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 결정적인 번트안타+슈퍼캐치 '끝내기 숨은 주역'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외야수 정수빈은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정수빈은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벤치의 작전을 정확하게 따르는 데만 만족하지 않았다.
두산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에서 6-6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 말 선두타자 박건우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타석에 들어선 정수빈에게 주어진 임무는 예상대로 보내기 번트. 키움 벤치도 대비에 들어갔다.
3루수 송성문이 투수 오주원의 투구에 맞춰 홈플레이트 쪽으로 대시해 들어왔다.
그러자 정수빈은 1루 선상으로 번트를 댔다.
위치가 절묘했다. 번트 타구는 1루 선상을 타고 흘렀다.
투수 오주원과 1루수 박병호의 딱 중간 지점이었다.
두 선수가 서로 미루다가 한 박자가 늦었고, 정수빈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투혼이 또 한 박자를 만들어냈다.
첫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정수빈의 베이스 터치가 오주원의 송구보다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이프로 번복됐다.
1사 2루가 돼야 할 상황이 무사 1, 2루가 됐다.
압박감이 커진 오주원은 1사 후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오재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정수빈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더해 수비에서도 머리 위를 넘어가는 듯 보였던 타구를 잡아내는 '슈퍼 캐치'로 팀을 구하고,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키움이 3-6으로 추격한 6회 말이었다.
키움 김혜성은 1사 만루에서 우중간을 가를 듯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9번 타순이었고, 얕은 타구일 경우 홈 승부를 위해 전진 수비를 펼치던 중견수 정수빈의 수비 위치와는 달리 타구는 중앙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 나갔다.
정수빈의 머리를 넘긴다면 주자 일소 적시타가 될 수 있었다. 경기 분위기가 키움 쪽으로 넘어갈 위기였다.
하지만 정수빈의 판단력과 발이 빛났다.
정수빈은 공이 날아가는 것을 보자마자 곧바로 뒤돌아 맹렬히 달렸다.
끝까지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전력 질주한 정수빈은 마지막 순간, 머리 위를 넘어가는 공을 글러브를 쭉 뻗어 잡아냈다.
키움의 맹렬한 추격에 숨죽였던 두산 팬들의 환호성이 크게 터져 나왔다.
두산은 자칫 3타점 적시타가 될 수 있었던 타구를 정수빈의 호수비에 힘입어 희생플라이 1점으로 막았다.
두산의 끝내기 승리 뒤에는 결정적인 고비처마다 타격, 주루, 수비에서 기막힌 센스를 발휘한 정수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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