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강현지 기자] 차분한 해설로 시청자들에게 프로농구의 매력을 전달하는 이들이 있다. IB스포츠의 이상윤 해설위원과 김태우 캐스터, 그리고 천성면 P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빠르게 공수전환이 이뤄지는 농구 종목 특성상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눈높이에 맞는 중계와 해설로 채워줬다. 2008-2009시즌 이후 모처럼 뭉친 트리오를 만나 2017-2018시즌 프로농구와 중계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올 시즌을 달군 이슈로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이상윤_ KT가 이렇게까지 부진하리라 생각 못했어요. LG와 삼성, 그리고 DB가 플레이오프에 탈락할 것이라고 봤는데, 선수 부상, 외국선수 활약이 엇갈리면서 예상이 빗나간 것 같아요. DB는 ‘해보자’는 의지가 돋보였고, 이끌어줄 때 따라가는 힘이 컸어요. 이상범 감독의 믿음 농구가 잘 맞아떨어졌고요. 또 김주성과 윤호영을 후반전에만 기용할 줄 몰랐죠. 그 부분이 올 시즌 DB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아요.
김태우_ 올 시즌 유독 부상자가 많은 것 같아요. 또 김주성 선수가 은퇴 투어를 가졌어요. 심판도 이슈가 되었고요. 사실 현장에서 보면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농구가 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 안 좋은 기사가 이렇게까지 나온 적이 있었나 싶어요.
Q. 올 시즌 중계한 경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으신가요?
이상윤_ 일주일에 세 번, 한 달에 12경기 정도 중계를 해요. 해설을 하다 보면 한 팀으로 쏠릴 때가 있는데, 그러다 욕을 먹기도 하죠. 그래서 잘하는 것만 얘기해주려고 해요. 보통 뺏기는 사람보다는 뺏은 쪽을 이야기하는 편이죠. 만약 그렇게 되면 상대 팀 이야기를 꼭 해주는 편이에요. 해설을 처음 했을 때 연습을 엄청 했었죠. 그때 생긴 트라우마도 있어요.
김태우_ 해설 중에 ‘크로스 토킹’을 해요. 서로의 말이 잘 들려야 해요. 위원님이 박찬 캐스터와 진행을 했는데, 그때 서로 말이 안 들려서 방송사고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사무실 한쪽에서 연습하셨던 것도 생각나고요. 저는 양희종 선수가 3점슛 7개를 넣은 경기(2017년 12월 28일, vs SK)가 기억에 남아요. 두경민 선수의 활약으로 DB가 원주에서 역전승했던 경기도 제가 중계를 했었는데, DB가 워낙 역전승이 많아서 어떤 경기인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웃음). 아, SK를 상대로 28점차 역전승했던 경기도 있었어요. SK가 멘붕에 빠진 날이었죠. 하하.
Q. 이상윤 위원은 감독의 눈과 해설위원의 눈을 동시에 갖고 있잖아요.
이상윤_ 작전타임을 이때 불렀으면 하고, 이런 공격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말은 못하죠. 상대 감독 입장이 있으니까요. 중계 준비를 할 때는 이전 경기를 전날 꼭 챙겨보고 가요. 쿼터별로 메모를 하면서 보고, 경기 두 시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해 선수들의 기록을 살펴보죠.
Q. 김태우 캐스터는 해설위원과 다르게 중계 준비하는 부분이 있나요?
김태우_ 사전에 해설위원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좋아요.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요. 선수들과 가깝게 지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객관성 있게 전달을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 걸음 떨어져서 선수들을 지켜보려고 해요. 물론 선수들의 SNS를 보긴 하지만, 따로 선수들과 자리를 갖게 되는 기회가 있어도 참석하지 않으려고 해요. 정말 궁금한 건 해설위원님께 여쭤보곤 하죠(웃음).
Q. 방송 인터뷰를 하시다가 ‘이 선수, 이런 면이 있었네’하는 선수가 있었나요?
이상윤_ 모 구단 A선수는 인터뷰 답변이 짧다고 하더라고요. 한두 단어로 답하다 보면 대화가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다음부터는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을 잘 안하게 되더라고요. 감독들도 마찬가지고요. 한 가지 물어보면 다 이야기해주는 감독이 좋죠. 추승균, 문경은 감독의 경우는 다음 준비한 질문까지 다 미리 답해줘요.
김태우_ 전 올 시즌 개인적으로 김민수 선수와 한 인터뷰가 기억에 남아요. 포스트업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올 시즌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래요. 왜 그러냐고 물으니 기사 댓글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웃기기도 했는데, 그 선수의 입장에서 보고, 또 인터뷰 후 적힌 댓글을 보니 이해가 가더라고요. 인상적이었죠.
Q. 올 시즌 현장 관중이 줄었다고 하는데, 현장 분위는 어떤가요?
이상윤_ 관중이 줄긴 했어요. 잠실을 가게 되면 뒤편에 관계자들이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어요. 지난 시즌에는 반 정도 찬 것 같은데, 올 시즌에는 텅텅 비어 있어요. 예전에는 주차할 곳이 없어서 고생했는데, 지금은 안 그렇죠. 사람들이 잘 안 오는 것 같아요. 취재진도 그렇고요.
Q. 해설할 때 이 부분은 지킨다 하는 철학 같은 게 있을까요?
김태우_ 위원님은 정확하게 판단하고 이야기를 하시지만, 전 완전 전문가가 아니잖아요. 제 말이 100% 정답이 아닐 수도 있어서 웬만하면 확답은 자제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상윤_ 파울 유무를 가리다가 ‘파울 같습니다’라고 먼저 이야기를 했는데, 파울이 아닌 거로 판정이 났어요. 그날 욕을 엄청 먹었어요(웃음). 이후로는 앞서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 했죠.
Q. 김태우 캐스터는 다른 종목과 농구를 중계할 때 차이점이 있나요?
김태우_ 캐스터 입장에서 준비를 많이 하는데, 말할 시간이 많지 않아요. 한두 마디 더 얹으면 해설위원님이 말할 타이밍이 없죠. 그 부분을 조율하려고 해요. 설명을 여유 있게 하면 늦어버리고, 타이밍이 아쉽게 되죠. 농구는 캐스터가 멘트에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타이밍이 어긋나요.
이상윤_ 저도 설명을 하다 보면 그걸 못 끊어서 공격이 한 번 더 갔다 올 때까지 이야기하고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럼 캐스터에게 미안하죠.
김태우_ 하이라이트를 보면 슛이 들어가는 부분을 편집하는데, 컷 편집이 안 맞을 때가 있으면 잘못했다고 생각하죠. 세세한 기록 부분을 이야기했었는데 어느 순간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낄 때가 있어서 길게 말을 안 하려고 해요.
Q. 이상윤 위원님도 에피소드가 있으실 것 같아요.
이상윤_ 저는 승부가 결정 난 경기가 힘들더라고요. 하하. PD한테 ‘2분 동안 한 마디도 안 하셨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있어요(웃음).
Q. 마지막으로 농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태우_ 시즌이 참 빠르게 갔다고 느낀 걸 보면 지루하지 않았던 시즌인 것 같아요. 모처럼 농구 중계를 위해 지난 시즌에 왔는데, 농구는 그대로라는 걸 느꼈어요. 시설에 대한 부분이요. 야구도 한동안 쉬다가 돌아갔는데,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경기장, 좌석, 중계석 등이요. 인프라가 변한 것이 없어서 안타까웠어요. 누가 투자를 하는 것인지 자세하게 알 순 없지만, 변한 것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죠. 또 똑같은 일을 하는데 구단 직원들이 줄었더라고요. 예전에는 ‘이런 걸 준비했습니다’라고 알려주는 분들이 계셨다면 지금은 다른 업무들이 있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지가 않아요. ‘농구는 언제 변할까’라는 마음이에요.
SIDE INTERVIEW | IB스포츠 천성면 PD에게 묻다!
Q. 중계 편성은 어떻게 짜는 건가요?
MBC 스포츠플러스가 주관방송사라 화요일부터 일정을 짜요. 그럼 그 다음 주에는 저희가 먼저 정하고, MBC 스포츠플러스가 남은 경기를 하고, 번갈아 가면서 정해요. 큰 틀에서는 시청률을 기준으로 하는데, 비슷하기 때문에 비용 문제를 고려해야 해요. 수도권이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는 전국 방송사가 지방을 돌아다니는 시스템이다 보니 지방을 안 가려고 하죠. 지방을 2~3경기 연속으로 중계를 하면 그나마 괜찮기도 한데…, 또 하위권 매치면 배제하기도 해요.
Q. 농구 인기가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많은데, 다른 종목과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제가 7년 만에 농구판으로 돌아왔어요. 현장 관중은 줄어든 것 같긴 하지만,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진 않아요. 소수의 강성 팬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 팬들이 줄어들었죠. 제가 이상민 감독이 현역으로 뛰었을 때 중계를 맡았으니 그때와 비교하면 당시 감독님의 선수 시절 팬이 삼성으로 유입된 예도 있긴 한데 팀이 로컬화가 안 된 부분이 아쉽죠. 야구를 제외하고 다른 종목도 마찬가진데, 그 부분이 아쉬워요.
Q. 최근에는 배구 시청률과 비교해 농구 시청률이 떨어졌다고 해요.
시청률이 애매해요. 집계를 하려면 개인정보를 얻어서 기계를 설치해야 해요. 그럼 그 사람이 어떤 프로그램을 보는 지 알 수 있는데, TV를 끄게 되면 알 수 없어요.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IPTV가 강세고, 또 광고주가 원하는 건 통합 시청률이 아니라 케이블 시청률이에요. 시청률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예전부터 0.5%가 넘지 않았어요. 배구가 최근 들어 시청률이 뛰긴 했는데 네이버 동시 접속자수를 보면 비슷해요. 오히려 클립을 잘라서 올리는 영상은 배구보다 농구가 이슈 거리가 많기 때문에 클립을 어떻게 잘라서 올리느냐에 따라 카운트가 달라져요. 일단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한 것 같아요. 배구는 김연경이 있다보니 국제대회를 나가더라도 맞설 수 있어요. KBL이 우리나라만의 리그라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NBA와 비교를 비교하는 순간 도태되는 거예요. 빅 리그를 극복하지 못하면 로컬화라도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되어있어요.
Q. MBC 스포츠플러스가 미모의 아나운서들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어요. IB스포츠만의 강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통 중계가 아닐까요?(웃음). 여자 아나운서가 없고,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A라는 작전이 있다고 하면 그걸 완전히 따라잡거나 아니면 다른 걸 해야 하는데, 저흰 올드 스타일을 택한거죠. 그런데 MBC 스포츠 플러스가 정말 노력을 많이 해요. 그건 KBL이 알아줘야 해요. 테마송을 제작하고, 화려한 그래픽을 준비하고 노력하는데도 시청률이 안 오르고 있다면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사진=홍기웅 기자#본기사는 점프볼 2018년 3월호에 실린 내용을 일부 각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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