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4번으로 결승포' 이정후 "제자리로 돌아가야죠"
삼성전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역전 결승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정후(22·키움 히어로즈)는 어느 자리에서도 빛이 난다.
프로 입단(2017년) 이후 처음 선 4번 자리에서도, 짜릿한 역전 결승포를 쳤다.
하지만, 이정후는 그 자리가 조금은 부담스러웠는지 "이제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겠다"고 씩 웃었다.
이정후는 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6으로 뒤진 7회 말 무사 1, 2루에서 상대 우완 불펜 장필준의 시속 121㎞ 슬라이더를 공략해 오른쪽 담을 넘어가는 3점 아치를 그렸다. 이날 경기의 결승타였다.
올해 이정후가 홈런을 치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까지 개인 한 시즌 최다가 6홈런이었던 이정후는 올해 벌써 홈런 9개를 쳤다.
그러나 '4번 타순에서 친 홈런'은 프로 입단 후 처음이다.
이날 손혁 감독은 박병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휴식을 주려는 의도였다.
김하성, 박동원에게도 휴식을 주다 보니, 이정후가 4번 타자로 낙점됐다.
이정후는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출근길 단체 대화방에 타순이 공지됐다. 다른 선배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는데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김하성 선배만이 '오, 4번'이라고 반응했다"며 "감독님께서 경기 전에 편하게 생각하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0-6으로 끌려가던 키움은 4회부터 출전한 박병호가 6회 3점포를 쏴 추격했다.
그리고 이정후의 3점포로 승부를 뒤집었다.
단연 주인공은 이정후였다. 그러나 이정후는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중요한 상황이라서 해결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면서도 "박병호 선배가 3점 홈런을 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투수들도 추가 실점하지 않고 잘 막아줬다. 함께 만든 승리다"라고 했다.
눈에 띄게 달라진 '장타력'을 두고도 이정후는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고 했다.
이정후는 "강병식 코치님과 전력분석팀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집에서도 어머니께서 뒷바라지해 주시고, 아버지(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께서도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며 "많은 분의 도움 속에 장타가 늘었다. 더 잘해서 그분들께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는데, 전력분석팀에서 좋았을 때와 최근 타격 자세를 대조해서 보여주셨다. 최근에 오른쪽 어깨가 많이 내려가 있었다"며 "코치님과 전력분석팀 덕에 자세를 수정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구체적인 사례도 들었다.
2017년 입단해 그해 타율 0.324, 2홈런, 47타점을 올리며 신인왕을 거머쥔 이정후는 이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타율 3위(0.355), 2019년 4위(0.336)에 오르며 콘택트 능력을 뽐냈다.
올해 이정후는 진화했다. 56경기 만에 개인 한 시즌 최다인 홈런 9개를 칠 정도로 장타력이 상승했다. 8일까지 이정후의 장타율은 0.609로 지난해 장타율(0.456)보다 0.153이나 높다.
이정후는 이렇게 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욕심이 많다.
그는 "올 시즌에 병살타(8개)가 늘었다. 주자가 1루에 있을 때는 '제발 병살만 치지 말자'고 생각한다"며 "오늘 7회에 홈런을 쳤을 때도 병살을 피하고자 공을 외야로 보내려고 노력했다. 타구 속도가 늘면, 병살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사실 이정후의 병살타가 늘었다고 타박하는 이는 많지 않다. 더 완벽해지고 싶은 이정후의 이런 욕심은, 미래의 이정후를 더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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