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으로 투수를 정의하는 건 쉽지 않다. 어떤 보직에서든 팀에 힘을 보태는 투수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KBO리그에도 그런 투수가 있다. 바로 두산 베어스 이용찬이다.
[엠스플뉴스]두산 베어스가 자랑하던 막강한 선발진 ‘판타스틱 4’는 옛말이 됐다. 하지만, 두산 선발진은 여전히 강하다.그 중심엔 ‘새로운 내국인 에이스’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전직 두산 클로저’ 이용찬이다.올 시즌(7월 23일 기준) 이용찬은 15경기(14선발)에 등판해 87이닝 동안 10승 2패 평균자책 3.21을 기록했다. 전반기에만 10승을 올린 이용찬의 활약은 두산의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선발투수로서 ‘2018 두산 독주’에 큰 힘을 보태는 이용찬의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선발 전향 대성공, 이용찬 "온 힘을 쏟고, 푹 쉬자는 마음"
생애 두 번째 ‘두 자리 승’을 전반기에 완성했습니다.승리에 집착하진 않습니다. 승리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죠(웃음).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10승 투수가 되는 건 모든 선발투수가 꿈꿀 만한 일이니까요. 이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겠습니다.이 페이스대로라면, ‘커리어 하이’ 달성이 기정사실입니다. 남은 시즌 부담 없이 활약할 환경이 조성된 듯한데요.그렇지 않습니다. 전반기 성적이 좋아 기대감이 더 높아질 것 같네요(웃음). 마음가짐은 항상 똑같습니다. 10승을 달성했다고, 마음가짐이 달라져선 안 돼요. 앞으론 저를 향한 전력분석이 더 꼼꼼해질 거라 봅니다. 신경 쓸 게 더 많아지는 셈이죠.물론입니다. 그나저나 ‘6년 만에 선발 전향’은 그야말로 대성공입니다. 보직을 바꾸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보직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가장 어려웠던 건 ‘체력 관리’입니다. 스물넷과 서른, 나이에 따라 선발 등판할 때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체력 관리’ 비법이 따로 있는 겁니까.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에요. 반대로 젊었을 때보다 경험이 많아졌습니다. 노련함으로 체력적인 문제를 극복하려 합니다. 여기에 '온 힘을 쏟고, 푹 쉬자'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요. 선발 투수는 5~6일에 한 번 등판하잖아요(웃음).지난해 마무리와 중간을 오가며, 활약했습니다. 그런데도 팬들은 “이용찬은 선발이 딱”이라고 주장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선견지명’이었습니다(웃음).모든 건 결과론 아닐까요(웃음)? 사실 ‘좋지 않은 결과’가 선발 전향의 결정적인 요인이었어요. 마무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선발로 전향할 이유가 없었을 거예요.‘전화위복’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지난해 마무리 투수 시절보다 팀 공헌도가 훨씬 높아요. 올 시즌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가 벌써 2.53입니다. 지난해(1.22)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인데요.그저 ‘내 할 일만 잘하자’란 마음으로 공을 던지고 있어요.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 다행입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팀 공헌도가 높다’는 사실은 기쁜 일이에요.“두산에서 100승-100세이브 도전… 지금은 멀리보기보다 순간순간 최선 다할 때”
이제 나이가 서른입니다. 지난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아쉬운 게 먼저 떠오릅니다. 선수 생활 통틀어서 보직을 4번이나 옮겼잖아요. 늘 ‘내가 더 잘했으면 보직이 바뀌진 않았을 것’이라고 반성해요.‘보직과 상관없이 팀을 위해 헌신하는 투수’란 인상이 강합니다.어느 보직이건 간에 ‘두산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엔 변함이 없습니다. 어느 위치든 제 할 일을 충실히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해요.이제 프로 선수 생활 반환점을 돌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그렇죠.남은 선수 생활 이용찬이 그려나갈 ‘미래’가 궁금합니다.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만큼, 마무리 역시 두산에서 하고 싶습니다. 그게 가장 좋은 그림이 아닐까요? 가장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결국 제가 잘해야 합니다.그 마무리에 함께할 만한 기록은 뭐가 있을까요?(깊은 생각에 잠긴 뒤) 모르겠어요. '통산 100승-100세이브'를 완성하면,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100세이브엔 정확히 10세이브가 남았어요. 승리는 60번을 더 해야 하고요. 말하고 나니, 상당히 어려운 목표입니다(웃음).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고 봐요.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기록입니다.
그렇습니다.지금은 너무 멀리 내다보기보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할 때입니다. 전반기처럼 ‘버티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버티기’요?올 시즌을 준비하면서부터 되뇐 각오였습니다. ‘잘 버텨보자’는 거였죠. 잠시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지만, ‘전반기 버티기’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타자들 도움 덕에 많은 승리를 챙길 수 있었고요. 후반기에도 한 번 잘 버텨보겠습니다.후반기에도 ‘버티기’에 성공해 많은 결실을 보길 기원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웃음). 그 결실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이었으면 좋겠습니다.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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