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올림피언들 "올림픽 연기로 인생이 1년 미뤄졌네요"
농구 듀랜트·어빙, 골프 우즈 등 부상 선수에게는 기회가 될수도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2020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했다.
대부분의 선수는 IOC의 결정에 환영을 표했지만,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까지도 생각했던 선수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AP통신은 25일 이번 올림픽을 고대했던 30대 중반 선수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에서 금메달을 딴 그레그 판아베르마에(벨기에)는 5월이 되면 만 34세가 된다.
반아베르마에는 "올림픽 연기는 내가 1년 더 늙는다는 뜻"이라며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의욕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4월에 만37세가 되는 캣 오스터먼은 미국 소프트볼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투수인 오스터먼은 "올림픽 이후 아기를 갖기로 남편과 이야기했다"며 "이제는 2021년 이후로 미뤄야겠다"고 말했다.
30세가 넘은 베테랑은 아니지만 올림픽 연기로 학업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인 선수도 있다.
미국 여자펜싱대표팀의 캣 홈스(27)는 올림픽을 끝낸 뒤 올해 가을부터 뉴욕의 한 의과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올림픽 폐회식에 참가하자마자 도쿄에서 뉴욕으로 돌아와 대학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려던 계획은 올림픽 연기로 꼬이고 말았다.
홈스는 "(코로나19 사태로)올림픽이 100% 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연기가 되니까 혼란스럽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BBC는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생각했던 체조의 베키 다우니를 소개했다.
만 28세인 다우니는 "1년을 더 기다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과업"이라고 아쉬워했다.
4년 전 올림픽 하키에서 금메달을 딴 수재너 타운센드는 "올림픽 연기는 눈앞에 당근을 매달았다가 빼앗는 것과 같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이번 올림픽 연기에 내심 미소 짓는 선수들도 있다. 부상 때문에 올림픽 출전이 힘들었던 선수들이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스타 플레이어 케빈 듀랜트(브루클린 네츠)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2019-2020 시즌을 뛰지 못한데다 코로나19에 감염까지 됐다.
같은 팀의 카이리 어빙도 이달 초 어깨 부상으로 NBA 정규리그에 출전 못했지만, 내년 올림픽까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게는 올림픽 연기가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
일찌감치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공언했던 우즈는 올해 들어 허리 부상이 재발해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 사이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랭킹 순위도 11위로 떨어졌다. 이 순위가 유지된다면 우즈는 미국 선수 상위 4명에 들지 못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랭킹을 끌어올릴 시간을 벌었지만 내년이면 만45세가 된다는 점에서 시간이 적이 될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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