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5연승' 잘 싸운 박정환 "재대국도 재밌었다"
농심배 4연승 맹활약…최종국서 커제에 아쉬운 패배
클릭 오류→재대국 황당 사태에도 침착함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한국 바둑이 꿈꿨던 박정환 9단의 농심배 '끝내기 5연승'이 아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박정환은 22일 한국기원 대국장과 중국 천원TV 스튜디오에서 온라인 대국으로 열린 제21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차전 최종국에서 중국 커제 9단에게 334수 만에 흑 반집으로 패했다.
한국과 중국 마지막 기사들의 최후 맞대결답게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러나 박정환이 막판 역전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이번 농심배 우승컵은 중국 차지가 됐다.
대국 후 박정환은 "초반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중반에 공격이 잘 안 되면서 나빠졌다. 후반에 기회가 많이 왔지만 그 기회를 못 잡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박정환은 졌지만 잘 싸웠다.
농심배는 한국, 중국, 일본이 대표기사 5명씩 내세워 연승전 방식으로 겨루는 바둑 단체전이다.
박정환은 원성진(1승 1패)·김지석(1패)·이동훈(1패)·신진서(1패) 9단이 허무하게 패한 가운데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한국이 우승하려면 박정환이 일본 최후의 기사 이야마 유타 9단과 중국 미위팅·판팅위·셰얼하오·커제 등 5명을 모두 이겨야 했다.
박정환은 갖가지 악재 속에서도 4연승을 질주하며 한국에 희망을 안겼다.
지난 20일 판팅위와 대국하는 중에는 마우스 클릭이 입력되지 않아 재대국 결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인공지능이 박정환의 승리 확률을 92% 이상으로 예측할 만큼 박정환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황당 사건이었다.
당시 박정환은 초읽기 상황에서 착점했는데, 오류로 클릭이 '먹통'이 됐다. 박정환은 당황한 듯 다시 마우스를 수차례 클릭했지만, 시간패 선언이 나왔다.
한국기원과 중국기원이 시간패를 무효화하고 '재대국'을 결정하기까지 약 1시가 40분 동안 박정환은 대국장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대기했다.
박정환은 21일 처음부터 다시 대국하는 상황에서도 억울한 기색도 없이 판팅위를 완벽히 제압했다. 심지어 재대국 때도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로 약 40분 동안 중단됐는데 박정환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판팅위를 꺾은 뒤 약 1시간 20분만 휴식하고 셰얼하오와 다음 대국을 이어서 뒀다. 결과는 이번에도 박정환의 승리였다.
비록 커제에게 패해 5연승에 실패했지만, 팬들은 황당한 '클릭 오류'로 무효 처리된 대국을 포함한다면 박정환이 5연승을 거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하고 있다.
박정환은 "아무래도 하루에 두 판을 뒀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오류가 났을 때) 형세가 여유 있는 상황이었다. 이겼다고 생각했을 때 그런 일이 나와서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래도 재대국을 하게 돼서 재밌게 뒀다"며 의연함을 보였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한 비결을 묻자 박정환은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최 측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재대국마저 40분간 중단된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그냥 의자에 앉아서 바둑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박정환은 이번 농심배를 통해 여전히 팬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다고 느꼈다며 "응원 덕분에 마지막까지 올 수 있었다. 제가 후반에 실력이 모자라서 아쉬운 결과가 나왔는데, 더 열심히 해서 다음에는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농심배 외에도 대부분의 세계 바둑대회가 온라인 대국으로 전환해 개최되고 있다.
박정환은 올해 온라인으로 열린 LG배, 춘란배, 농심배에서 6승 2패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온라인으로 대국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더 잘 될 수도 있다. 저는 평소에 거의 인터넷으로 바둑을 공부하기 때문에 어색하기보다는 익숙해서 더 괜찮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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