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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크낳괴' 테임즈의 두 번째 시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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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9 (목) 15:22

                           


 
[엠스플뉴스]
 
에릭 테임즈(32·밀워키 브루어스)의 별명은 '크낳괴'다. 
 
'크낳괴'는 크보(KBO)가 낳은 괴물이란 뜻이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테임즈가 지난해 4월 한 달간 타율 .345 11홈런 19타점 OPS 1.276을 기록하며 얻은 별명이다. 물론 이 별명은 4월 이후 테임즈가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있는 동안 서서히 잊혀졌고, 테임즈 역시 한국야구팬들의 관심에서 한 발짝 멀어졌다.
 
그러다 보니 잘 안 알려진 사실도 있다. 테임즈의 지난해 9월 성적이 타율 .328 출루율 .431 장타율 .574 OPS 1.004에 달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막판 테임즈는 오랫동안 이어진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와 복귀 초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복귀 첫해 혹독한 조정기를 거친 테임즈는 복귀 후 두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다. 테임즈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 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3회말 타일러 말레를 상대로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전날에 이은 2경기 연속 홈런포이자, 시즌 7호 홈런(ML공동 2위)다.
 
이날 경기로 테임즈의 2018시즌 성적은 17경기 7홈런 11타점 타율 .231 출루율 .322 장타율 .673 OPS .995가 됐다.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로 본 테임즈의 발전
 


 
타율(.231)이 낮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테임즈는 낮은 타율을 만회하고도 남을 장타율 .673(ML 5위)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뛰어난 선구안으로 타율보다 약 1할 가까이 높은 출루율을 기록 중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테임즈는 종합 타격지표인 wRC+(조정 득점창출력)에서도 161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ML 전체 28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 자체로도 충분히 괴물 같은 활약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진짜 괴물 같은 점은 따로 있다. 19일까지 테임즈의 BABIP(인플레이 된 공이 안타가 되는 비율)은 .167에 불과하다. 이는 규정타석을 소화 중인 타자 가운데 8번째로 낮은 수치다. 타자의 BABIP가 타구속도와 발사각도, 주력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테임즈는 지나치게 '불운'하다
 
지난해 테임즈는 평균 타구속도 88.1마일(141.8km/h)를 기록했다. 올해는 91.0마일(146.5km/h)로 빨라졌다. 발사각도 역시 지난해 12.7°에서 올해 16.7°로 더 이상적인 각도에 가까워졌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테임즈는 지난해 기록했던 .309보다 더 높은 BABIP를 기록하고 있어야 한다. 수비 시프트가 더 자주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BABIP는 정상이 아니다.
 
따라서 시즌이 지날수록 테임즈의 BABIP는 적어도 지금보다 높아지게 될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인플레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되는 비율(BABIP)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타격 성적 역시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다. 이를 예측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서 제공하는 xwOBA(기대 가중출루율)이다. 
 
테임즈의 타구 속도 및 BABIP, xwOBA 
 
2017시즌 [타구 속도] 88.1마일 [BABIP] .309 [xwOBA] .345
2018시즌 [타구 속도] 91.0마일 [BABIP] .167 [xwOBA] .402
 
xwOBA는 타자의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를 고려해 (운을 제외했을 때) 해당 타자가 기록해야 했을 wOBA(가중 출루율, 탐 탱고가 고안한 스탯으로 선형회귀분석을 이용해 만들어졌다)을 구한 값이다. 2018년 테임즈의 xwOBA는 무려 .402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했을 때, .405를 기록했던 AL MVP 호세 알투베에 이은 ML 8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올해 초 테임즈가 선보이는 활약은 지난해 초반에 보였던 활약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난해 초 테임즈의 성적은 약점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반짝 활약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의 테임즈는 모든 것이 분석된 상태에서 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크낳괴 테임즈의 2018시즌 성적이 기대되는 이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타자들이 깜짝 활약을 펼치는 예는 많다. 그 이유는 생각만큼 복잡하지 않다. 빅리그는 단순히 힘만 앞세우는 곳이 아니다. 분석 시스템 역시 타 리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우수하다. 이런 분석력을 앞세워 약점을 파악한 후 그곳을 집요하게 공략한다. 그러다 보면 깜짝 활약을 펼치던 선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 되고, 곧 성적이 급락한다.
 
그 경우 보통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선구안이다. 타자들이 약점을 보이는 코스는 대부분 스트라이크 존 바깥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특정 구종에 약할 순 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도 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빅리그에 진출할 수 없다. 약점이 분석되면, 빅리그 투수들은 '유인구'라 불리는 코스로 해당 구종을 집요하게 던진다. 
 
처음엔 스트라이크 존에서 미묘하게 벗어나는 코스에 던진다. 타자들이 당황하면 교묘히 공 한 개를 더 뺀다. 그러다 보면 바깥쪽 공에 스윙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헛스윙과 약한 타구가 늘어난다. 종국에는 어떤 공을 쳐야 할지, 치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일본 야구를 평정하고 온 후쿠도메 고스케가 무너졌고, 박병호도 당했다.
 
지난 시즌 테임즈가 겪은 슬럼프도 이와 유사했다. 초창기 두 시즌 동안 테임즈의 선구안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KBO리그를 거치며 테임즈의 선구안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한국 투수들에 대응하기 위해 테임즈의 스윙 비율은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삼진은 줄었고, 볼넷은 늘었다. 테임즈가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가 된 비결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 중반, 테임즈는 투수들의 집요한 약점 공략으로 인해 KBO리그 시절 정립한 자신만의 스트라이크 존이 완전히 무너졌다. MLB 투수들은 테임즈의 약점인 스트라이크 존에서 살짝 벗어난 높은 코스에 패스트볼을 집중시켰고, 테임즈는 KBO리그보다 높은 공에 후한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하고 볼에 배트를 휘두르는 경우가 잦았다.
 
올해는 다르다. 테임즈는 지난 시즌 중반에 비해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나는 공에 스윙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높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을 안타로 만드는 일이 잦아졌다. 한마디로 말해, 채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지난 시즌 드러냈던 약점을 극복해낼 수 있었단 얘기다. '크낳괴' 테임즈의 2018시즌 최종 성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운이 따르지 않고 있을 뿐, 그가 지난해보다 한 단계 발전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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