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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투어 Diary⑩] ‘집처럼 편안했던’, 원주와 이별을 준비하는 김주성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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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5 (목) 08:22

                           



[점프볼=김용호 기자] 지난 13일에 열렸던 원주 DB와 부산 KT의 정규리그 최종전. 이 경기를 끝으로 더 이상 김주성(38, 205cm)의 정규리그 무대는 볼 수 없게 됐다. 

공식적으로 은퇴투어라는 명칭은 없었지만 김주성은 이날 원주에서의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를 가지면서 10개 구장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DB는 이날 경기를 ‘레전드 데이’로 지정, 시작부터 끝까지 경기장 구석구석을 김주성으로 물들여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원주의 심장’ 김주성, 그의 742번째 정규리그 경기는 어땠을까.

▶GAME STORY : ‘끝까지 최선’ 레전드는 쉬지 않고 달렸다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된 상태에서 맞이한 이날 경기. 하지만 4쿼터 시작과 함께 코트에 들어선 김주성은 뒤처지고 있던 팀의 분위기를 뒤집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김주성의 마지막 정규리그 기록은 12점 2리바운드. 그는 4쿼터 시작과 동시에 적극적인 공격을 선보이며 지친 팀원들을 이끌어나갔다.

비록 이 경기에서 김주성의 3점슛은 볼 수 없었지만 원주팬들은 약 한 달여 만에 그의 두 자릿수 득점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했다. 덕분에 의지를 다잡은 DB는 4쿼터 후반 점수차를 한 자릿수로 줄이며 마지막까지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다. 비록 경기는 패배했지만 레전드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모습이었다.

▶DB’s PRESENT :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뜨거운 우정

이날 경기에 앞서서도 김주성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행사가 열렸다. 행사 자체에 ‘은퇴투어’라는 단어는 달리지 않았지만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마지막 정규리그 무대라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떠나는 그에게 축하와 아쉬움이 섞인 박수를 보냈다.

경기 전 코트를 찾은 김주성은 그동안 자신에게 소중한 사랑을 보내줬던 이들에게 은퇴기념 유니폼을 전달했다. 매 시즌 경기장을 찾아 열렬한 응원을 보냈던 원창묵 원주시장이 첫 주인공이었다.

그 다음으로 김주성을 찾아 코트에 나온 건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 아버지가 코트에 나오자 김주성은 본능적으로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선수생활 내내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응원해준 팬에게도 유니폼을 건넸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건넨 김주성은 더욱 뜻깊은 선물을 받는 시간도 가졌다. 바로 5시즌 동안 골밑 파트너로 동고동락했던 로드 벤슨이 그를 위해 직접 페인팅 삽화 액자를 준비한 것. ‘킹주성’을 뜻하는 왕관까지 들어간 그림을 건네받은 김주성은 벤슨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야말로 레전드 김주성에게 그동안 좋은 인연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LEGEND’s MEMORY : ‘HOME’ 그에게 원주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2002년 1월 29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던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던 대학무대에서 김주성은 당당히 전체 1순위로 원주에 지명을 받았다. 경기 일정상 데뷔전은 원정경기(창원)에서 치렀지만 그에게 원주란 말 그대로 집(HOME)이었다.

당시 그가 원주 TG에 입단하면서 사용했던 경기장은 원주치악체육관. 2002년에 이곳을 처음 찾은 그는 2013년 3월 15일 정규리그 최종전을 끝으로 이곳을 떠났다.

데뷔전의 기억이 워낙 강해서 홈 데뷔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그에게 치악체육관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의미야 정확히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곳이다. 데뷔 때부터 10년 정도 사용했던 곳이다. 치악체육관은 규모가 작아서 관중도 상당히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왠지 모를 친밀함에 정말 특별한 곳이었다.”

김주성이 원주에서 쌓은 기분 좋은 추억들은 얼마나 셀 수 없이 많을까. 그는 데뷔 이후 정규리그에서 5번의 1위와 2번의 2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3번의 우승과 4번의 준우승을 거뒀다.

“추억이 워낙 많긴 한데 원주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자면 아무래도 데뷔시즌이지 않겠나. 첫 시즌부터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했고 그때 원주에 돌아와서 따로 우승 세레모니 행사도 했었다. 카퍼레이드도 했었는데 팬분들이 정말 많이 와주셨던 기억이 난다.”

반면 지난 13일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짓기 전까지는 새로운 원주종합체육관에서의 정규리그 1위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었다. 새로운 홈인만큼 아쉬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김주성은 그저 팬들을 먼저 생각했다.

“치악체육관이 워낙 작았었기 때문에 그때는 팬분들이 자리가 없으면 계단에 앉기도 했었다. 지금 체육관을 큰 곳으로 옮기고 나서 더 많은 팬분들이 들어오실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16시즌 동안 프로농구에 수많은 족적을 남긴 김주성. 사상 최초 MVP 트리플크라운까지 해본 그가 프로 선수로서 못해본 것도 있을까. 그는 “딱히 아쉽다거나 못해봤다고 생각되는 건 없다. 말년에 3점슛도 실컷 쏴봤고 꼴지도 해봤지 않나”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런 그도 자신이 마지막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수상 대상이 될 줄은 진심으로 예상치 못했나보다. 김주성은 지난 14일에 열렸던 시상식에서 ‘식스맨상’을 수상하며 또 하나의 진기록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늘 그랬듯 김주성은 가족 같은 원주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정말 가족 같은 분들이고 홈 경기장은 나에게 집같은 곳이다. 일이 끝나고 집에 가면 가족들이 반겨주듯이 내가 경기를 위해 경기장에 나서면 항상 반겨주고 응원해주셨다. 경기에 져서 속상하실텐데도 열심히 응원해줬던 모습은 잊지 못할 것 같다.”

# 사진_점프볼 DB(이선영, 홍기웅 기자)



  2018-03-15   김용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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