라고 다짐했다.2021년, 사회복무를 마치고 돌아와도 심재민의 나이는 28살이다. 프로에서 4년간 217경기를 경험하고, 군 복무까지 마친 20대 투수는 흔치 않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다시 돌아올 심재민의 앞으로 2년을 응원한다.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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